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는 항공 소포서 의문의 화재… 배후는 러시아 정보기관?

북미행 항공기 소포서 발화장치 발견
유럽 정보기관들 “러 GRU 공작 의심”

DHL 소포 박스. /로이터 뉴스1

최근 북미행 항공기에 실릴 예정이던 소포에서 불이 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그 배후로 러시아가 지목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각) 유럽 각국 정보기관 소식통을 인용해, 화재가 난 소포 내부에서 정교한 발화장치가 발견됐으며 러시아 정보기관과의 연관성이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수사 결과 소포 내용물은 전기 안마기였고 마그네슘을 이용한 발화장치가 장착돼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소포들은 리투아니아에서 발송돼 이후 독일 라이프치히와 영국 버밍엄의 DHL 물류센터에서 각각 발화했다. 목적지는 미국과 캐나다였다.

만약 비행 중 발화했다면 항공기 자체 소방 시스템으로는 진화가 힘들 정도의 큰 불이었다는 게 수사기관 관계자의 말이다. 이 정도 규모의 화재일 경우 항공기가 비상착륙을 해야 하지만, 근처에 육지가 없는 바다에서 불이 났을 땐 더 큰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리투아니아 경찰은 소포 발신자인 용의자들을 체포했고 이 중 한 명은 러시아 정보기관의 대리인으로 의심받고 있다. 폴란드 수사기관도 관련자 4명을 체포하고 테러 등 혐의로 기소했다. 한 관계자는 “범행 목적은 발화장치 장착 소포를 보내는 경로를 시험해 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럽의 일부 정보기관들은 사건 배후로 러시아군 총정찰국(GRU)을 의심 중이다. 앞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 각국을 상대로 다양한 공작을 시도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7월엔 우크라이나 무기를 대량 생산하는 독일 군수 기업 ‘라인메탈’ 최고경영자를 암살하려는 계획이 미국 정보당국에 포착돼 무산된 바 있다.

영국 정보기관 국내정보국(MI5)의 켄 매캘럼 국장은 “러시아가 방화와 비밀 파괴 공작을 꾸미고 있다”며 “위험한 행동의 무모함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소포 발화 사건에 대해 “아무런 내용도 없는 중상모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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