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종이 분리수거장에 수상한 안내문..."쓰레기통 아닙니다"[르포]

도쿄(일본)=김성진 기자 2024. 11. 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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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쿠후는 일본말로 국부(國富)를 뜻한다.

일본은 쓰고 버린 종이가 국부라고 여긴다.

일본의 종이 재활용 체계를 살펴봤다.

지난 2일 일본의 한 종이 분리수거장에 뜻밖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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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는 코쿠후데쓰] ①일본인에 폐지는 국부
[편집자주] 코쿠후는 일본말로 국부(國富)를 뜻한다. 일본은 쓰고 버린 종이가 국부라고 여긴다. 일찍이 1970년대에 폐기물 관련법에 '폐지는 폐기물이 아니다'라 못 박았다. 아무도 안 가져가려는 폐기물이 아니라 자원이란 의미다. 이후 종이의 재활용 체계를 정비해 지금은 '아파트가 많아 재활용을 잘한다'는 한국보다 적어도 20년은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길거리에 폐지 줍는 어르신도 없다. 일본의 종이 재활용 체계를 살펴봤다.

일본 도쿄 모 대학 근처의 공동주택 지하 종이수거장. "쓰레기통이 아닙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라 써 있다. 그 뒤로 골판지와 신문지, 잡지, 우유팩, 그밖의 종이를 따로 버리는 5개의 수거함이 있다./사진=김성진 기자.
지난 2일 일본의 한 종이 분리수거장에 뜻밖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다 쓰고 버린 폐지를 모은 수거함인데 "쓰레기통이 아닙니다"라 적혀 있었다. 옆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란 문구도 있었다. 하지만 수거함에는 흰 종이와 펼쳐진 우유팩, 과자상자 등이 버려져 있었다.
폐지가 아니라 고지, 국부
일본 도쿄의 종이 수거업체 아라이상점에 골판지(왼쪽)와 모조지(고급 아트지인 백상지·오른쪽)가 쌓여있다. 두 종이 모두 다른 종이로 재활용한다. 자원으로서 가치 때문이 일본은 다 쓴 종이를 버려야 하는 폐지가 아니라 오래된 고지라 부른다./사진=김성진 기자.
일본은 다 쓴 종이를 한국처럼 쓰레기라 보지 않는다. 버리는 종이, 폐지라 부르지도 않는다. 대신 오래된 종이라는 뜻의 '고지'라 부른다. 일찍이 1970년대에 일본은 '폐기물 관리에 관한 법'에 종이는 "폐기물 처리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자원으로 관리하겠다는 선언이었다.

폐지는 소각·매립하지 않을 시 신문지와 인쇄용지, 각종 박스, 휴지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6~8번 재활용할 수도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은 폐지를 확보하려고 경쟁한다. 전세계에서 한해 수출입되는 폐지는 약 2000만톤이다. 일본은 약 200만톤을 수출한다.

일본에서 폐지 수출업을 하는 이명호 고지재생촉진센터 국제위원은 "일본에서 폐지는 경제적 가치가 있다는 유가물(有價物), 국가 경제에 중요한 코쿠후(國富·국부)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지난해 종이를 약 2200만톤 생산했고 이중 약 1700만톤(77%)을 회수해 재활용했다.
5가지 분리배출…신문, 우유팩 따로 버린다
일본 도쿄의 또 다른 종이수거장. 신문과 잡지를 나눠버린다./사진=김성진 기자.
일본은 종이를 △골판지 △우유팩 △신문지 △잡지 △잡고지(기타 종이) 5가지로 버린다. 가정집과 공동주택마다 수거함을 다섯개 두고 한 종류의 종이만 버린다. 수거업자나 지방자치단체가 월~금 닷새 동안 하루에 한 종류만 수거한다. 정해진 날이 아닌 날에 버린 종이는 수거하지 않는다.

이렇게 분리배출하는 이유는 '순도' 때문이다. 순도는 종이 재활용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제지회사가 휴지를 만들기 위해 폐우유팩 더미, 신문지를 만드려 폐신문지 더미를 납품받았는데 이물질이 섞여 있으면 향후 재활용해 만드는 종이의 품질도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일본은 폐골판지, 폐신문지, 폐우유팩 등의 순도가 90%를 넘는다. 한국은 손도 못댈 정도로 여러 지종이 섞여 온다. 그래서 일본의 폐지를 수입해 쓴다.

일본이 수준 높은 분리배출을 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 '국민성'이 꼽힌다. 종이 수출업체 다이와 시로의 도쿠마사 야구라 대표는 "일본인은 예부터 무엇이든 버려지면 '아깝다'는 생각이 강했다"며 "재활용을 열심히 하려는 국민성, 폐지의 순도가 높지 않으면 받지 않는 제지회사들의 엄격한 기준이 일본 고지의 품질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지원도 큰 역할을 했다. 일본 정부는 1974년 발족한 고지재생촉진센터가 민간단체로서 성격이 강함에도 행정·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해당 센터는 전국에 출장소를 설립하고 의무교육에 올바른 분리수거법을 포함해 폐지의 수집·처리 체계를 뒤바꿨다.

국내의 한 폐지 수집상은 "한국은 골판지와 우유팩 등 온갖 종이가 섞여 온다"며 "일본처럼 폐지의 순도를 높이려면 교육도 강화하고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정부와 지자체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도쿄(일본)=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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