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트리 → 미디어 파사드… 백화점 연말 매출은 불빛 따라 움직인다[10문10답]
1980년대 백화점에 트리 도입
2000년대엔 외벽장식 불빛경쟁
압구정 갤러리아, LED 첫 활용
명소 입소문 나면 마케팅 효과
신세계, 주말 방문객 60% 증가
롯데, 저녁시간 식음료 매출 ‘쑥’
더현대 서울 H빌리지 예약폭발
성탄절 전후 주식 시장도 강세
기업 실적 개선 기대 ‘산타랠리’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에서 예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다.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장소에는 빠지지 않고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등장한다. 이 같은 트리는 상록 침엽수를 집 안이나 야외 등에 설치하고 전등과 장식품 등으로 꾸미는 상징물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일찌감치 전국 곳곳에 트리가 설치되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특히 국내 백화점 업계는 예년보다 이른 크리스마스 준비에 돌입하며 ‘인증 샷 성지’가 되기 위해 분주하다. 이들 업체가 각각 개성을 살려 크리스마스 트리 꾸미기에 힘을 쏟는 이유는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동시에 SNS를 통한 간접홍보 효과 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대한 이모저모를 두루 모았다.
1. 크리스마스 트리의 기원
크리스마스 트리의 기원에 대해선 여러 설이 전해진다. 그중 하나는 675년 영국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전도 활동을 한 성 보니파티우스로부터 유래됐다는 설이다. 그는 게르만족이 해마다 숲 속 전나무에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것을 보고 옳지 않은 일이라 여겨 이 나무를 베어내 향후 제물이 될 사람들을 구했다. 이에 감복한 사람들이 나무를 둘러싸고 감사를 표하게 됐고, 추후 나무를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설로는 독일 종교개혁자인 마르틴 루터로부터 유래됐다는 것이다. 루터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 별빛 아래 상록수가 서 있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 특히 끝이 뾰족한 상록수가 마치 하늘에 있는 하나님께 향하는 것으로 보여, 이 같은 나무를 준비해 방에 세우고 거기에 별과 촛불을 매달아 장식을 한 뒤 크리스마스 트리가 확산됐다는 주장이다.
2. 국내는 어떻게 도입됐나
크리스마스 트리는 19세기 초 독일에서 북유럽 국가로 전파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1841년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인 앨버트 공에 의해 영국에 소개됐다. 우리나라에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미국 개신교 선교사들에 의해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우는 풍습이 처음 소개됐다. 처음에는 국내 선교사 부인들이 서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받는 정도였다가, 교회를 중심으로 행사를 진행하면서 크리스마스와 트리가 널리 알려졌다. 일제강점기 시절에는 일제가 크리스마스 행사 금지를 선포하며 잠시 주춤하기도 했으나, 광복 이후 1949년 크리스마스가 법정 공휴일로 정해지면서 서울 등 곳곳에 트리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1960년대 이후부터는 지역 청년과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크리스마스 트리 문화가 더욱 더 확산됐다.
3. 생산은 어떻게
크리스마스 트리 농장은 일반적으로 전나무, 구상나무와 같은 침엽수를 수년간 성장시킨 뒤 시장에 공급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 경제에 기여하며, 많은 시골 지역에선 이로 인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일부 가정에서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직접 제작하기도 한다. 짧은 침엽수 가지를 집마다 다른 스타일로 꾸미는 전통으로,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 가족 간의 협력과 정서적 유대를 강화하는 활동으로도 간주된다. 20세기 이후 플라스틱 산업의 발전으로 인공 크리스마스 트리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인공트리는 주로 플라스틱, 금속, 섬유 등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4. 백신 빈 병에 버번 통까지 활용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2021년 당시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에는 백신 용기로 만든 3m 높이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졌다. 해당 트리를 만들기 위해 1만9000개의 백신 용기가 사용됐다. 당시 접종센터의 의료 스태프들은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 달에 걸쳐 만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켄터키주의 소도시 스미스그로브에선 버번 위스키 통 450개를 15m 높이로 쌓아 올려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가 등장하기도 했다. 미국 켄터키주는 버번 위스키의 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크리스마스 기간이 여름인 호주에서는 계절 특성에 맞게 ‘플리플랍’(슬리퍼 형식의 신발)으로 만든 대형 트리가 등장하기도 했다.
5. 해외 유명 명소
해외 크리스마스 명소로 가장 대표적인 곳은 미국 뉴욕 록펠러 센터이다. 매년 12월 초, 높이 20∼30m에 달하는 거대한 노르웨이 전나무가 록펠러 센터 광장에 세워지며, 수천 개의 크리스털 장식과 눈부신 조명으로 장식된다. 록펠러 센터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은 전 세계인이 주목하며, 크리스마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행사이다. 독일을 대표하는 건축물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쾰른 대성당’ 앞 광장에도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거대한 트리가 세워진다. 쾰른 대성당의 웅장한 외관과 조화를 이루는 장관을 연출한다. 고딕 양식 건축의 아름다움과 크리스마스의 따뜻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훌륭한 명소로 손꼽힌다.
