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일식’ 일으켜 태양 관찰…한·미 개발 특수 망원경 우주로

이정호 기자 2024. 11. 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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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400㎞ 국제우주정거장 외벽에 설치
‘코덱스’ 명명…태양 표면 가리개 탑재
코로나 초고온 원인 규명…태양풍 피해 예방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1995년 발사한 위성에 실은 ‘코로나 그래프’로 2000년 촬영한 태양 모습. 태양 상층부 대기인 코로나가 일렁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NASA 제공
한국과 미국 연구진이 공동 개발한 ‘코덱스(CODEX)’ 모습(오른쪽 사진)과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코덱스가 설치될 위치(왼쪽 사진). 우주항공청 제공

한국과 미국이 공동 개발한 태양 대기 관측용 특수 망원경 ‘코로나 그래프’가 우주로 발사됐다. 코로나 그래프는 태양 대기 최상층부인 코로나를 쉽게 관찰할 수 있도록 우주에서 가리개를 펴 인공적인 일식을 일으킨다. 코로나가 초고온을 띠는 이유를 규명하고, 지구에 통신 두절 등을 일으키는 ‘태양풍’ 동향을 정밀 관찰하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한국 우주항공청 산하 한국천문연구원과 공동 개발한 코로나 그래프를 미 기업 스페이스X의 로켓 ‘팰컨9’에 실어 4일 오후 9시29분(한국시간 5일 오전 11시29분)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했다고 이날 밝혔다. 발사 장면은 NASA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됐다.

한·미 연구진은 이번에 자신들이 개발한 코로나 그래프에 ‘코덱스(CODEX)’라는 이름을 붙였다. 코덱스는 원통형 본체와 태양 추적 장치 등을 포함해 총 중량 220㎏이다. 가로와 세로는 각각 1.5m, 높이는 1.3m다.

코덱스는 지구 표면에서 400㎞ 상공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 외벽에 설치될 예정이다. ISS는 90분에 한 번씩 지구를 도는데, 코덱스는 이 가운데 최대 55분 동안 태양의 코로나를 관찰한다.

코덱스를 발사한 이유는 태양의 가장 상층부 대기인 코로나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다. 코로나는 온도가 100만~500만도에 이를 정도로 매우 뜨겁지만, 태양 표면 온도는 6000도에 불과하다. 코로나가 유독 뜨거운 이유는 규명돼 있지 않다.

원인을 알려면 코로나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하지만 태양 표면보다 100만배 어두운 코로나는 태양 표면을 달이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 때만 볼 수 있다. 밝은 자동차 전조등 옆에 서 있는 촛불을 보려면 손바닥으로 전조등을 최대한 가려야 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코덱스는 이런 한계를 넘기 위해 ‘인공 개기 일식’을 일으키는 특수 망원경이다. 태양 표면의 밝은 빛을 동그란 가리개로 차단한 뒤 코로나를 관찰한다. 굳이 자연적인 개기 일식을 기다리지 않아도 코로나를 수시로 볼 수 있다.

이날 NASA는 “코덱스로 태양풍의 형성 과정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태양풍은 코로나에서 유발되는데, 전기적인 성질을 띤 물질이 바람처럼 밀려오는 현상이다. 태양풍이 지구에 닥치면 통신이 두절되거나 전력망이 손상될 수 있다. 코로나를 관찰하는 코덱스를 이용하면 언제, 어느 정도 강도로 태양풍이 지구에 날아들지 예측할 수 있어 적절한 대비가 가능하다.

지금도 우주에는 NASA 등이 발사해 운영 중인 코로나 그래프 2기가 운영 중이다. 하지만 가동한 지 약 20~30년에 달하는 노후 장비다. 반면 이번에 발사된 코덱스는 최신 장비다. 코덱스를 이용하면 기존 장비와 달리 코로나의 형상과 함께 온도와 방출 속도도 동시에 종합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우주청은 기대하고 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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