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일하자" 믿고 퇴사했다가…날벼락 맞은 직장인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11. 5. 09:06
[갑갑한 오피스] 일 시작하기 전에 해고부터 당하는 경우가 있다 (글 : 권남표 노무사)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근로기준법 제17조.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자에게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취업의 장소와 종사해야 할 업무에 관한 사항, 업무의 시작과 종료시각, 휴게시간, 교대근로에 관한 사항, 임금의 결정ㆍ계산ㆍ지급 방법, 임금의 산정 기간ㆍ지급 시기 등1)을 명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반한 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1)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취업의 장소와 종사해야 할 업무에 관한 사항, 업무의 시작과 종료시각, 휴게시간, 교대근로에 관한 사항, 임금의 결정ㆍ계산ㆍ지급 방법, 임금의 산정기간ㆍ지급시기 및 승급(昇給)에 관한 사항. 가족수당의 계산-지급 방법에 관한 사항, 퇴직에 관한 사항, 퇴직급여 및 상여에 관한 사항, 식비, 작업 용품 등의 부담에 관한 사항, 근로자를 위한 교육시설에 관한 사항, 출산전후휴가ㆍ육아휴직 등 근로자의 모성 보호 및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사항, 안전과 보건에 관한 사항, 근로자의 성별ㆍ연령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의 특성에 따른 사업장 환경의 개선에 관한 사항, 업무상과 업무 외의 재해부조(災害扶助)에 관한 사항,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 표창과 제재에 관한 사항 등
이 조항은 사장이 사람을 채용해 일을 시킬 때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서 지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근로기준법의 규정이다. 근로계약서 없이 구두로 몇 시 출근해서 무슨 일을 해도 다 알아듣는다고 말하는 혹자가 있을 수 있지만, 서면으로 정해 남기는 것은 서로 이의가 없다고 확인해 가는 과정이고 명확하게 남겨 보관하는 과정이어서 또 중요하다.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 그런데 이 계약서의 내용이 모호해서 또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해고부터 당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일을 당하는 사람은 더 취약한 처지에 있는 사회 초년생 청년들, 단시간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아니, 거의 99%의 직장에서는 입사한 뒤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 첫 출근일에 작성하는 경우도 많고 그렇지 않더라도 며칠 내에 계약서를 작성한다. 사장은 꼼꼼히 읽어보라고 하고 계약서를 두 부 들고 와서 서로 작성하고, 한 부를 노동자에게, 다른 한 부는 본인이 보관한다. 계약서를 입사한 뒤에 작성하다 보니 이상한 일이 종종 발생한다. 분명히 사장님이 우리 같이 일하자고 약속을 했는데 정작 입사일이 다가오니 연락이 뜸해지다가 피하거나, 다른 사람 구했다며 나오지 말라는 말을 하는 일이다.
최근 A 씨는 ‘아몰랑’ 사장이 11월 4일부터 출근해서 일을 같이 하자고 말해서 원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 새로운 입사 전에 2주는 쉬어야겠다 싶어서 퇴사일과 입사일을 맞추고 여행을 떠났다. 가끔 연락해 IT 업무에 대해 같이 논하던 사장 ‘아몰랑’은 이즈음부터 연락이 닿지 않기 시작했고, 어디로 무엇을 준비해 가야 하나 싶어 한 전화를 회피하기까지 했다. 이상하다 싶어 ‘연락이 안 닿아서 연락드려요. 입사할 때 준비할 거 뭐 따로 있나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이틀 뒤 답장이 왔다. 사장 ‘아몰랑’은 ‘지금 회사에서 여러 고민을 하고 있어서 다시 연락드리겠어요’라는 말이다. 처음 입사를 결정했을 때 계약서를 썼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보니 A 씨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거다.
