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거주 73살 노인입니다. 집 사야 할까요? [집문집답]
# 채상욱의 집문집답은?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유튜브 채널 ‘채상욱의 부동산 심부름센터’,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아파트 가치&가격 연구소’를 운영하는 애널리스트 출신 부동산 전문가입니다. 정부와 국회, 민간의 다양한 자문위원회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동향이나 정부 정책, 시장 전망 등을 알고 싶으신 분은 집문집답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한겨레 이메일 ggum@hani.co.kr로 질문을 보내 채택되시면, 격주로 화요일 오전 11시마다 채상욱 대표가 정확한 정보와 예리한 통찰을 바탕으로 독자님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안녕하세요, 한겨레 집문집답 운영자인 소심한 무주택자 김소심(46)입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대출 규제와 가격 급등 부담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주춤하는 모양새입니다. 올 여름 뜨거웠던 서울과 수도권 시장에도 매물이 계속 쏟아지고, 매매가는 전국적으로 상승폭이 둔화되거나 하락폭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내년 이후 부동산 전망이 극단적으로 갈리면서 실수요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가령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요효 수요가 급감했고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넘나드는 환율 부담으로 금리인하 속도 조절이 불가피한 데다 △11월5일(현지시각) 미국 대선 이후 경기 침체로 내년도 부동산이 폭락할 거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반면 △내년 초 금융권 대출한도가 리셋되면 완화적인 대출 환경이 조성될 거고 △정부가 내년에 또 부동산 시장에 정책자금 55조원을 풀 예정이며 △공급 부족과 전세가 상승 △금리인하까지 겹치면서 서울 부동산 상승 ‘슈퍼 사이클’이 올 거라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실수요자들은 2022년 말 전국 부동산 급락과 올해 수도권 급등을 단기간에 모두 경험했습니다. 그 때문에 상승세가 주춤할 때 지금이라도 내집을 장만해 향후 부동산 급등에 대비해야 하는 건지, 혹시 지금 고점에서 집을 샀다가 폭락이 현실화되면 큰 낭패를 보는 건 아닌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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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채 대표님, 이번주는 세종시 아파트에서 전세로 거주 중인 73살 독자님께서 질문을 보내주셨습니다. 현재 세종시에 실거주로 6억5천만원 정도 주택을 매수하면 좋을지 고민 중이시라고요. 한때 행정수도 이전과 인구 증가 이슈로 천정부지로 치솟던 세종시 집값은 4년 전 급등기 대비 현재 절반으로 꺾인 상태입니다. 심지어 여전히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하락폭이 큰데요, 세종지 집값은 왜 이렇게 맥을 못추게 된 거고 언제쯤 회복될 수 있을까요? 지금 세종시에 집을 사도 될까요?
A. 세종시는 더불어민주당 테마시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국토균형발전 등 민주당의 정책이 현실화 될 때 가격상승폭이 큽니다. 2020년 당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한다. 더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외지 투자자가 몰려들며 세종시 아파트 가격이 전년 대비 44.93%가량(전국은 7.57%) 폭등한 바 있습니다. 반대로 세종시는 국민의힘이 집권할 때는 맥을 못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애초에 도시가 형성될 때부터 내재된 특성이라 할 것입니다.
세종은 대전과 연계되는 도시로, 대전을 통근통학지로 하는 배후 주거도시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대전 세종을 묶어서 보는 것이 적합한데, 현재 대전을 포함한 지방 어느 곳도 주택시장이 강세가 아니어서, 세종 만의 약세라기보다는 지방 공통적인 약세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종시 부동산이 약세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세종에 도시기능이 지속적으로 이전할 것이라는 시장의 인식이 필요하고 결국 정책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질문자는 주식, 채권, 전세보증금, 예금 등을 포함해 12억원 정도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매달 받는 연금에 채권과 예금 이자 등을 합하면, 자산 감소 없이 현상 유지 정도는 된다고 합니다. 이 정도 노후 준비가 된 70대도 꼭 집을 사야 할까요? 혹시 세종시 이외에 서울 수도권, 광역시, 지역 중소도시 등 거주 지역에 따라 주택 매수의 필요성이 달라질까요?
A. 주택을 구입하면 현금이 파킹(Parking)되므로 현금흐름이 좋지 않습니다. 재무재표로 불리듯 자산-부채 측면에서 자산을 증가시키는 것도 전략이지만, 현금흐름표에서 현금흐름을 풍부히 만드는 것이 노후에 더 실질적인 노후대비입니다. 따라서 70대인 분이 자산을 취득하시기보다는, 오히려 현금흐름 창출이 가능하도록 배당이 가능한 자산에 투자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또한, 주택매수는 지역에 따라 다른 것이 아닙니다. 임차는 최대 4년의 주거를 책임지며, 자가는 무제한 거주가능합니다. 둘의 차이를 생각하시고 대응하시면 되겠습니다. 내가 4년 단위로 자주 거주지를 옮기는 타입인지 아닌지를 보면서요.
