현관문에 불 지르면 처벌 어떻게?…자기 집 문에 불 낸 60대 징역형

강한 기자 2024. 11. 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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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에 불을 지르면 집에 불을 지른 것일까 문에 불을 지른 것일까.

자신의 집 현관문에 불을 낸 60대 가장에 대한 1·2심의 판결이 갈려 대법원에 최종 판단이 맡겨졌다.

서울 서초구 소재 아파트에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A 씨는 지난해 10월 자신의 집 현관문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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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출입 막자, 나무 재질 현관문에 라이터로 ‘점화’
1심 “집 자체에 불 낼 의도는 없었다” 무죄
2심 “집에는 문도 포함, 인명 피해도 우려” 유죄
서울고법 전경. 연합뉴스

현관문에 불을 지르면 집에 불을 지른 것일까 문에 불을 지른 것일까. 자신의 집 현관문에 불을 낸 60대 가장에 대한 1·2심의 판결이 갈려 대법원에 최종 판단이 맡겨졌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3부(부장 이예슬·정재오·최은정)는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기소된 A(62) 씨에게 최근 징역 1년 6개월의 집행유예 3년 선고했다.

서울 서초구 소재 아파트에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A 씨는 지난해 10월 자신의 집 현관문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아내가 비밀번호를 바꾸고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아내는 "술을 마신 A 씨가 가정폭력을 행사할 것을 우려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이날 불이 붙은 담배 6개비를 문에 달린 우유 투입구를 통해 집 안에 던져넣었다. 하지만 불이 나지 않았다. 그러자 우유 투입구에 팔을 집어 넣은 뒤, 라이터로 우유 투입구 안쪽 플라스틱 부분에 불을 붙였다. 이 광경을 본 A 씨의 딸이 신고를 했다. 아내가 물통을 가져와 불을 껐다. 나무 재질의 현관문 일부가 불에 탔다. 문 내부는 그을렸다.

사람이 사는 곳에 방화를 하면 현주건조물방화죄가 적용돼 3년 이상 징역형에 처해진다. 법정형이 1년 이상 징역형인 단순 방화죄나 3년 이하인 자기 소유 물건 방화죄 등에 비해 엄벌한다. 3년을 초과하는 징역형이 선고되면 집행유예를 받기 어려워진다. 현관문을 집의 일부로 보는지 집과 별개로 보는지에 따라 형량이 달라져 법정구속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재판과정에서 A 씨는 "연기를 피우려고 했을 뿐"이라며 "불이 났더라도 현관문의 우유 투입구는 건조물(아파트)과 일체로 평가될 부속물이 아니고, 언제든 탈부착이 가능하므로 현주건조물방화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심은 문과 집은 별개로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아파트 건물 자체에 불이 붙도록 할 고의나 불이 붙게 될 가능성까지 인식한 것은 아니다"라며 "사람이 사는 건조물에 방화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2심은 문과 집을 하나로 보고 원심을 깼다. 항소심 재판부는 "건조물에는 부속물도 포함된다"며 "현관문 우유 투입구에 불을 붙인 이상 현주건조물 부속물에 방화한 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연기를 피우려면 불을 붙이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므로 불을 붙여 독립 연소를 일으킬 의사 자체는 A 씨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불길이 나무 현관문 전체로 번질 수 있었고, 공동주택 화재가 조기 진화되지 않을 경우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금주를 다짐한 점, 아내가 선처를 탄원하는 점, 불을 꺼서 피해가 경미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실형을 선고하지는 않았다. 대신 보호관찰과 함께 40시간의 알코올 치료강의 수강명령을 덧붙였다. A 씨는 상고했다.

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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