6. 이름난 국내 트리 명소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각종 장식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자아내는 장소를 논하며 성당이 빠질 수 없는 법. 국내 3대 성당으로 불리는 서울 명동성당, 전주 전동성당, 대구 계산성당이 그 주인공이다. 세 성당의 겨울은 미사를 위해 방문한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수많은 연인과 가족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화려한 조명이 감싼 거대한 트리를 중심으로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말구유 형상까지 꾸려져 있다. 중세 고딕 양식, 로마네스크 양식 등이 적절히 혼합돼 하늘 높이 뻗은 첨탑, 장미창, 스테인드글라스는 밤이면 각양각색의 빛을 뿜어내며 겨울 풍경 속에 어우러진다. 시계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성당 광장을 거닐어 보는 것은 어떨까.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화려한 조명으로는 뒤지지 않는 충남 아산시 공세리 성당도 지역 유명 트리 명소로 통한다.
7. 백화점 크리스마스 트리의 진화
국내 백화점들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하고 소비자 발걸음 붙잡기에 나선 건 1980∼1990년대부터다. 당시에는 주로 백화점 입구나 1층 가운데 대형 트리를 설치하고 다양한 판촉 행사를 열었다. 백화점마다 더 큰 트리를 설치해 화제를 모으는 ‘크기 경쟁’이 주를 이뤘다. 2000년대에 들어서자 백화점들은 조명 기술 발달에 힘입어 실물 트리 설치보다 백화점 외벽을 조명으로 화려하게 장식하는 ‘불빛 경쟁’에 돌입한다. 국내에서는 2004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이 크리스마스 ‘미디어 파사드’ 효시로 꼽힌다. 갤러리아백화점은 당시 자사 명품관에 미디어 파사드를 도입하면서 LED 조명이 부착된 지름 83㎝의 유리디스크 4330장을 사용했다. 조명 입자가 크기 때문에 디테일한 이미지는 구현하지 못했지만, 알록달록한 그림이 벽면에서 움직이는 모습은 소비자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후 신세계·롯데·현대 등 다른 백화점들도 미디어 파사드를 이용한 크리스마스 장식 경쟁에 뛰어들게 된다.
8. 마케팅 효과는 얼마나
크리스마스 수개월 전부터 백화점들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불빛 경쟁에 나서는 이유는 마케팅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서울 중구 본점에 미디어 파사드를 선보인 결과, 주말 방문객 수가 평소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도 지난해 크리스마스 테마 마을 ‘H빌리지’ 방문 예약을 시작하자마자 2만여 명의 동시 접속자가 몰렸다. 롯데백화점 역시 지난해 크리스마스 점등이 진행된 두 달(11∼12월) 동안 서울 본점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기 위한 소비자들이 몰려 저녁 시간대 식음료(F&B) 매출이 크게 늘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미디어 파사드 점등 이후에는 주말 기준 구매객 수가 평소보다 최소 50% 이상은 증가하고,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에 접어들면 2∼3배까지 늘어난다”며 “크리스마스 트리는 백화점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톡톡히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9. 주식시장도 특수? ‘산타랠리’ 진실
산타랠리(Santa Rally)는 ‘크리스마스 연휴 앞뒤로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처음 고안한 건 미국의 시장 분석가이자 ‘주식 투자자 연감(Stock Trader’s Almanac)’의 설립자 예일 허시(Yale Hirsch)로 알려져 있다. 통상 한해 마지막 5거래일부터 새해 첫 2거래일까지 약 7일의 기간을 의미한다. 산타랠리 발생은 다양한 해석이 있다. 먼저 성탄절을 전후해 소비가 활성화하고, 이는 기업의 이윤 증대로 이어진다.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랠리를 부른다는 것이다. 기관투자자들이 회계 결산을 마무리하면서 주식시장에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또 다른 요인으로 지목된다.
산타는 한국보다 미국을 더 좋아하는 분위기다. 메리츠증권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나스닥종합지수와 우리나라 코스피를 분석해본 결과, 나스닥은 산타랠리 기간 평균 0.40% 올랐다. 반대로 코스피는 같은 기간 0.62% 하락했다.
10. 크리스마스가 달갑지 않은 나라들
크리스마스 트리 수출국 1위는 중국이다. 중국은 통상 6∼7월 사이 트리용 나무를 출하하기 시작한다. 트리뿐만 아니라 크리스마스 트리에 들어가는 장식품 또한 전 세계 물량의 60∼70%를 중국이 생산한다. 코로나19 시기 중국 주요 항구들이 잇따라 멈추면서 크리스마스 트리 가격이 껑충 뛰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중국 당국은 크리스마스 행사를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중국의 크리스마스는 공휴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중국인이 크리스마스에도 회사에 출근한다. 국내 백화점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대형 트리나 산타 같은 조형물도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 국영중앙TV(CCTV)는 지난해 “12월 24일은 크리스마스 이브가 아니라 장진호 전투 승리 73주년이 되는 날”이라며 1950년 6·25전쟁에서 중공군과 미군이 맞붙은 전투를 상기했다.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소말리아, 타지키스탄 등도 크리스마스를 금지하고 있다. 북한도 크리스마스를 ‘심리전 도구’로 지칭하고 관련 행사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최준영·김호준·박지웅·신병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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