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빛수원] 수원시, 새빛톡톡으로 시민 ‘협치’…더 넓게, 더 정교하게
지방행정에서 시민의 참여는 어디까지 확대되고 어느 정도 향상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수원특례시가 시민과 협치하는 과정을 보면 된다. 수원시는 초등학생까지 지역 문제 해결에 참여하도록 폭을 넓히고, 아이디어를 반짝이는 정책으로 정교하게 다듬고, 주요 지점마다 시민의 의견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 시민의 참여를 쉽게 만드는 새빛톡톡 활용부터 협치를 주제로 한 축제까지 수원시 민·관 협치의 사례를 확인해 본다.
■ 수원시 초등학생, 새빛톡톡으로 협치를 배우다
“지역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한 결과로 상을 받아서 기분이 좋아요!”
지난 1일 오후 수원시청 중회의실이 어린이들의 활기찬 목소리로 가득 찼다. 100여명의 학생들은 자신의 제안을 직접 발표하고자 ‘2024 수원 협치 정책 축제’에 참여한 지역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었다.
학생들은 순수한 시각으로 톡톡 튀는 의견을 발표했다. ‘오늘 친구들이 놀러 와서 조금 시끄러울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양해 게시판’을 만들고 서로 배려해 층간소음 문제를 해소하자는 의견, 동물을 키우고 싶은 사람과 키울 수 없게 된 사람을 연결하는 앱을 만들어 유기 동물의 주인을 찾아주자는 제안, 학교 봉사활동을 인근 노인복지시설과 연계해 학생들이 노인을 돕자는 생각 등 생생한 의견이 나왔다. 등·하굣길에 주·정차된 자동차와 담배꽁초가 많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주차장과 공용 쓰레기통을 설치해 달라는 지역 맞춤형 의견을 제시한 학급도 있었다.
이날 발표된 학생들의 의견은 수원시가 추진한 ‘우리도 참여할래요’라는 프로그램이 매개 역할을 했다. 4학년 1학기 사회 교과 중 ‘지역 문제와 주민 참여’라는 단원과 수원의 시민 참여 플랫폼 ‘새빛톡톡’을 연계해 공교육 활동이 학교 밖의 살아있는 현장으로 나온 것이다.
수원시는 프로그램 희망 학급을 모집, 총 15개 학급이 참여한 가운데 71건의 제안을 받아 지난 8월 새빛톡톡에 공개했다. 초등학생 제안들은 2주간 총 1780개의 공감과 1만5천833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높은 호응을 얻었다. 새빛톡톡에서 공감과 댓글을 많이 얻은 6개 학급은 우수학급으로 상장을 받고, 정책 축제에서 제안을 직접 발표하며 협치의 경험을 쌓을 기회를 얻었다. 새빛톡톡을 활용한 시민 협치가 초등학생까지 확대된 셈이다.
■ 정책 디자인으로 완성도 높인 시민 제안 정책
시민이 원하고 시민이 참여하는 협치 시정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수원시는 시민 제안을 정교하게 다듬는 노력을 더하고 있다. 의견을 정책으로 만들어가는 전 과정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도록 한 ‘누구나 시민 제안가’ 프로젝트가 그 역할을 해냈다.
올해 처음 시작한 프로젝트는 제안 주제 선정부터 아이디어 제안, 실효성 확보, 정책 반영까지를 총망라한다. 모든 과정에 의견을 수렴하는 도구로 새빛톡톡을 활용했다.
수원시는 부서별로 시민 의견이 필요한 주제를 구상하고 의견을 조율한 뒤, 총 22건의 주제에 대한 시민 선호도 투표를 실시했다. 1인 가구 지원·복지 사각지대 발굴·고독사 예방을 위한 주민 네트워크 활용 등 6가지를 최종 제안 주제로 정해 새빛톡톡으로 시민 아이디어를 받았다. 이후 기존 사업과 중복되지 않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2건이 시범 사업 과제로 선정됐다.
