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경영권 분쟁…삐걱대는 바디프랜드

정혜인 2024. 11. 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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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웅철·한앤브라더스 횡령·배임 혐의로 맞고소
분쟁 길어지며 실적까지 악화…상장 멀어져

안마의자 제조업체 바디프랜드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바디프랜드 창업주인 강웅철 이사(전 이사회 의장)가 구속 위기에 몰렸다가 간신히 구속을 면했다. 최근 경쟁사에 1위 자리를 내준 상황에 경영권 분쟁까지 겹치면서 바디프랜드의 경쟁력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공동 인수' 파트너의 결별

바디프랜드는 강웅철 이사가 그의 장모 조경희 전 바디프랜드 회장과 함께 2007년 설립한 회사다. 바디프랜드 오너일가는 2015년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에 경영권을 넘겼고, 이 때 강 이사도 2대 주주로 내려왔다.

VIG파트너스는 2019년 바디프랜드 상장이 무산되면서부터 매각을 통한 엑시트를 추진, 2021년 11월 투자목적회사(SPC) 비에프하트와 바디프랜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비에프하트는 사모펀드 스톤브릿지캐피탈(이하 스톤브릿지)과 한앤브라더스가 공동 설립한 회사다. 비에프하트는 2022년 7월 잔금 납부를 마치면서 바디프랜드의 새 주인이 됐다.

바디프랜드 인수 초기만 해도 이들 두 사모펀드는 공동으로 바디프랜드 경영에 참여하며 힘을 합쳤다. 비에프하트의 김지훈 대표(스톤브릿지캐피탈)와 허명지(한앤브라더스) 전 대표도 모두 바디프랜드 이사회에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2022년 3월 바디프랜드의 새 대표이사가 된 하나은행 출신 지성규 대표도 두 사모펀드가 공동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두 사모펀드의 사이는 머지 않아 금이 가기 시작했다. 바디프랜드 인수 마무리 후 6개월 여가 지난 2023년 초 스톤브릿지 측은 허명지 전 대표, 한앤브라더스 실소유주 한주희 씨 등 한앤브라더스 측 인사의 배임·횡령 의혹을 제기하고 경찰에 고발했다. 이 때 강웅철 이사는 스톤브릿지 편에 섰다. 결국 2023년 4월 바디프랜드 인수자금을 댔던 출자자(LP)들은 한앤브라더스의 공동펀드 운용사 자격을 박탈하는 데 전원 동의했다. 한앤브라더스 측 허명지 전 대표는 비에프하트 대표직을 내려놨고 바디프랜드 이사회에서도 발을 빼게 됐다.

스톤브릿지와 한앤브라더스의 다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앤브라더스는 지난해 강웅철 이사를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고 강 이사 측도 한주희 씨 등을 배임·횡령 혐의로 맞고소 했다. 이들은 이 맞고소로 검찰 조사를 받다가 최근 구속 위기까지 몰렸다. 검찰이 이들의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다.

다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4일 강웅철 이사와 사모펀드(PEF) 한앤브라더스의 대주주 한주희 씨 등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5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법원은 이들의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해 사실적·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들의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양측 어느 쪽에도 손을 들어주지 않은 셈이다.

강웅철 복귀

경영권 분쟁과 법적 다툼은 바디프랜드를 흔들었다. 최근 안마의자 시장은 고물가와 소비침체로 성장이 둔화한 상황이다. 게다가 바디프랜드 외에도 세라젬, LG전자, 코웨이 등이 가세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바디프랜드는 경영권 분쟁으로 내홍을 겪으면서 시장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실제로 바디프랜드의 실적도 감소세다. 바디프랜드의 매출액은 2021년 6111억원을 기록한 후 2022년 5437억원, 지난해 4197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도 2021년 883억원에서 2022년 458억원, 지난해 167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그러자 스톤브릿지는 강웅철 이사를 사내이사로 복귀시키기로 했다. 강 이사는 지난해 3월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이사직을 내려놓고 고문 역할을 맡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강 이사의 첫 복귀 시도는 일부 LP의 반대로 무산됐으나 올 3월 스톤브릿지의 지지 아래 강 이사는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강 이사 역시 배임·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경영 일선에 복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강 이사가 여러 논란으로 바디프랜드의 기업공개(IPO)를 어렵게 만든 당사자라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지난해 12월 일부 LP가 강 이사의 복귀를 반대한 것 역시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바디프랜드는 2018년 11월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으나 이듬해 4월 미승인 결정을 받고 상장을 철회했다. 임금 체불 논란, 국세청 세무조사,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으로 경영 투명성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또 같은 시기 특정 제품이 청소년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의 광고가 허위 과장 광고라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검찰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바디프랜드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주주 및 임직원이 배임·횡령 혐의로 수사까지 받고 있는 만큼 당분간 상장을 다시 추진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디프랜드가 2020년 세라젬에 국내 안마의자 1위 자리를 내준 뒤 계속된 분쟁으로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며 "상장을 재추진하기 위해서는 주요 주주의 배임·횡령 혐의를 벗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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