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도 사람도 돈도 없이 어떻게 '저출생 반전'을 한다는 건가"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정부가 저출생 문제를 "국가적 위기"로 규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도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살펴보면 내년도 저출생 대응 관련 예산은 놀랍게도 0원이다. 구체적으로 저출생 문제를 타개할 새로운 정책 예산은 전무하며, 기존 제도 개선조차 지방정부나 고용보험기금 등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오죽하면 국회예산정책처가 정부의 내년도 저출생 예산에 대해 "2025년 소요 예산에 대해서도 2025년 정부예산안에 편성하지 않았으며, 다른 재원 확보 방안을 명확하게 발표한 바가 없는 상황"이라는 문건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을 정도다.
국회 저출생·축소사회 대응 포럼은 '2025 저출생 예산 분석 및 국회 예산 심의방향 토론회'를 열어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 저출생 축소사회 대응 포럼의 대표의원은 백혜련, 김정재 의원이고 책임연구의원은 박상혁, 박정하 의원이며 김영환, 남인순, 서삼석, 전용기, 한준호, 홍기원, 김남희, 김대식, 김선교, 김성원, 김영배, 김윤, 김장겸, 맹성규, 배현진, 서미화, 이강일, 이만희, 임미애, 정희용, 조배숙 의원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백혜련 의원은 "저출생 예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저출생과 연관됐다고 보기 모호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정책 수요자가 요구하는 일·가정 양립에 대한 지원에도 비교적 적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라며 "또한 가족수당, 출산전후 휴가, 유아교육보육서비스 등으로 구성된 우리나라의 가족분야 공공 지출은 GDP 대비 1.6%로 OECD 평균인 2.1%보다 낮다. 지난 10년동안 유럽에서 합계출산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프랑스의 가족분야 공공 지출 2.9%의 절반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김정재 의원은 "저출생 대응 예산의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채로 2025년도 예산안이 편성되면서, 우리 연구모임은 이번 정기국회의 예산 심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절감하고 있다. 효과적이고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예산이 정책 수요자의 요구에 맞게 배분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박찬대 의원은 축사에서 "정부가 저출생, 고령사회 대응을 총괄하는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발표한 것은 긍적적이지만, 단순히 조직을 확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도록 예산, 사업 범위, 부처 간 역할 분담 등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국회입법 단계부터 철저히 이뤄져야"함을 전하고,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KDI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3년 시행계획상 저출생 대응 예산 47조 원 중 저출생 대응과 직결되는 핵심과제에는 23.5조 원이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저출생 대응에 효과가 크고 정책 수요자의 요구가 높은 일·가정 양립에 대한 지원은 8.5%에 불과했다. 이는 사업 예산의 배분 및 조정을 포함한 저출생 대책의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임을 말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유재민 국회 예산정책처 사회예산분석과장은 "저출산 문제에 원인과 대책이 불분명한데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곤 했지만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될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행안위에 계류중이고, '저출산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서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인구위기대응특별회계 신설 법률안은 국회에 아직 제출되지도 않았다. 그러면서도 내년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인구전략기획부 예산은 편성되지 않았는데 유재민 과장은 내년도 저출산 대응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육아휴직 급여 인상 등 모성보호육아지원 관련 정책은 고용보험기금에서 집행하고, 유보통합 등 국가보육 강화 예산은 지방 교육청 예산으로 집행하는 상황에 대해 정부의 재원 마련과 정책 집행 의지가 있는지 의문임을 전했다.
토론 패널로는 한성민 KDI 공공투자정책실장,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김영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 김평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정책평가팀장이 참가했는데, 이 자리에서 한성민 실장은 "2025년 예산안 기준으로 저출생 대응 사업예산은 총 19.6조원 정도로 파악된다. 그러나 저출산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 중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 확대', '5세 무상교육 실시', '교사 대 영유아 비율 개선' 등의 사업예산은 해당 예산안에 불포함된 상황이다. 관련 예산만 6.5조원"임을 밝히고 "저출생 문제는 한 분야의 문제 해결만으로는 반전이 쉽지 않은 영역이다. 따라서 여러 대책이 동시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만 출산율 제고라는 정책의 기대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한시라도 빨리 관련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한편, 아직 구체적인 예산, 조직규모, 사업범위, 부처간 역할 분담 등에 대해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인구전략기획부에 대한 논의가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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