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윤서, '청설'로 슈퍼 커리어 스펙 추가 [인터뷰]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티 한 점 없이 맑은 미소가 신인의 싱그러움 그 자체였다. 가냘프게 떨리는 말 사이로 진중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은 어여뻤다. 어느 날 혜성처럼 화면으로 걸어들어온 그는, 실제로도 광이 나는 외모와 마음가짐을 가진 이였다. 바로 배우 노윤서다.
노윤서는 2022년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로 데뷔한 후 영화 '20세기 소녀', 드라마 '일타 스캔들', '택배기사'까지 출연작마다 커다란 임팩트를 남기며 슈퍼 커리어를 쌓았다. 그는 '가능성이 보인다'라거나 '신인치고는 잘한다'라는 수준이 아닌, 놀라울 만큼의 연기력으로 작품에서 늘 제 몫을 해냈다.
놀라운 필모그래피의 연속에서 노윤서는 영화 '청설'(제작 무비락, 감독 조선호)로 슈퍼 커리어 스펙을 또 하나 추가할 예정이다. '청설' 속 노윤서의 모습은 첫사랑 재질을 오롯하게 껴안은 채 사랑스럽고 싱그럽다. 이에 더해 인물이 지닌 다단한 이면까지 섬세하게 연기하며 삶의 무게를 아는 이의 다채로운 경계를 오간다.
"화면 속 제 모습이 아직 좀 어색한 게 있어요. 그래서 '청설' 시사회 때도 다른 배우들의 좋은 모습만 보였어요. 일단 커다란 스크린에서 이렇게 긴 호흡으로 제가 나오는 게 신기했어요(웃음). '청설'이 원작이 있잖아요. 원작처럼 여운 깊은 영화가 만들어지길 바랐어요. 원작도 울림이 깊다 보니까 그걸 담아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차별화를 두려고 했다기보다는 일단과 배경과 사람이 다르잖아요. 거기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느낌이 날 거로 생각했어요. 원작은 통통 튀고 코믹하지만 저희는 서정적이고 각 인물의 서사가 더 깊게 드러나는 느낌이 있어요."
6일 개봉하는 '청설'은 사랑을 향해 직진하는 용준(홍경)과 진심을 알아가는 여름(노윤서), 두 사람을 응원하는 동생 가을(김민주)의 청량하고 설레는 순간을 그리는 청춘 로맨스물이다. 동명의 대만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원작은 국내에서 2010년 극장 개봉해 수많은 관객에게 인생 로맨스로 손꼽히며 첫사랑 영화의 바이블로 여겨져 왔다.
노윤서는 극 중 남다른 생활력과 책임감으로 무장한 K-장녀 여름을 연기한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생계를 꾸려가는 생활력 좋은 여름은 청각장애를 지닌 수영선수 동생 가을의 뒷바라지를 도맡아 한다. 그의 꿈은 동생이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따는 것이다. 용준을 만나며 처음으로 사랑을 하게 되면서 동생이나 가족이 아닌 자신을 돌아보며 성장하는 인물이다.
"여름이를 연기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한 포인트가 책임감과 배려심이었어요. 자신의 꿈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요. 그럴 수 있겠다고 싶었어요. 부모님, 동생이 청각장애인이다 보니 가족 일원으로서 어릴 때부터 차별적인 시선을 겪었을 거고, 가족에 대한 보호기제가 방어기제로 나타난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새로운 관계에서도 방어적이고 조심스러워하게 되고요. 그 때문에 용준에게도 조심스럽게 마음을 열죠. 그런데 동생이 사고를 겪고 갈등을 겪는 장면에서 가을이가 '바라지 않은 호의는 부담'이라고 말해요. 그때 제 스스로도 관계에 있어서 많이 생각해 보게 됐어요."
여름의 극 중 대화는 대부분 수어로 이뤄진다. 그 때문에 노윤서는 촬영 시작하기 3달 전부터 배우들과 함께 수어를 배웠다. 그 과정에서 노윤서는 표정과 행동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언어를 새롭게 배웠다.
"처음 수어를 배웠을 때 부담감이 컸어요.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거잖아요. 한국어처럼 가나다부터 배우는 게 아니라 프리 토킹처럼 대사로 바로 익히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쉽기도 했어요. 반복되는 대사들은 기억하기 쉽고 연관해서 할 수 있었고요. 수어가 직관적인 부분도 많고 재밌는 것들도 많아요. 즐기면서 배웠어요. 또 표정이 굉장히 중요해서 '밥 먹었어?'라고 묻는 것도 뉘앙스를 신경 쓰면서 연습했어요. 음성 대사가 없다 보니까 표정이랑 행동으로 뉘앙스를 보여줘야 해서 연기적으로 배운 게 많아요."
극 중 여름의 말간 무드는 노윤서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들 만큼 자연스럽게 입혀진다. 여름에게서 본연의 모습도 많이 담기지 않을까 궁금해 물었더니, 그는 여름과 자신의 닮은 점은 "밖에서 바쁘게 돌아다는 것 정도"라며 말하며 웃어 보였다.
"여름이하고는 밖에 나갔을 때 바쁘게 돌아다니는 건 좀 닮았어요. 그런데 집에서는 잘 누워있거든요. 여름이는 집에서도 분주히 동생 가을을 챙기는 게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저라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생각했죠. 실제 남동생이 있긴 한데 여름이가 하는 것만큼은 못 할 거 같아요. 동생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여름의 모습에서 살짝 공감한 것도 있고요(웃음)."
극 중에서 풋풋한 첫사랑 재질의 로맨스 호흡을 맞춘 용준 역의 홍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함께 촬영하기 전에 홍경 배우의 전작을 거의 다 봤었어요. 작품에서 보여준 연기가 정말 좋았어요. 사실 대본도 그렇고 원작에서도 용준은 통통 튀고 발랄한 캐릭터예요. '청설'에서는 전작들에선 보지 못한 인물이라 어떻게 연기할지 궁금했어요. 연기하는 걸 보니 정말 땅에 착 붙어 있는 자연스러움이 있더라고요. 홍경 오빠만의 굉장히 천진난만하고 살아있는 용준의 느낌이 좋았어요. 정말 특색있는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노윤서는 데뷔 3년 차다. 아직 화면 속 자신의 모습이 낯선, 막 걸음을 뗀 신인이다. 하지만 그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슈퍼 커리어를 쌓으며 빠르게 미더운 배우로 자리 잡고 있다. 지금까지 노윤서가 쌓은 커리어는 결코 운이 아니다. 그는 맞춤옷처럼 여러 영역에 최적화된 깊이감을 근사하게 형상화하는, 뿌리 깊은 어린나무다. 여기에 성실하고 깨끗한 마음마저 지녔기에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한다.
"믿음이 가는 배우이고 싶어요. 이 배우가 나온다고 하면 '오!'라는 기대하게 하는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지향점이에요. 또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매력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아직 보여 드린 매력이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나중에는 악역도 해보고 싶고 새로운 얼굴들을 끄집어내고 싶다는 열망이 있어요. 다양한 얼굴로 대중에 비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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