대시민 오디션을 방불케 하는 과정을 뚫고 결정된 첫 번째 사업은 ‘희망 아이 케어’로 명명됐다. 최초 시민 아이디어는 ‘저학년 손자녀를 둔 조부모 또는 시니어 클럽 어르신과 아이 돌봄 및 어린이 등하교 동행 서비스를 연결’하자는 것이었다. 최초 제안가와 전문가, 수혜자가 될 학부모 등 시민, 서비스 디자이너, 공무원 등 10여명이 5회에 걸친 정책화 과정에 머리를 맞댔다. 이를 통해 ▲학교 주변 카페 등 학부모 표적 홍보 전략 ▲ 육아 돌봄과 자기 개발이 조화를 이루는 서비스 ▲이른 아침 돌봄 공백을 학부모 돌봄 교사가 채우는 세이프존 돌봄 교실 등 세 가지 제안이 결과로 도출됐다.
두 번째 사업은 중견 소상공인의 경영환경 개선을 돕는 ‘새빛 가게 수리’다. 아이디어는 SNS 활용이 어려운 중년 소상공인들에게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이를 두고 제안 시민과 소상공인 전문가, 자영업자 등의 시민과 공무원, 서비스 디자이너 등이 정책화 과정을 진행했다. 이후 ▲아날로그 방식에 익숙한 소상공인을 위한 리플렛 제공 ▲지원사업 신청 시 복잡한 서류 절차 간소화 ▲SNS 홍보를 쉽게 알려주는 교육 프로그램 등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민제안가 프로젝트로 탄생한 최종 제안들은 조만간 수원시의 정책으로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희망 아이 케어 중 세이프존 돌봄교실의 경우 지역 학교의 유휴 공간을 활용해 아침형 돌봄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고자 관계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또 새빛 가게 수리 제안 사업 중 서류 간소화 역시 수원시 지원 사업부터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관련 부서들이 협의를 진행 중이다.
■ 시민참여로 빚어낸 민·관 협치 우수사례
수원시의 민·관 협치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이미 기존 사업 및 정책 곳곳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올해 수원시의 협치 우수사례 5개를 소개한다.
먼저 수원형 통합 돌봄서비스 ‘수원 새빛 돌봄’은 민·관·학 추진 위원회를 운영해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토론회와 세미나를 통해 시민 인식을 높이며 공론화를 꾀했다.
특히 돌봄 공백으로 식사 지원이 필요한 대상자들에게 식사를 배달하는 ‘식사배달 서비스’는 새빛톡톡을 통해 접수된 주민 제안으로 시작돼 민·관 협치의 우수사례로 꼽혔다.
또 모바일 앱으로 가정 내 에너지 사용량을 확인하는 ‘우리집 탄소 모니터링’은 아파트 입주자 대표 협의회와 홍보 협업을 통해 시민 참여를 확대하고, 사용자 편의성 개선 및 정보 보안을 병행해 협치의 성과를 보여줬다.
이와 함께 베테랑 공무원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빛 민원실’은 ▲통학로 개선 ▲경로당 운영 ▲악취 민원 해결 등 시민의 삶에 밀접한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소해 협치의 성공스토리를 써 내려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 맞춤형 치매 돌봄 서비스 ‘바로바로 치매 케어’는 지역 재가 장기 요양 기관 26개소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해 긴밀한 민·관 협력의 선례를 기록했다.
수원 협치 정책 축제에 참여한 한 시민은 “수원시 부서 간 협치 사례도 발굴해 민간단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롤모델을 보여주면 좋겠다”며 “수원 시민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시정에 동참하는 기회가 새빛톡톡으로 더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재준 시장은 “도시의 주인인 시민이 정책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시민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새빛톡톡처럼 행정의 벽을 허물고, 관행의 틀을 깨며, 시민의 아이디어를 정책에 담는 시민 참여의 길을 넓혀가겠다”고 강조했다.
황호영 기자 hozer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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