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명예훼손 재판부 "허위사실이 공소장에 파묻혀 있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 또 검찰 측에 뉴스타파 보도 중 '허위사실' 특정 요구
검찰 측 "어떤 부분이 허위이고 왜 허위인지 설명 필요, 시간 할애해달라"
19일 뉴스타파 보도 중 허위부분 특정하는 서증조사 기일로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뉴스타파와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5일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뉴스타파 vs 윤석열) 사건 네 번째 공판에서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허경무 판사는 검찰 측에 '2022년 3월6일자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 보도 중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허위인지 특정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2일 두 번째 공판 때도 허 판사는 검찰 측에 '허위사실'이 어떤 대목인지 특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2일 검찰에 '공소장 일본주의(공소장에 다른 자료말고 범죄사실만 적어달라는 원칙)'에 위배되는 부분을 덜어내도록 공소장 변경을 요구(석명준비명령)한 취지와도 연결된다.

이날 오전 공판에선 2022년 3월6일자 뉴스타파 보도 등에 대한 서증(증거로 제출한 문서)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는데 검사와 판사가 '허위'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로 이날 서증조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검찰 측 요구대로 별도 기일(11월19일)을 잡아서 '해당 뉴스타파 보도'와 '해당 보도의 토대가 되는 2021년 9월15일자 김만배·신학림 녹취, 보도에 나오진 않았지만 이틀 뒤 9월17일자 김만배·신학림 녹취 등에 대한 서증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 허 판사는 “어떤 것이 허위사실인지 확인을 해보고 재판을 진행해야 선명하게 눈에 그려지면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양측(검찰·피고인들)에 의견을 구했다”며 “2022년 3월6일자 뉴스타파 기사가 핵심인데 공소장에 나온 기사, 동영상 포함해서 서증조사를 일부 진행하기로 했다”고 한 뒤 검찰 측에 설명을 요구했다.

검사가 각 증거가 어떤 내용인지 설명을 시작하자 신학림 측과 김용진·한상진 측에서는 모두 2021년 9월15일자 녹취록 전체를 틀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에서 김만배와 신학림이 사전에 짜고 '허위프레임'에 대한 대화내용을 녹음했다는 취지로 기소했는데 실제 녹취를 들어보면 사건과 관련 없는 내용도 있고 대화 분위기를 통해 이들이 오랜만에 만난 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게 피고인 측 주장이다.

허 판사는 “허위사실이 뭔지만 검토하려는 것이니 법정에서 장시간 시시콜콜한 내용을 들을 필요는 없다”며 잠시 휴정한 이후 검찰과 변호인 측에 각각 녹취 중 들어봐야 하는 부분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휴정 후 검찰 측은 “(9월15일자)김만배·신학림 녹취록과 남욱의 조서가 재료로 활용돼 뉴스타파 보도가 됐는데 당연히 기사가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면 9월15일자 녹취 부분을 상세히 말씀드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공소장에 나오는) 경향신문 기사와 뉴스버스 기사도 있고, 뉴스타파 기사만 설명하는데도 꽤 많은 설명이 필요한데 시간을 할애해달라”고 했다. 판사가 예상 소요시간을 묻자 검사는 “4시간에서 6시간, 한 기일 정도 달라”고 했다.

검찰 측 주장의 핵심은 김만배가 2021년 9월15일 신학림을 만나 대화하기 전부터 이재명 대선 후보를 당선시키고 윤석열 대선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윤석열 수사 무마'라는 허위 프레임을 만들고 이를 통해 뉴스타파, 경향신문, 뉴스버스 등 언론사에서 '윤석열 수사 무마 의혹'이 보도됐다는 것이다. 대장동 사건의 관련자를 이재명 후보에서 윤석열 후보로 프레임 전환을 하기 위한 과정을 설명하는 게 검찰 측의 주된 관점이다.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서도 김만배·신학림 녹취록과 남욱의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내용 등을 편집한 결과 기사에서 말하는 궁극적인 내용이 허위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반면 판사는 범죄사실, 즉 피고인인 김만배가 구체적으로 어떤 허위사실을 말했는지, 뉴스타파 소속 김용진·한상진이 얼만큼 그 허위사실을 인지했는지 혹은 편집과정을 통해 허위사실을 만들어냈는지 등을 검찰이 특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허 판사는 “기사 내에서 허위사실이 구체적으로 뭔가. 김만배·신학림 둘 사이 녹취록부터 (허위가) 만들어진 것인가. 일부분 사실이 있나. (녹취록에서) 일부 허위사실을 담고 있는 건가. 김만배는 제대로된 말을 했는데 뉴스타파 측에서 짜깁기해서 허위사실로 둔갑을 시켰는가. 뉴스타파가 기사와 유튜브 영상을 기재했는데 그 부분에서 허위사실이 뭐냐. 해당 기사에서 저희가 눈으로 확인해보자고 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기사는 기자 한명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낸 기사가 아니라 단계별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나. 허위사실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가 공소장에 파묻혀 있다. 그걸 확인해보고 싶은데 6시간이나 걸리냐”고 재차 물었다.

이에 검사는 “2021년 9월15일 김만배가 신학림에게 대화 당시 했던 '대검 중수부 수사내용'이 허위라는 부분을 밝히고 허위라는 걸 알면서 (보도에) 삽입했으면 (뉴스타파에) 책임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9월15일자 녹취록을 설명하는 것이고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며 “2022년 3월6일자 기사 중 무엇이 허위인지 지적하기로는 부족하니 시간을 할애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별도 기일을 잡아 뉴스타파 보도 중 어떤 부분이 허위인지 특정하는 서증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서증조사는 오는 19일로 정했다. 결국 재판부가 사전에 검찰 측에 허위부분 특정을 요구했고 이날 오전 이를 검찰이 설명할 예정이었지만 판사와 검사가 '허위'에 대해 관점의 차이를 보이고 피고인 측에서 검사 측 서증조사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며 이날 서증조사가 무산된 것이다.

허 판사는 “19일에 9월15일자 녹취 전체(1시간12분 분량)를 틀겠다. 녹취는 다 듣지만 양측 설명은 최소한으로 해달라”면서 “노파심에서 말씀드리는데 이번 서증조사 목적은 범죄성립여부를 따지는 게 아니라 허위사실을 특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검사는 “최대한 줄여서 설명하겠다. 어떤 부분이 허위이고 왜 허위인지 설명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