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버린 폐어구에 죽는 바다거북.. 대안 '생분해성 어구' 탄력 받으려면
예산 줄면서 배분 물량 급감 정책 탄력↓
"정부 보조금 확대 지속 건의해 확대"
"내가 버린 쓰레기 내가 수거" 자성 요구
“낚싯줄에 걸린 바다거북을 다이버들이 수시로 봤다고 그래요. 살아만 있었어도 구조했을 텐데...”
지난 주말 서귀포시 앞바다에서 목에 폐그물로 보이는 밧줄에 칭칭 감긴 채 죽은 멸종위기종 붉은바다거북을 목격한 강용옥 씨.
강 씨는 “지난해에도 비슷한 장소에서 낚싯줄에 걸린 바다거북을 보고 해경에 신고한 적이 있다”며 이런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 방치되는 폐어구, 희생되는 해양생물
2021년부터 바다에서 폐사한 바다거북은 확인된 것만 120마리를 넘는데 이 중 20% 정도는 사람에 의해 버려지거나 유실된 폐어구 때문에 죽었습니다.
바다 곳곳에 진을 치고 있는 폐어구에 무분별하게 해양생물이 희생되는 고스트 피싱 즉, 유령어업 피해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버려지는 폐어구양도 어마어마합니다. 연간 5만t에 달하는 해양쓰레기가 우리나라 바다에 버려지는데 이 중 3.8만t, 70% 이상이 폐어구입니다.
폐어구 수거나 반납 제도 등을 통해 상당량이 치워지지만 매년 바다 속에 방치되는 폐어구는 연간 5,000t에 달합니다.
■ “생분해성 어구 다 써야 바다 환경이 좋아지지”
“생분해성 어구를 다 써야만 바다 환경이 좋아지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예산이 줄어든 건지 지난해 200개까지 받았던 거를 올해는 50개뿐이 못 받아요.”
폐어구 문제를 해결할 대안 중 하나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분해되는 생분해성 어구 보급이 수년 째 정부 보조금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생분해성 어구를 5년 넘게 쓰고 있는 어민 이강구 씨는 사용 초기 때보다 탄력 등 상품성이 많이 나아졌다고 느낍니다.
이에 힘입어 올해 제주시가 실시 중인 생분해성 어구 보급 사업에도 적지 않은 어민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수요도 예년보단 늘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많이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왜 일까. 예산이 확 줄었기 때문입니다.
■ 제주시 예산은 줄었는데
올해 생분해성 어구 보급 예산은 4억 7,000만 원. 지난해에는 7억 5,000만 원이었던 게 40%가량 급감했습니다.
지원 물량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이 생분해성 어구 제주에서는 참조기 어선이 주로 씁니다. 생분해성 어구는 길이 50m, 폭 16m 크기로 보급됩니다.
올해 어선 1척당 배분되는 어구 물량은 50개 안팎입니다. 어민들 사이에서는 ‘조업하기 택도 없는 물량’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생분해성 어구를 어민들이 지원을 받고 맘껏 써보고 괜찮으면 더 많이 활용하라는 정부 보조금 사업 취지가 정작 예산이 줄면서 탄력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 사람이 버린 폐어구.. 예산 문제 ‘이대로 지속되나’
게다가 정부에서 나오는 보조금 배정 우선순위에서 제주가 다소 밀릴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면서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서해에서 조업하는 꽃게 자망 어선에서 어구 회수가 부진하다 보니 이 지역에 생분해성 어구 예산이 더 투입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 세수 평크 문제까지 겹치면서 전반적인 보조금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
어찌됐든 제주시는 지속가능한 어업 환경과 청정 바다 보존을 위해 생분해성 어구 보조금 예산 확대를 지속적으로 건의해 나갈 방침입니다.
이와 함께 어구 수거, 반납 보상 관련 제도도 이어간다는 목표입니다.
■ 생분해성 어구 등 폐어구 대책 탄력 받으려면
정부가 돈을 대면서까지 추진 중인 이 보조금 사업.
어민들이 버려진 폐어구 수거부터 투기나 유실 방지 노력을 뒷전으로 한다면 생분해성 어구 보급은 있으나 마나한 정책이 될 것처럼 보였습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지난 3월 발표한 2024 제주어민의 눈으로 본 제주바다 보고서에서 한 어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30년 정도 배를 탔는데, 내가 버렸던 쓰레기가 그물에 다 걸려 나오더라. 배하는 사람 치고 이 문제 모른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어선하는 사람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멸종위기 해양생물은 신음하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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