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매년 1명씩 압수물 슬쩍한 경찰…정작 분기별 점검엔 “양호”[취재메타]

2024. 11. 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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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물 횡령한 경찰, 5년새 4명
실태점검서 횡령 정황 못찾기도
압수물 지연 등재·지연 입고 빈번
경찰청, 전국 전수조사…결과 발표
편집자주

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a) 행간을 다시 씁니다.

자신이 관리하던 임대형 창고에서 현금 68억원을 훔친 뒤 달아났던 40대 남성 A씨가 지난달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은 A씨가 훔친 현금을 경찰이 회수하고 있는 모습. 이 현금은 압수물로 경찰에서 관리된다. [송파경찰서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박준규 기자] 지난 5년 간 압수물 횡령으로 직위해제 처분을 받은 경찰이 4명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압수물·증거물 통합 관리지침’에 따라 월별, 분기별로 증거물 보관실 운영을 점검한다. 하지만 실제론 지침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사례들이 많았다. 특히 최근 서울경찰청 관내 경찰서 2곳에서 연이어 압수물 횡령 사고가 터졌으나, 분기별 점검 결과에서는 ‘양호’ 판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압수물을 횡령해 직위해제 처분을 받은 경찰은 4명이었다. 2022년 경남경찰청 관내 서 소속 A 경위는 압수물 400만원을 횡령해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다음해 완도경찰서 소속 B 경위는 도박 사건의 압수 증거물인 현금 3541만원을 절도한 혐의로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올해는 9월 한 달 사이에만 서울의 관내 경찰서 2곳에서 압수물 횡령 사건이 벌어졌다. 단위도 ‘억’을 넘었다.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과 소속으로 압수물 관리 업무를 담당했던 C 경장은 불법 도박 사건으로 압수된 현금 약 3억원 가량을 수차례에 걸쳐 빼돌려 현재 구속된 상태다.

서울 용산경찰서 형사과 소속 D 경사는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으로부터 압수한 1억5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사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출고했지만 이후 2년간 반납하지 않았다. 강남서 압수물 횡령 사건 알려지며 경찰서 전수점검 공지가 내려오자 급하게 현금을 채워 넣으려 했는데, 이 과정에서 덜미가 잡혀 구속 송치됐다.

관리지침 깐깐해졌지만, 여전한 ‘슬쩍’

2019년 경찰은 대대적으로 압수물·증거물 관리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여러 문제점을 발견해 압수물·증거물 관리를 강화한 바 있다. 그동안은 수사과가 압수물 관리를 맡고, 경무과가 압수물 보관을 맡았으나, 체계를 정비해 수사지원팀이 압수물·증거물 관리 업무자를 전담하는 식으로 일원화했다.

점검 주기도 짧아졌다. 기존 반기 1회 실시하던 관리 실태 조사는 압수물·증거물 관리담당자는 매일, 관리책임자인 수사과장은 월 1회 실시하도록 규정이 엄격해졌다. 현금이나 귀중품은 증거물 보관실 내 금고에 보관하도록 이중 보안이 요구됐다. 하지만 이런 깐깐해진 지침에도 횡령은 근절되지 않고, 적발은 늦어졌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태가 반복됐다.

근 한 달 사이 2차례나 억 단위 압수물 횡령 사건이 발생한 서울경찰청의 올해 1~3분기 통합증거물실 점검 결과를 살펴보면, 3분기 연속 입·출고 관리 및 증거물 보관 관리 상태 등이 양호하다는 결과를 내놨다. 강남경찰서에서 횡령한 C 경장의 경우 지난 6월부터 수차례 현금을 빼돌렸지만 분기별 점검에서 적발되지 않은 것이다.

2023년 9월 전남경찰청이 추가적으로 실시한 경찰서 통합증거물 관리 실태 집중 점검 결과 보고서에는 압수물 관리 개선 필요 사례가 실렸다. [경찰청·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전남경찰청 역시 분기별 점검에서 B경위의 횡령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횡령이 알려진 다음에야 통합증거물 관리 실태를 집중점검했다. B경위는 2022년 10월부터 2023년 9월까지 현금을 약 14차례 걸쳐 빼돌렸는데, 앞선 점검결과에서는 “보관상태가 양호하다” 등의 평가만 있었다. 사건이 벌어진 이후 실시된 집중 점검 결과에서는 ▷압수물 봉인 시 담당 수사관·부서팀장 확인 날인 없이 봉인하여 관리 ▷입고된 압수물 입·출고시 압수물 입출고 대장 미기재 등의 문제점이 발견됐다.

현장 경찰관 사이에선 여전히 압수물 관리가 허점투성이란 목소리가 있다. 전담 관리자가 아니어도 증거물 보관실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고, 압수물 입출고 대장을 기재하지 않아도 폐쇄회로(CC)TV와 일일이 대조해보지 않는 이상 적발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노후화된 구형 금고와 주기적으로 변경하지 않는 금고 비밀번호 등도 문제다.

압수물·증거물 지연 등재와 지연 입고 반복도 문제다. 압수된 증거물은 압수 조서를 작성해 형사사법포털(KICS)에 등재 후 1일 이내 압수물 관리자에게 인계해 보관실에 입고되어야 하는데, 일련의 과정이 늦어지면 압수물이 분실될 가능성이 높다. 사건이 종결된 이후 폐기까지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압수물은 사건과 직결된 중요 증거 자료이며 때문에 이를 횡령한 사건은 유실물이나 공금 횡령 등과 달리 경찰의 신뢰와 직결되는 엄중한 문제”라며 “압수물 입고 처리와 폐기 처리까지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고 현장 근무자와 관리자가 서로를 견제하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직 경찰관들의 압수물 횡령 비위가 잇따르자, 경찰청은 지난달 전국 경찰서를 대상으로 증거물 관리 현황 전수조사를 벌였다. 이를 바탕으로 관련 지침 개선안을 곧 내놓는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4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전수조사 결과) 압수물 입고가 지연된 사례는 몇 건 발견돼 지침 위반 사례에 대해선 즉시 시정 조치했고 향후 재발방지를 위해 관리 방식을 개선했다”고 덧붙였다.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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