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팝업의 조건, ‘놀이·포토 스폿·셀러브리티’

2024. 11. 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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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타운’이 된 성수동
핫한 팝업 스토어의 조건은 무엇인가

눈만 뜨면 새로운 팝업 스토어가 생겨나고 있다. 특히 서울 성수동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팝업 머신일 것이다. 브랜드들도 고민이다. 아직 팝업 스토어를 열지 않은 브랜드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열린 한 팝업스토어 앞에 사람들이 긴 줄을 서 있다(사진 매경DB).
성수동, 동네 자체가 팝업 스토어

온갖 맛집들이 몰려있고, 디올 같은 명품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부터, 아더에러 등과 같은 한국을 대표하는 로컬 디자이너 브랜드 숍까지 포진한 성수동에는 최근 오픈한 무신사 스토어 등과 같은 편집숍들도 다양하게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성수동은 트렌드를 이끄는 또 다른 수식어를 하나 더 부여받는다. 바로 ‘팝업 스토어’다.

매해 트렌드 키워드를 꼽음에 있어 팝업이라는 단어는 몇 해째 지속적으로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짧으면 며칠, 길면 한두 달 정도밖에 되지 않는 기간 동안 가게를 운영하며, 그 속에서 지속적 비즈니스를 존속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었지만 오판이었다. 패션 매거진을 제작하고 있는 나의 메일함만 봐도 이 분위기는 충분히 감지된다. 한두어 개 건너마다 ‘팝업 전시’ ‘팝업 스토어’ 등의 제목을 가진 메일들이 존재한다. 압구정, 청담동, 북촌 한옥마을, 서울 시내 백화점 곳곳 등 다양한 위치에서 팝업 스토어가 열린다. 그중에서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은 다름 아닌 성수동이다.

메종 마르지엘라의 팝업 전시(사진 메종 마르지엘라)
성수동 일대를 거닐어 보았는가? 그곳에서 가장 자주 발견한 문구는 ‘팝업 문의’다. 성수동의 많은 건물들은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일단 어느 정도 규모가 되고, 접근 가능한 위치에 있으면 임대를 주기보다는 팝업 스토어를 열려는 기업 혹은 브랜드에 단기 임대를 주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뉴트로한 무드를 가진 건물이거나, 모던한 분위기를 가진 건물이면 더욱 그렇다.
팝업의 목적, 판매와 브랜딩
업계 관계자들은 “요즘 팝업 스토어를 하지 않으면, 회사에서는 ‘대체 너희는 뭣하냐?’ 식의 질책을 듣는다”고 한다. 또한 “팝업 오픈 후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 등을 불러서 SNS 바이럴 마케팅을 하는 것까지가 업무”라고도 했다. 과연 효과가 있을까. 관계자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이미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들은 입소문만으로도 알아서 고객들이 찾아오지만 신생 브랜드이거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의 경우에는 조금 인기가 많은 연예인들을 부른다거나, 큰 이벤트를 성대하게 열거나 해야 한다고 답했다. 문제는 이게 다 ‘돈’이라는 점.
(위)로에베 온러닝 협업 팝업 스토어(사진 로에베) (아래)론진 신제품 팝업 스토어(사진 론진 코리아)
팝업 스토어를 하기 위한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질문해 보았다. 이에 대해 그는 “제일 먼저 장소를 구해야만 한다. 유명한 장소는 비싸다. 기간에 따라 금액도 다르다. 일단 장소를 확정하면 어느 정도의 예산 규모가 정해진다. 그곳에 무얼 채워 넣을지도 예산과 직결된다. 팝업 스토어는 잠시 여는 공간이지만 어지간한 매장 하나 오픈하는 것만큼의 자본이 투입된다”며 “2~3억 원의 예산 투입은 기본”이라고 했다.

