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딸을” 법정에서 울먹인 엄마…‘묻지마 살인’ 박대성, 추가 범행은 부인

순천 도심 길거리에서 10대 소녀를 흉기로 살해한 박대성이 지난 10월 4일 오전 순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일면식도 없던 10대 소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박대성(30)씨가 첫 재판에서 자신의 살인을 인정했지만, 다른 피해자들을 노렸다는 살인예비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피해자의 부모와 친구들은 재판부에 박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재판장 김용규)는 5일 살인과 살인예비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씨의 첫 재판을 열었다. 박씨는 지난 9월26일 0시42분쯤 전남 순천시 조례동의 한 거리에서 A(17)양을 발견하고 약 800m를 쫓아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범행을 저지른 뒤 같은 날 0시50분부터 오전 1시45분까지 흉기를 들고 방문한 주점과 노래방 업주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재판에서 박씨가 추가범행을 저지르려 했던 전말을 공소요지를 통해 밝혔다. 검찰은 “피고는 A양을 살해하고 슬리퍼가 벗겨져 도주하던 중 누군가를 또 살해하려고 여성이 운영하는 업소를 찾아 범행대상을 물색했다”며 “주점을 찾았을 당시에는 흉기를 티셔츠로 감춘 상태로 여성업주를 살해하려 했으나 다른 손님이 있었고 ‘왜 신발을 신고 있지 않냐’는 질문을 받자 달아났다”고 했다.

검찰은 박씨는 2차례 여성업주가 운영하는 한 노래방을 찾아 추가범행을 노리려 했다고 봤다. 검찰은 “박씨는 노래방을 처음 방문했을 당시에도 신발을 신고 있지 않아 업주의 의심을 살까 봐 140m 떨어진 자신의 가게에서 신발을 신고 다시 방문해 접객원을 불러달라고 한 뒤 범행 기회를 엿봤다”고 했다.

박씨의 추가범행은 노래방 업주가 박씨가 머무르던 객실 방문을 열어두며 행동을 유심히 살폈고 또다른 손님이 있었기 때문에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박씨는 살인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살인예비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박씨는 재판부에 “살인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지만 살인예비 혐의에 대해서는 살인을 하려고 주점과 노래방을 찾았는지는 기억이 없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직접 작성해 제출했다.

박씨는 고개를 숙이거나 정면을 바라보면서 재판을 받았다. 법정을 찾은 피해자 부모와 친구들에게 사죄의 말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 부모에게 발언권을 줬다. 피해자의 어머니 B씨는 발언 기회를 얻자 “왜 우리 딸을”이라며 탄식을 내뱉은 뒤 울먹였다.

피해자 부모와 친구들은 재판부에 “이 사건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받았고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해 피고를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해 달라”는 박씨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도 제출했다.

박씨 변호인은 “살인예비 혐의에 대해 다음 기일에 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박씨의 다음 재판은 오는 26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