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총에 맞아" 피 철철…해리스 등판에 '출렁'…험난했던 미 대선
말 많고 탈 많던 미국 대선 투표가 이제 몇 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막말과 총성이 울리고 피와 눈물이 흩날린 험난한 여정은 역대급 짙은 안갯속에서 마지막 목적지로 향하고 있다.
애초 이번 대선 구도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었다. 올해 나이 각각 81세, 77세로 4년 전에 세운 역대 최고령 후보 간 대결 기록을 스스로 경신하며 '고령 리스크'를 공유했다.
고령 문제에 발목 잡힌 이는 바이든이었다. 그의 제안으로 미국 대선 역사상 가장 빨리 성사된 6월 TV 토론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토론 당시 바이든은 말을 더듬고, 특정 단어가 기억나지 않는 듯 말을 멈추기도 했다. 맥락에서 벗어난 말을 하고, 제한 시간 내 발언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토론이 끝난 뒤엔 부축받으며 무대에서 내려왔다. 자신이 던진 승부수가 부메랑이 돼 돌아온 순간이다.
그러다 벌어진 '트럼프 암살 시도 사건'으로 트럼프는 더욱 살아났고 바이든은 완전히 무너졌다. 지난 7월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트럼프가 야외 유세 도중 오른쪽 귀에 총을 맞았다. 트럼프는 총알이 스친 귀에 피를 흘리면서도 지지자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며 "싸우자"고 외쳤다. 기적처럼 살아난 트럼프에 지지자들은 열광했고 바이든과 지지율 격차는 더 벌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나흘 뒤 바이든은 코로나19 재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이에 피격 사건 이후 잠잠했던 민주당 내 '후보 교체' 목소리는 다시 커졌다. 자가 격리 중이던 바이든은 결국 7월21일 재선 포기를 선언하고 다음 대선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 바이든은 사퇴 선언 후 첫 민주당 전당대회서 눈물을 글썽이며 52년 정치 인생의 마무리를 알렸다.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되면서 대선 구도는 '첫 유색인종(아프리카·아시아계) 여성 현직 부통령'과 '최고령 백인 남성 전직 대통령'의 대결로 완전히 바뀌었다.
해리스 부통령의 등장으로 트럼프가 우위였던 대선 판도도 흔들렸다. 해리스는 빠르게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했고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선거 자금을 모았다. 7월 말에는 해리스 지지율이 트럼프를 제쳤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랐다. 위기를 느낀 트럼프는 해리스를 "급진적인 좌파 미치광이", "미친 진보주의자"라고 비난했다. 해리스가 흑인이 맞냐며 인종 공격을 하기도 했다.
분위기 반전을 노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후보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지난 8월23일 선거 운동을 중단하고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9월10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처음이자 마지막 TV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트럼프는 두 달여 전 바이든 대통령의 발목을 잡은 '고령 문제'의 부메랑을 맞았다. 해리스의 빈틈없는 공세에 트럼프는 수세에 몰리는 모습을 보였다. 초박빙 구도를 깰만한 결정타는 없었지만 분위기는 해리스의 판정승으로 기울어졌다.
얼마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두 번째 암살 시도가 발생했다. 9월15일 플로리다주 본인 소유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던 트럼프를 경호하던 비밀경호국(SS) 소속 요원들은 총을 든 채 매복해 있던 50대 남성을 붙잡았다.
선거가 역대급 초박빙 양상을 보이며 양측은 원색적 비난과 막말을 주고받았다. 트럼프가 해리스와 바이든을 두고 "정신병자"라고 발언하고, 민주당과 해리스 측은 트럼프를 히틀러, 파시스트에 빗댔다. 여러 막말 중에서도 '쓰레기' 발언은 막판 변수로 떠오를 정도로 논란이 됐다. 트럼프 측 찬조 연설자가 "푸에르토리코는 쓰레기 섬"이라고 발언해 라틴계 유권자들의 반발을 샀는데, 이를 두고 바이든이 "쓰레기는 그(트럼프)의 지지자들"이라고 응수하며 역풍을 맞았다.
선거 막판 전국 여론 조사에서도 양측은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다. 미 NBC 방송이 3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에 결과에 따르면 해리스와 트럼프는 가상 양자 대결에서 똑같이 4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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