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주면허증·술독 등 100년 주조장 박물관 꼭 건립할 것”

장재선 기자 2024. 11. 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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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초에 고향 선배들이 저에게 연락을 해 왔어요. 일제강점기 때부터의 근대 문화유산인 주조장이 사라질 위기에 있다는 거예요. 업자가 그걸 사서 헐어버리고 원룸 건물을 지어 분양을 한다더군요. 당시 문화재청(현 문화유산청) 문화재 전문위원이었던 저더러 주조장을 살릴 방안을 강구해 보라는 권유였습니다. 고향 선배들은 제가 중학생 때부터 유물 수집과 박물관에 관심이 깊었다는 것을 잘 아는 분들이었지요."

남평주조장을 인수한 지 10년째인 그는 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32년까지 전통 주조 기술을 복원하고, 관련 유물 박물관을 건립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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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2년 박물관 완공 밝힌 윤태석 나주 남평주조장 대표
“일제이후 주인 여러번 바뀌어
당시 유물 등 6000점 곳곳에
아내와 전통주 제조 배우기도
남은 삶 문화가치 보존 헌신”
윤태석 박사는 “가족 모두 100년 주조장 복원을 지지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사진 왼쪽부터 윤 박사, 큰딸 윤지수, 아내 김원희, 막내딸 윤이현, 둘째딸 윤지하 씨. 남평주조장 제공

“지난 2015년 초에 고향 선배들이 저에게 연락을 해 왔어요. 일제강점기 때부터의 근대 문화유산인 주조장이 사라질 위기에 있다는 거예요. 업자가 그걸 사서 헐어버리고 원룸 건물을 지어 분양을 한다더군요. 당시 문화재청(현 문화유산청) 문화재 전문위원이었던 저더러 주조장을 살릴 방안을 강구해 보라는 권유였습니다. 고향 선배들은 제가 중학생 때부터 유물 수집과 박물관에 관심이 깊었다는 것을 잘 아는 분들이었지요.”

그는 반 년을 고민한 끝에 그 주조장을 매입했다. 전남 나주의 남평주조장 대표인 윤태석(58) 전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관장 이야기이다. 남평주조장을 인수한 지 10년째인 그는 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32년까지 전통 주조 기술을 복원하고, 관련 유물 박물관을 건립할 것”이라고 했다. 2032년은 일제 때 일본인 주도로 남평주조장이 생긴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남평주조장은 일제 말기에 한국인 박창환 씨가 인수해 운영했고, 해방 이후 박 씨의 아들·손자에게 운영이 이어졌다. 2000년대 초반 주조장 직원이었던 이광열 씨가 대표를 맡았으나 경영난으로 폐업 위기에 몰렸다. 2010년대에 전통 막걸리 붐이 일기도 했으나, 그 직후 바람이 빠지며 관련 업체들이 빚더미에 나앉았던 시기였다.

“그때 제가 남평주조장을 인수하고 주조장을 살펴보며 선대 사장들이 훌륭한 분들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관련 유물이 6000여 점이 남아 있는데, 그 속에서 그분들이 전통을 지키려 애쓴 흔적을 알 수 있었으니까요.”

유물 중에는 우리나라 주조 역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들이 많다. 1937년 조선탁주면허, 1950년대 상표등록출원허가서뿐만 아니라 1960~70년대 세무서, 관련 협회와 오고 간 공문서 등이 있다. 이를 통해 주조 세무, 주조장 기능, 밀주 단속, 주조장 구조, 상표권 발급 현황 등을 살필 수 있다.

“주조장의 배달 직원이 외상 수금한 한 달 치를 갖고 달아났다가 붙잡혔는데, 어머니가 낙상을 해서 치료비가 급해서 그랬다고 하소연하는 내용의 기록도 있지요. 한 아버지가 현재 식모로 있는 딸을 주조장에 취직시켜주면 평생 보은하겠다고 다짐하는 편지도 있어서 당시 생활상을 알 수 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2019년 발표한 바에 따르면, 남평주조장은 현전하는 주조장 중 일제강점기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최소 93년 이상이 된 술독 항아리도 11개나 남아 있으니까요.”

그는 현재 7개동 180여 평인 주조장의 원형과 기능을 복원하는 한편, 앞쪽의 땅을 매입해 유물 박물관을 만들겠다고 했다. “단일주조장 박물관으로는 최초일 텐데요, 미학적으로 보기 좋은 건물을 지을 계획입니다. 나주시(시장 윤병태)가 근대 문화재 보존과 복원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어 참 고맙습니다.”

박물관학 박사로서 한국박물관협회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그는 “제 남은 생애를 남평주조장의 문화 가치를 복원하고 보존하는 데 바칠 것”이라고 했다. 전시기획을 전공한 아내 김원희(56) 박사는 든든한 후원자이다. 부부는 지난 10년간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 소장으로부터 술 빚는 법을 배웠다.

“현재 정지돼 있는 주조 면허를 회복하고, 지역성을 담은 술을 개발해 생산하는 게 목표입니다. 아내는 발효식품 전반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희 주조장은 최소 95년 된 효모(酵母)가 있는데, 술지게미 효모는 버섯을 생산하고, 장아찌와 젓갈 등 음식을 만드는 데 좋습니다. 얼굴 팩 등 미용 제품 원료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지요.”

그는 세 딸 중 막내(윤이현 씨·24)가 주조를 배워서 뒤를 잇겠다고 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남자 친구와 결혼하면 뜻을 함께하기로 합의했다네요, 하하.”

장재선 전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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