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학생배치, 버티기 힘들다"…숨진 특수교사 1학기부터 어려움 호소
[EBS 뉴스12]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결혼을 앞둔 30대 특수교사가 숨진 사건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사고 있습니다.
이 교사는 법정 정원을 넘긴 과밀학급에서 장시간 수업을 하면서, 수개월째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고 하는데요.
특수교육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담겨있는 사안인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보도에 박광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임용 4년 차로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특수교사.
내년엔 결혼까지 앞두고 있었지만, 지난달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고인이 동료들과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를 살펴보면 수개월째 업무로 고통을 느껴온 정황이 나타납니다.
올해 1학기 개학 직전의 대화.
교사 2명이 특수학급을 각각 운영하다 학생이 6명으로 줄어서 학급을 줄였는데, 학생이 추가로 배치됐다는 이야기를 꺼냅니다.
하지만 줄어든 교사 정원은 복구되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교사당 학생 배치가 법정 정원을 넘어선 건데, 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합니다.
설상가상으로 8월에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한 명 더 늘어난 뒤에도 인력 충원 없이, 해당 교사는 혼자 모든 교육을 떠맡았습니다.
또 1학기 말에는 수업 시수가 29시수 즉 한 주 동안 29번의 수업을 맡았다고 동료에게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20시수 정도 안팎을 맡는 초등 특수교사와 비교하면 격무에 시달렸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문제행동이 있는 학생을 지원에 대해 컨설팅을 신청했지만, 1~2년 차 저경력 교사가 투입되면서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를 관리하는 업무도 추가로 져야 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학부모 민원에까지 시달려야 했다는 게 해당 지역 교원단체가 파악한 내용입니다.
인터뷰: 이주연 위원장 / 인천교사노동조합
"숨진 교사는 '일부 학부모들의 과도한 민원'에 내내 시달렸습니다. 민원을 중재해야 할 학교는 오히려 교사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민원을 그대로 수용하라며 관리자 역할을 방기했습니다."
특수교육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가 녹아있는 사안인 만큼, 이번 사안을 개인의 비극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터뷰: 강경숙 국회의원 / 조국혁신당
"특수교육 시스템 확립, 특수교사 정원의 획기적 확대, 교사의 본질 업무 회복 등 '교육공동체의 책임성 회복'을 위해 당장 나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러한 불가역적인 비극은 또다시 반복될 것입니다."
한편, 인천교육청은 학교의 인력 증원 요청에 따라 자원봉사자 3명을 배치했고, 내년도 학급 증설 계획도 세운 상태였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숨진 교사가 재직하던 학교에서 부당한 업무 지시가 있었는지는 확인하겠다는 입장입니다.
EBS 뉴스 박광주입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