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데…" 철강·조선 등 산업계 파업 리스크 지속에 '울상'

김태환 2024. 11. 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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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트랜시스 등 파업·임단협 난항
HD현대중공업 노사 물리적 충돌도

철강업계와 조선업계, 자동차 부품사 등 산업계 전반이 임금 단체 협상에서 난항을 겪거나 파업이 본격화되는 등 '파업 리스크'가 심화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최근 철강업계와 조선, 자동차 부품사들의 임금 단체 협상이 난항을 겪거나 파업이 지속되는 등 '파업 리스크'가 심화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이미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생산 지연과 납기 차질로 인한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울상1공장 사업위원회는 전날 회의를 열고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를 생산하는 11라인을 휴업하기로 했다.

이번 휴업은 현대자동차그룹 부품 계열사 현대트랜시스 노조 파업으로 인해 무단변속기(IVT) 부품 수급에 문제가 나타난 것이 영향을 끼쳤다. 현대트랜시스 노사는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15차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벌여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사측은 9만6000원 임금 인상(정기승급분 포함)과 경영성과금 300%+700만원, 격려금 100%+500만원 등을 안건으로 제시했으나, 노조는 지난해 연간 매출 2%인 약 2340억원을 성과급으로 요구했다. 이후 입장을 다소 바꿔 협상 과정에서 현장 눈높이에 맞은 안건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지난달 11일부터 전면 파업을 단행한 데 이어 노조 집행부 20여명은 지난달부터 상경 투쟁을 벌이고 있다.

철강업계도 노사 간 임단협이 난항을 겪으면서 파업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포스코는 노사는 지난달 31일 제10차 교섭을 추진했으나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포스코 측은 △기본급 8만원 인상 △일시금 600만원 지급 △복리후생 포인트 21만원 신설 등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기본임금 8.3% 인상 △복지사업기금 200억원 조성 △자사주 25주 지급 △격려금 300% 지급 △학자금 지원 상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포스코 노조는 요구안을 전면 수용하지 않을 경우 오는 7일 대의원대회에서 쟁의발생 결의를 추진할 방침이다.

현대제철 노조는 5일 출정식을 갖고 총파업을 단행한다. 현대제철 노사 양측은 지난달 12일 상견례 이후 총 12차례 교섭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현대제철 노조는 현대차 수준의 임금과 복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올해 기본금 15만98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차량 지원금 할인 개선 등을 골자로 한 임단협 요구안을 제시했고, 현대차와 같이 근속 연수에 따라 차량 구매 지원금을 차등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5일부터 10일까지 7시간 부분 파업을 시작한다. 지난 6월부터 노사가 임단협 교섭을 시작했지만 끝내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측은 기본급 10만2000원 인상, 격려금 400만원을 1차 제시안으로 냈지만 노조가 반려했고, 이후 2차 협상안으로 기본급 12만2500원 인상, 격려금 400만원, 상품권 30만원 등 조건을 상향했지만 노조는 또다시 거절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임단협 요구안으로 기본급 15만9800만원 인상, 성과급 산출 기준 변경, 임금피크제 폐기 등을 내세워 사측과 입장 차가 큰 상태다.

파업 과정 중 물리적 충돌도 나타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HD현대중공업 노조는 파업 중 사내 도로에 천막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사측 경비대와 몸싸움을 벌이고 주먹다짐을 했다. 노조는 경비대원들이, 회사는 노조원들이 먼저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노조는 지난달 10일 4시간 부분파업 준비 과정에서 사측이 파업 중 물리력을 동원해 진압을 시도했다고 주장하며, 경비대의 폭력으로 인해 조합원이 부상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응한 정당한 조치였다고 반박했다.

산업계 안팎에서는 노사가 위기를 함께 극복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납기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회사 수익성에 큰 타격이 나타날 것이란 지적이다.

철강업계는 업황 부진으로 인해 매출과 영업익 하락을 겪고 있다. 포스코는 3분기 매출 9조4800억원, 영업이익 4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15%, 39.7% 줄었으며 현대제철도 매출 5조6243억원, 영업이익 51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0.5%, 77.5% 줄었다.

조선업계는 '슈퍼사이클' 도래로 인해 수주한 물량을 소화하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경우 올해 조선·해양 부문의 수주 목표 72억달러(약 9조7200억원) 중 현재까지 68억달러(약 9조1700억원)를 수주하면서 목표치의 94.4%를 달성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건설업 등 전방산업의 부진 속에서 노사가 협력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임단협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어 아쉽다"면서 "성실한 교섭을 통해 타협점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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