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시 경영 불안 키운다"

지주사 체제 상장 계열사 112개사 대상 분석 결과
"외부서 감사위원회 주도…신사업 반대·기밀유출 등"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경제계는 국회 계류 중인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을 현행 1명에서 2명 또는 전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5일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 확대 시 지주회사 영향' 보고서를 통해 "개정안이 통과되면 감사위원회(3명) 과반이 외부 세력 주도로 선임돼 경영 불안이 더 커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현행 상법은 감사위원회는 3명 이상 이사로 구성하고, 그중 1명은 주총에서 분리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소액 주주의 권한을 확대하고 감사위원회 위원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로, 지난 2020년 개정됐다.

다만 일부 경영권 분쟁 세력의 이사회 진출을 쉽게 만들어 기업 불안을 키운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실제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위원 1명을 분리선출하도록 하는 2020년 상법개정 이후 지주회사들은 감사위원 선출시 내부지분율 48.7% 중 5.1% 밖에 행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43개 지주회사 그룹에 속한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계열사 112개를 분석한 결과다.

국회에 발의된 개정 법안이 통과될 경우 2명 이상의 비우호적 외부인사가 감사위원으로 선출될 수도 있다.

보고서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2인 이상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입법되면 지주회사체제 상장회사는 경영권 공격세력이 감사위원회를 주도하는 리스크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신사업 진출이나 기술 유출 등의 우려가 있을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위원회는 이사의 직무집행 감사, 회사 업무·재산상태 조사 권한 등을 통해 이사회의 중요 결정사항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사들은 감사위원회의 감사를 고려해 대규모 투자나 조직변경 등에 대해 소극적·보수적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또 감사위원회는 회사내 자료조사권과 중요한 정보 열람도 가능하기 때문에 경쟁기업 측 외부인사의 선출시 기밀유출의 위험성도 높아진다.

투기자본이나 행동주의펀드의 경영간섭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보고서가 지주회사체제 기업집단 소속 상장 자·손회사가 주주총회에서 3%룰을 적용해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는 경우를 시뮬레이션 한 결과, 외부 지분에 연금·펀드가 있는 69개사 중 72.5%는 사측과 표 대결이 접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제기됐다.

외부지분에 연금·펀드가 없는 나머지 43개사도 합병·분할 등 조직변경과 같은 이슈가 발생한 때에는 소액주주연합이나 행동주의펀드가 개입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을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은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면서 "주식회사의 기본 원리에 맞지 않고 해외 입법 사례도 없는 제도를 무분별하게 강화하면 기업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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