놀랄 만한 금액이다. 과연 그 자본을 투여해 팝업 스토어에서 기업이나 브랜드가 얻으려는 건 무엇일까? 첫 번째는 ‘매출’이고, 두 번째는 ‘브랜딩’이다. 그러니까 전시 개념의 팝업이 아닌,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팝업 스토어는 예산 이상의 수익을 거두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의미다. 브랜딩 역시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팝업 스토어를 꾸미는 브랜드가 주요하게 목표로 하는 바다.

(위)서울시 첫 팝업스토어 ‘2024 서울라이프’(사진 서울시) (아래)케이스티파이 ’Flip your way - the CASETiFY Experience’ 팝업 스토어(사진 케이스티파이)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이 팝업을 전파함으로써, 브랜드를 알리거나, 상품을 소개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토어 개념으로 물건을 파는 브랜드들도 매출은 물론 자신을 널리 알리는 것이 목표다.물론 수많은 팝업 스토어들 중 모두가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누군가는 크게 성공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상사에게 엄청나게 혼날 만큼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을 것이다.

요즘 나의 아내도 회사에서 연일 야근 중이다. 곧 팝업 스토어를 오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늘 말한다. “예산은 크게 지원되지 않는데, 회사에서 원하는 것들이 많아”라고. 약 1주일간 팝업 스토어를 차리는 데, 공간 임대료만 몇 천만 원이 든다. 그곳을 콘셉트에 맞게 꾸미는 데 또 몇 천만 원이 투입된다. 여기에 미디어나 인플루언서 등을 부르기 위해 제작하는 인비테이션(초대장, 카드 한 장만 보낼 수 없으니 기프트 제품을 많이들 제작한다)에 또 수백만 원이 투입된다.

(위)농심 일본 도쿄 하라주쿠 ‘신라면 팝업 스토어’ 조감도(사진 농심) (아래)리바이스 성수동 ‘진;정성’ 팝업 스토어‘에 대기줄이 늘어서 있다(사진 매경DB).
이렇게 뭘 할 때마다 늘어나는 예산을 계산해 보면 1억 원을 훌쩍 넘긴다. 빡빡한 예산으로 이걸 준비하려니 내부 관계자들은 죽을 맛이다. 그만큼 업무량도 많다는 뜻이다. 팝업 스토어에서는 제품도 판매한다. 아내는 이 부분을 두고서도 걱정이 태산이다. 여느 브랜드처럼 너무 잘 알려진 브랜드가 아니다 보니, 팝업 스토어를 홍보해서 소비자를 유입시키고, 또 그들의 지갑을 열어 제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것까지가 그녀에게 주어진 미션이다. 대부분의 팝업 스토어 담당자들이 짊어진 숙제이자 짐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성수동 건물주들이 광고 대행사에 자기 건물을 위탁하고, 혹은 임차인들이 자신이 빌린 건물을 다시금 팝업 스토어 용도로 재 임대하는 방식으로 팝업 스토어 트렌드의 밑그림이 시작된다. 여기까지는 하드웨어적 부분이다. 이제 그 공간에 어떤 그림을 펼칠지는 그 공간을 임대한 자들의 몫이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요소들을 꼭 넣어야만 하는 걸까? 각 기업과 브랜드가 전하고자 혹은 판매하고자 하는 콘셉트를 어떻게 공간 안에 녹여 소비자의 발걸음을 유혹할 것인가? 이 부분이야말로 팝업 스토어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포인트가 될 것이다.

잠실 월드몰 트와이스 팝업스토어 포스터(사진 롯데쇼핑)
팝업의 타깃 세대, 놀이를 중시하는 트렌드
어쩌면 그 고민의 첫 시작점은 현대 소비자들 파악이 아닐까 싶다. 많은 브랜드들이 SNS를 또 하나의 얼굴로 이용하고 있는 새로운 세대를 타깃으로 팝업 스토어를 준비한다. 일단 ‘놀이’를 중시하는 트렌드를 주목하자. MZ세대는 특별한 놀이에는 돈을 쓰지만, 짧게 시간을 때우는, 일종의 킬링 타임용 놀이에는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을 팝업 스토어로 끌어들이기 위해선 ‘놀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전개되는 이벤트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공짜로 이벤트에 참여했는데, 어떤 상품까지 받는다면? 그 상품이 굳이 값나가는 어떤 것이 아니어도 된다. 요즘 유행하는 키링도 되고, 할인권도 되고, 커피 쿠폰이어도 관계없다. ‘공간에 들러 어떤 게임 챌린지를 하니까 무엇을 얻게 되더라’라는 프로세스가 소비자에게 인식되면 만사형통이다. 혹은 그 속의 구조물을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는 전시 형태여도 좋다.

