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살 위기 청소년 '긴급 출동' 3배 급증 [청소년 마음건강 심층 기획]
[EBS 뉴스12]
청소년들의 마음건강 문제를 들여다보는 연속보도 이어갑니다.
우울이나 불안 같은 정서적 문제부터 자해와 자살 시도까지 청소년들의 마음건강을 나타내는 지표는 나빠지는 추세입니다.
더 큰 문제는 마음속 위기 징후를 숨긴 채 방치된 청소년들은 훨씬 더 많다는 건데요.
실제 EBS 취재진이 모바일 기반의 청소년 상담 데이터를 분석해 봤더니, 자살 시도가 우려될 정도로 극단적인 상태에서 신고된 건수가 지난 1년 사이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진석, 배아정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리포트]
밤 11시,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에서 일하는 서우영 상담사가 출근합니다.
야심한 시각이지만,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아이들의 상담 요청이 끊이지 않습니다.
출근한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코드 블루'가 떴습니다.
"지금 처음에 들어오면서 자살, 자해 충동이 들어요. 충동이 너무 심해서 자기는 병원에 입원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거든요. 상담에서."
구체적인 자살 방법을 언급하는 등 긴급한 상황일 경우, 상담사는 경찰이나 구급대에 신고하게 됩니다.
약 50분 뒤, 신고자의 상태를 확인합니다.
"OO이 어떻게 됐어요?
-OO구에 있는 OO병원으로 응급 입원 조치 했습니다."
올해 이 센터에서 청소년 자살 시도나 자해 관련 상담으로 신고하는 경우는 매달 평균 29건, 하루에 1명꼴입니다.
112 신고를 하는 와중에도 쉴새없이 울리는 상담창 알림 소리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인터뷰: 서우영 상담사 / 청소년모바일상담센터
"이미 자해를 해가지고 피가 철철 흐르는 상태에서 여기 와가지고 혼자 감당이 안 되니깐. 부모님한테는 혼날까봐 말을 못하고 자기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니깐 오는 거예요. 애들이."
청소년모바일상담센터의 상담 건수는 최근 5년간, 해마다 7만 건 넘게 접수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자살 시도가 심각하게 우려돼 112와 119 출동한 건수는 지난해 기준 65건.
그런데, 올해는 지난 8월까지 이미 238건으로 지난해의 전체 건수를 3배 이상 넘어섰습니다.
인터뷰: 김준원 센터장 / 청소년모바일상담센터
"(하루에 신고가) 10건이 넘어가기도 하는 상황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 신호를 놓칠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고 보고요. 그러기 위해서 저희가 많은 상담원들이 조금 더 대기를 하고 (준비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학생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불안과 우울, 심각하면 자살 충동 문제까지 호소하고 있습니다.
뿌리 깊게 박힌 마음건강 문제를 50년 가까이 지원해 온 또 다른 기관의 이야기를 이어서 배아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서울 19개 한강교량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입니다.
위기의 순간, 학생들은 이 수화기를 들고 한강 다리 위에서 마지막 도움을 기다렸습니다.
한국 생명의 전화에 청소년 전용 상담 채널이 개설되면서, 10대들의 상담 요청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청소년만을 위한 사이버 상담 채널을 만든 이후, 4개월 만에 4천 건이 넘는 상담이 접수된 겁니다.
인터뷰: 하상훈 원장 / 생명의전화
"(청소년들은) SNS를 통해서 의사소통을 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학생들이 자주 사용하는 그런 도구를 통해서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겠다."
10대 학생들은 게시판에 자신의 어려움을 글로 쓰고, 상담원과 채팅. 화상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합니다.
상담하는 이유를 살펴봤더니, 교우관계와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학생들이 가장 많았고, 학업과 진로 문제가 뒤를 이었습니다.
자살과 같은 위기 문제도 524건 접수됐습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건, 우울이나 불안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이소영 전문상담사 / 생명의전화
"보통은 중학생의 나이대 혹은 고등학생의 나이대가 주된 청소년 내담자이기는 한데 최근 들어서 초등학생 내담자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만 10세, 11세, 12세, 이 나이대의 청소년들도 많이 입장을 하고 있습니다."
계속 늘어나고 있는 마음건강 위기 학생.
급증하는 상담 수요는 청소년들의 절박한 호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EBS뉴스, 배아정입니다.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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