Q. 한국의 고령층은 생애주기 동안 여러 차례 부동산 사이클을 겪었기에 경험이 풍부하고, 실제로도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형성해온 세대입니다. 일설에는 고령층이 집을 살 때 같이 사고, 팔 때 같이 팔라는 말도 있습니다. 실제로 부동산 상승기와 하락기에 연령별 아파트 매입 비중 등을 보면 이런 속설이 확인 되나요?
A. 한국 부동산 70년의 역사는 IMF와 글로벌금융위기, 2022년을 제외하고 급락이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었고, 부동산은 그래서 언제든 취득하면 큰 수익이 나는 자산이었습니다. 고령층으로 갈수록 유주택과 무주택간 자산격차가 압도적으로 높은데, 이는 주택 보유 여부에 달려있습니다. 또한 대출이 완화적이거나 소득이 증가하는 것은 특정 세대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가구소득에 따라서 보편적으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주택수요 증가로 매매가 활성화 될 때는 동시에 활성화 되며, 반대로 위축 역시 동시에 위축이 됩니다. 한편, 하락기에는 수요가 위축되어 하락하며 이때 구매력이 있는 계층은 일반적 계층은 아니며, 일부 특수한 소득원을 지닌 경우가 많고 이는 비교적 젊은 층에 많습니다. 그래서 하락기와 상승기에 연령별 구입 비중의 차이가 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보편적 수요확대는 소득과 대출, 처분소득의 증가라는 구조로만 발생하며, 앞으로 한국의 소득증가율, 대출정책, 처분소득 증가의 향배가 미래 주택시장의 가격을 결정할 것입니다.
Q. 사실, 인생 후반기인 70대에도 부동산 문제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상황이 더욱 걱정인 것 같습니다. 급변하는 부동산 가격이 주거 안정을 위협하고 무주택자들을 괴롭히고 있는데요, 주거가 안정되려면 부동산 매매 전세 월세가 어느 정도로 유지되어야 하며, 그런 안정이 가능하려면 정부는 장단기적으로 어떤 부동산 정책을 펼쳐야 할까요?
A. 한국은 국민들이 부동산 문제를 과잉 걱정하게 만드는 데 언론이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부동산 커뮤니티 등도 그렇고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영화에서 시장의 거래를 촉진하는 브로커들은 요트를 탑니다. 고객들은 돈을 잃지만요. 사실 훌륭한 투자는 많은 여러 이벤트들을 무시하고 특별히 별일 하지 않고 쭉 기다리는 것입니다. 사소한 시장의 등락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자기 포지션을 유지하고, 자신이 잘 하는 것을 하는 것이 자산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입니다. 즉, 정부가 무엇을 하고 자신이 무엇을 기다리고 맞추고 하기보다는, 자기의 소득수준에 맞게 주택을 임차든 매매든 선택을 하고, 한번 선택했다면 오랜기간 유지하는 것이 방법입니다. 그 외 자신의 소득을 높일 수 있는 노력을 하는 것이 미래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입니다. 세상에 집은 많고 돈은 적으니까요.
주거안정은 주택가격이 급등락을 하지 않아, 개별 주체들이 자산시장이 아니라 자신들의 생활주기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시대를 말합니다. 이게 되려면 정부도 노력하고 국민도 노력해야하는데, 큰 원칙들이 유지될 필요가 있습니다. 대출 등 수요자극 요인으로 시장을 억제 활성화 하는 것을 남발한다면 단기 정책효과는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정부는 최저의 룰을 유지하고, 돈이 자연스럽게 부동산에 과쏠림 되는 현 세법 및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부동산보다 금융 등 자산을 활성화하고, 나아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제도 개선으로, 개인이 직접투자하는 시대에서 간접투자 및 은퇴소득을 보장하는 시대로 가는게 가장 좋은 그림입니다.
Q. 대표님은 저서 <피크 아웃 코리아>에서 “한국은 고령화, 제조업 경쟁력 약화, 가계부채의 ‘3중고’로 인해 일본의 1980~1990년대를 연상케 하는 위기 국면인데, 자산 시장에는 여전히 부동산 불패 신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하셨습니다. 부동산 시장은 언제까지 불패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요? 한국은 일본과 같은 부동산 버블 붕괴 우려는 없나요?
A. 일본 역시 부동산 불패 신화가 1970년대~1990년대 초까지 있었습니다. 한국도 2014~2021년을 거치면서 불패신화가 있었고, 2022년 이후 그 강도는 약해졌지만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의 불패신화는 점점 더 범위가 좁혀지고 있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2024년 기준 서울 25개구 중 약 7개구 정도만이 확실한 강세이고 나머지 지역은 전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을 유지하고 강세가 아닙니다. 미래는 이보다 더 좁혀질 것입니다. 이미 시장은 서울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만성적 침체에 진입했는데, 서울만 보면서 대리만족 하는 것이 부동산 시장입니다. 많은 지역 부동산이 침체중이고 회복을 못하고 있기에 불패신화에 사로잡히기보다는, 자산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유념하시면 좋겠습니다. 특히 요즘 같은 원화약세 구간에는 달러표시 자산을 취득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집문집답 이메일로 부동산 동향, 정책, 전망 등에 관한 질문을 보내 채택되시면, 채상욱 대표가 상세히 답해드립니다.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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