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추워지자 본격 ‘맞짱’…경동나비엔 vs 귀뚜라미에 무슨 일이?

경동나비엔. [사진 출처 = 경동나비엔]

보일러 업계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의 분쟁이 추위를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법원이 경동나비엔의 특허권 침해 금지 가처분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귀뚜라미가 더 이상 해당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된 ‘특허권’ 분쟁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동나비엔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귀뚜라미의 자사 콘덴싱 보일러의 핵심 부품인 열 교환기 특허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이 일부 인용됐다. 작년 12월 경동나비엔이 신청을 제기한 지 11개월 만이다.

발단은 귀뚜라미가 2021년에 출시한 ‘거꾸로 에코 콘덴싱’ 제품이었다.

경동나비엔은 이 기술을 2018년에 최적의 열효율을 내는 구조로 개발했는데, 귀뚜라미 측이 베꼈다고 주장했다. 열 교환기는 내부의 열을 흡수해 난방수를 데우는 핵심 부품으로 알려졌다.

귀뚜라미. [사진 출처 = 귀뚜라미홀딩스]

이에 대해 귀뚜라미는 경동나비엔의 해당 특허가 이미 업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기술이거나 귀뚜라미가 먼저 사용하던 기술이라고 주장하며 반박했다. 경동나비엔의 관련 특허 4건은 2018년과 2019년에 출원됐는데 이미 귀뚜라미가 2013년 국책사업에서 자체 개발한 열교환기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두 회사의 갈등은 지난 9월 특허심판원 심판 결과에도 쉽사리 해결되지 않았다. 귀뚜라미는 경동나비엔의 가처분 신청 이후 올해 2월 특허심판원에 경동나비엔 열교환기 특허무효 심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경동나비엔이 문제 삼은 특허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이다.

특허심판원은 4건의 특허 중 2건은 “특허가 무효하다”고 결론 내렸고 1건은 무효가 아니라고 봤다. 나머지 1건은 일부만 무효라고 보고 있다.

귀뚜라미는 특허심판원이 경동나비엔의 특허가 특허로서 가치가 없다고 인정한 것으로 봤다. 반면 경동나비엔은 핵심 특허는 존속하고 있기 때문에 침해 사실 자체를 두고 바뀌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제품이 출시된 지 2년이 지나서야 본안 소송이 아닌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을 두고도 두 회사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귀뚜라미는 경동나비엔이 의도적으로 영업방해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지만 경동나비엔은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더 이상의 피해를 막으려고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다.

일단 현재로선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한 만큼 귀뚜라미의 해당 제품은 판결문이 송달되는 대로 생산과 판매가 중단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거꾸로 에코 콘덴싱 L11 가스보일러’와 파생 모델이 대상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