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과 전쟁’ 소개팅 주선시 ‘10점 만점’ 배정? [지자체는 중매 중]
일부 광역자치단체가 미혼 남녀 만남주선 추진 실적을 저출생 정책과 관련한 기초 지자체 평가 항목으로 삼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초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만남주선 사업에 뛰어드는 배경에 이같은 평가 기준도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취재를 종합하면 경상북도는 올해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2024 저출생 극복 우수 시·군 평가’를 도입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정량평가(80점)와 정성평가(20점)를 진행한 뒤 연말에 합산 점수가 높은 시·군을 포상한다. 이달 25일에는 우수 시·군 정책 사례를 발표한다.
경북도는 만남주선 추진·홍보실적을 정량평가 지표 중 하나로 삼았다. 정량평가 지표는 만남주선(10점), 임신·출산(15점), 완전돌봄(20점), 양성평등(10점), 안심 주거(10점), 일·생활 균형(15점) 등 6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양성평등과 만남주선 사업이 10점으로 배점이 같다.
다만 경북도는 만남주선 사업 커플 성사율은 실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경북도청 관계자는 만남주선 사업을 평가 항목으로 삼은 데 대해 “경북은 고령화도 심화되고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이라 청년이 만날 기회 자체가 제한적”이라며 “만남부터 이뤄져야 그 다음 단계로 이어질 수가 있어서 지표로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이 발표한 ‘저출생과 전쟁 100대 실행과제’에도 ‘만남’이 포함돼 있다. 도 단위에서도 올해 ‘젊은 경북, 청춘동아리’ ‘청춘시 연애읍 솔로마을’ 등 만남주선 사업을 진행한다.
경북 소재 시·군들은 도청의 평가 방침을 의식해 만남주선 사업 계획을 세운다. ‘도정 역점 사업’을 잘 이행해야만 우수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평가는 곧 재정 등 인센티브로 이어진다.
경북 김천시가 지난 9월26일 만든 내부 보고서 ‘결혼 및 출산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미혼 청춘남녀 만남&공감 데이 운영 계획’을 보면, 김천시 미혼 직원 90명을 대상으로 하는 만남주선 사업 추진 배경에 “2024년 저출생 극복 우수 시·군 평가 중 만남주선 분야 정부합동평가(시군평가) 지표 추가”라고 써 있다. 경북도는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합동평가와 연계된 시·군평가와 도정 역점 시책 평가를 각각 90%, 10% 비율로 반영해 시·군을 평가한다.
정부는 지자체가 만남주선 사업을 시행하도록 일종의 정책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2015년 12월 발표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에 미혼남녀 만남주선 사업을 저출생 정책으로 삼았다. 대통령 직속기관이 미혼남녀 만남주선 사업을 저출생 정책으로 인정하니 광역자치단체가 평가 지표로 삼고 기초지자체는 사업을 추진하는 연쇄 반응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저고위가 지난 7월29일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 이행상황 및 향후 계획’을 보면, “저출생 대응 및 사회 인식 변화를 위한 종교계와의 협업 추진 중” “템플스테이를 통한 미혼남녀 만남주선(8월) 등 계획”이라고 써 있다.
https://www.khan.co.kr/national/gender/article/202410300600091
https://www.khan.co.kr/national/gender/article/202410311536011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10300600001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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