메종 마르지엘라 팝업 전시(이미지 매경DB)
두 번째는 ‘포토 스폿’이다. 무조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필연적으로 존재해야만 한다. 사진을 촬영하고, ‘내가 여기 다녀갔음’을 멋지게, 예쁘게, 고급스럽게 자랑할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된다. 그래서 관계자들은 포토 스폿을 만들고, 동시에 그곳에 어떻게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이 포토 스폿은 꼭 팝업 스토어에만 적용되는 요소는 아니다. 레스토랑, 카페 등을 위시한 모든 공간 비즈니스에 있어 가장 필수적 요소이다.

팝업 스토어의 마지막 필수 요소는 가장 기본적인 트렌드다. 바로 ‘셀러브리티 또는 인플루언서 활용 전략’이다. 단적인 예로 당신이 연예인과 패션에 관심이 있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최고의 화제는 해외에서 치러지고 있는 패션위크일 것이다. 밀라노 패션위크에는 수많은 연예인이 참석했다. 세븐틴 호시, BTS 진, 뉴진스 하니, 스트레이키즈 현진, 에이티즈 산, 엔하이픈, 에스파 카리나 등등. 수많은 매체에서 이들을 연일 보도하느라 인스타그램 피드는 터져나간다.

이미지: 픽사베이
젠틀몬스터 팝업 스토어에 아이돌 그룹 라이즈가 오고, 최근 어떤 캐주얼 브랜드에는 배우 김선호가 다녀갔다. 이렇게 셀러브리티를 활용하면서 각 분야에 맞는 인플루언서(유튜버 포함)를 초청한다. 물론 계약 조건이 있다. 행사 방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한 만큼, 그들 본인의 계정에 사진 또는 영상을 업로드해주는 조건이다. 여기에 덧붙여 미디어를 부른다. 그럼 그들이 각 미디어 이름이 새겨진 마이크를 들고 인사말을 건넨다. 작금의 모든 이벤트들은 이 절차를 무조건 따른다.

이제 팝업 스토어는 모든 기업 또는 브랜드가 해야만 하는 필연적 마케팅 및 PR 전략이 되었다. 그래서 팝업 스토어 행사 한 번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기업 또는 브랜드처럼 보이기 일쑤다. 돈이 많아도 적어도 걱정이긴 매 한가지다. 그들의 공통적 리스크는, ‘과연 들인 만큼 결과물이 산출될까?’라는 것. 일단 사람이 많이 다녀가기만 해도, 그래서 SNS상에 자신의 팝업 스토어가 꽤 노출되기만 해도 성공이라 치부할 만하다. 왜냐고? 수많은 팝업 중에 이렇게 되기까지 많은 피 땀 눈물이 투여되어야 하기에 그렇다.

이미지: 픽사베이
나 역시 일개 소비자다. 그렇지만 업계 현실을 비교적 잘 아는 소비자로서, 정말 별 볼 일 없는 팝업 스토어조차도 담당자의 많은 노력이 투여되었음을 알고 있다. 이 탓에 허투루 평가하기란 참 쉽지 않다. 하지만 소비자는 냉정하다. 그러니까 그들의 구미가 당기는 요소들을 잘 넣어야 하고, 브랜드에 맞는 셀러브리티나 인플루언서를 경제적으로 잘 활용해야만 한다. 세상의 모든 팝업 스토어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글 이주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매경DB, 각 브랜드 제공]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2호(24.10.2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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