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보증 취소한 HUG···공정위, 약관 시정 권고

김세훈 기자 2024. 11. 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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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신촌 거리에서 지난 6월23일 열린 ‘신촌·구로·병점 100억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피해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전세사기 피해자가 아무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일방적으로 보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약관 조항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을 권고했다.

공정위는 HUG의 ‘개인임대사업자 임대보증금 보증 약관’을 심사해 보증 취소 관련 조항을 수정·삭제하도록 시정권고했다고 5일 밝혔다. 시정권고 기한은 60일이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시정명령과 고발도 당할 수 있다.

임대사업자는 임대보증금 보증 약관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그런데 현행 약관은 임대인이 사기 또는 허위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거나, 이를 근거로 보증을 신청할 경우 임차인의 귀책사유가 없어도 HUG가 보증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 때문에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잘못 없이도 보증이 취소될 수 있었다.

실제로 부산에서 임대인 1명이 임차인 150여명에게 전세보증금 190억여원을 가로챈 사건이 벌어졌는데, HUG가 약관을 근거로 보증을 취소하기도 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부당하게 임대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공정위에 신고했고, 일부는 HUG와 민사소송을 벌이고 있다.

공정위는 약관심사자문위원회의 자문 등을 거쳐 HUG의 약관이 약관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임대인의 귀책사유만으로 보증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임차인의 합리적 기대가 깨지도록 한 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 공정위는 해당 약관이 또 보험계약자의 사기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어도 피보험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없으면 보험 금액을 지급하도록 한 상법 취지에도 반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해당 약관이 국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민간임대주택 제도의 목적에 맞지 않고, 임차인의 기본권리도 제한한다고 했다.

공정위는 개인임대사업자 보증 외에도 법인임대사업자와 개인 간 임대를 대상으로 한 보증상품 약관에 있는 유사한 조항도 수정하도록 HUG와 협의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추후 HUG와 해당 약관조항에 대한 시정협의를 진행해 이행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다만 이미 체결된 계약을 무효로 할 수는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향후 HUG가 권고에 따라 조항을 시정하면, 상품 가입 전세사기 피해자가 임대보증금을 돌려받지 못 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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