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집 사자? 집 투자해 돈 벌자!... 한은, 한국형 뉴 리츠 제안
가계는 리츠 배당·차익 기대
5~10년 안정적인 주거 가능
한국은행이 한국 경제의 고질인 가계부채 누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형 뉴 리츠(REITs)1'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부채를 일으켜 매입하는 자산이 아닌,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는 투자자산으로 주택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자는 얘기다.
5일 한은은 한국금융학회와 공동 주최한 정책 심포지엄에서 '리츠를 활용한 주택금융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 자산투자기반 한국형 뉴 리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김경민 서울대 교수와 나현주 한은 금융안정국 금융안정연구팀 과장이 공동 연구했다.
한국형 뉴 리츠 구조는 이렇다. 개인(가계)이 리츠에 투자해 배당수익을 얻는 한편, 희망하는 경우 해당 리츠가 소유한 주택에 시세보다 3~5% 정도 싼 임대료로 5~10년 정도 안정적으로 거주하고, 록업(매도 제한) 기간 이후에는 리츠 지분을 팔아 시세 차익을 얻는 것이다. 다만 입주는 무주택자만 가능하다.
리츠는 다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자산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간접투자기구다. 한국형 뉴 리츠는 공공이 리츠의 특성을 이용해 개인에게 자산 축적 기회를 제공하는 상품인 셈이다.
재원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주택도시기금에 더해, 리츠사가 보통주 공모2를 통해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사업지는 공공택지 중 선정한다. 정부가 8월 8일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고, 같은 달 28일에는 리츠를 활용한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방안을 발표한 만큼3, 토지 확보에는 무리가 없다는 게 연구팀 주장이다.
"리츠사, 임차인 참여 유인도 높아"
참여자별 유인도 크다는 설명이다. 리츠사는 공공이 조성한 토지를 비교적 저렴하게 취득해 사업을 진행할 수 있고, 공모로 재원을 조달하기 때문에 자금 조달 비용도 낮출 수 있다4. 게다가 종료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영속형 리츠라 장기간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업비용이 낮으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낮은 임대료를 기대할 수 있다. 주택과 토지는 리츠사 소유이기 때문에 세금 부담도 적다. 여기에 리츠사와 개인투자자에게 세제 혜택5을 제공하면 투자 유인이 확대될 것이라는 제언도 덧붙였다. 김 교수는 "지난해 기준 월세 200만 원 이상을 내는 가구가 수도권 2만 가구, 서울 1만6,000가구"라며 이들을 포함한 다양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6년 1분기부터 데이터를 분석하면 서울은 8~10년 후 주택을 매도했을 때 수익이 마이너스(-)가 난 경우가 없었다며 수익성도 뒷받침된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사업 안정성을 위해 "초기 사업은 서울과 서울 인근에서 시행하고 록업 기간 5~10년을 두는 것으로 구상했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누증 완화 기대"
연구팀은 기대효과로 ①92.1%(1분기, 한은 기준)에 이르는 가계부채비율 완화 ②주택가격 변동 리스크를 금융기관에서 다수 민간투자자에게 분산해 거시건전성 관리에 기여 ③양질의 주택공급 확대 ④부동산 투자수익을 다수 일반투자자에게 재분배 등을 제시했다.
향후 규모가 커지면 다양한 리츠상품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임대료 캡(임대료 상승 제한)을 씌워 전월세 가격이 폭등할 때 완충 작용을 할 수도 있고, 공공적 성격을 도입해 바우처로 월세 일부를 지원해 주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건스탠리, ICG 같은 외국계 투자회사가 국내 주택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며 "주택시장이 민간기업 위주로 재편되기 전에 공공적 성격의 상품이 나와야 한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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