부동산 계약, 물품 거래 계약 등등 수많은 계약은 먼저 작성하고 계약일에 맞춰서 대금을 치르고 물건의 양도가 이뤄지는데, 유독 나의 시간과 기회를 양도하는 근로계약은 꼭 입사를 한 다음에 작성된다. 그러다 보니 A 씨처럼 채용을 약속했다가 약속이 어그러지는 일들이 종종 발견된다. 이직을 위해서 꽤 많은 기회비용을 포기하게 된다. 전 직장을 퇴사하는 경우가 있고, 입사가 확정돼서 입사일까지 여행을 가는 경우가 있고,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입사의 약속은 꽤나 많은 일들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입사를 약속한 사장 ‘아몰랑’은 책임질 것이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입사를 약속했을 때 A 씨와 ‘아몰랑’ 사이에는 근로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법원은 판단하고 있다. 계약서는 없지만 계약은 있는 상태로 ‘아몰랑’은 A 씨에게 입사일이 되면 일을 시키고,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한 것이다. 이 상태를 채용 내정이라고 하고, 이 채용 내정의 취소는 해고와 같다. A 씨 입장에서는 일은 시작도 안 했는데 쫓겨난 것이다. 해고를 당한 것인데, 억울하지 않을 수 없다. 해고는 사장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A 씨가 해고당할 만큼 큰 잘못을 저질렀거나 ‘아몰랑’ 사장이 정리해고 수준으로 회사가 어렵다는 점을 입증했을 때만 할 수 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근로기준법 제17조.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자에게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취업의 장소와 종사해야 할 업무에 관한 사항, 업무의 시작과 종료시각, 휴게시간, 교대근로에 관한 사항, 임금의 결정ㆍ계산ㆍ지급 방법, 임금의 산정 기간ㆍ지급 시기 등1)을 명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반한 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1)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취업의 장소와 종사해야 할 업무에 관한 사항, 업무의 시작과 종료시각, 휴게시간, 교대근로에 관한 사항, 임금의 결정ㆍ계산ㆍ지급 방법, 임금의 산정기간ㆍ지급시기 및 승급(昇給)에 관한 사항. 가족수당의 계산-지급 방법에 관한 사항, 퇴직에 관한 사항, 퇴직급여 및 상여에 관한 사항, 식비, 작업 용품 등의 부담에 관한 사항, 근로자를 위한 교육시설에 관한 사항, 출산전후휴가ㆍ육아휴직 등 근로자의 모성 보호 및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사항, 안전과 보건에 관한 사항, 근로자의 성별ㆍ연령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의 특성에 따른 사업장 환경의 개선에 관한 사항, 업무상과 업무 외의 재해부조(災害扶助)에 관한 사항,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 표창과 제재에 관한 사항 등
이 조항은 사장이 사람을 채용해 일을 시킬 때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서 지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근로기준법의 규정이다. 근로계약서 없이 구두로 몇 시 출근해서 무슨 일을 해도 다 알아듣는다고 말하는 혹자가 있을 수 있지만, 서면으로 정해 남기는 것은 서로 이의가 없다고 확인해 가는 과정이고 명확하게 남겨 보관하는 과정이어서 또 중요하다.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 그런데 이 계약서의 내용이 모호해서 또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해고부터 당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일을 당하는 사람은 더 취약한 처지에 있는 사회 초년생 청년들, 단시간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아니, 거의 99%의 직장에서는 입사한 뒤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 첫 출근일에 작성하는 경우도 많고 그렇지 않더라도 며칠 내에 계약서를 작성한다. 사장은 꼼꼼히 읽어보라고 하고 계약서를 두 부 들고 와서 서로 작성하고, 한 부를 노동자에게, 다른 한 부는 본인이 보관한다. 계약서를 입사한 뒤에 작성하다 보니 이상한 일이 종종 발생한다. 분명히 사장님이 우리 같이 일하자고 약속을 했는데 정작 입사일이 다가오니 연락이 뜸해지다가 피하거나, 다른 사람 구했다며 나오지 말라는 말을 하는 일이다.
최근 A 씨는 ‘아몰랑’ 사장이 11월 4일부터 출근해서 일을 같이 하자고 말해서 원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 새로운 입사 전에 2주는 쉬어야겠다 싶어서 퇴사일과 입사일을 맞추고 여행을 떠났다. 가끔 연락해 IT 업무에 대해 같이 논하던 사장 ‘아몰랑’은 이즈음부터 연락이 닿지 않기 시작했고, 어디로 무엇을 준비해 가야 하나 싶어 한 전화를 회피하기까지 했다. 이상하다 싶어 ‘연락이 안 닿아서 연락드려요. 입사할 때 준비할 거 뭐 따로 있나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이틀 뒤 답장이 왔다. 사장 ‘아몰랑’은 ‘지금 회사에서 여러 고민을 하고 있어서 다시 연락드리겠어요’라는 말이다. 처음 입사를 결정했을 때 계약서를 썼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보니 A 씨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거다.
부동산 계약, 물품 거래 계약 등등 수많은 계약은 먼저 작성하고 계약일에 맞춰서 대금을 치르고 물건의 양도가 이뤄지는데, 유독 나의 시간과 기회를 양도하는 근로계약은 꼭 입사를 한 다음에 작성된다. 그러다 보니 A 씨처럼 채용을 약속했다가 약속이 어그러지는 일들이 종종 발견된다. 이직을 위해서 꽤 많은 기회비용을 포기하게 된다. 전 직장을 퇴사하는 경우가 있고, 입사가 확정돼서 입사일까지 여행을 가는 경우가 있고,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입사의 약속은 꽤나 많은 일들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입사를 약속한 사장 ‘아몰랑’은 책임질 것이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입사를 약속했을 때 A 씨와 ‘아몰랑’ 사이에는 근로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법원은 판단하고 있다. 계약서는 없지만 계약은 있는 상태로 ‘아몰랑’은 A 씨에게 입사일이 되면 일을 시키고,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한 것이다. 이 상태를 채용 내정이라고 하고, 이 채용 내정의 취소는 해고와 같다. A 씨 입장에서는 일은 시작도 안 했는데 쫓겨난 것이다. 해고를 당한 것인데, 억울하지 않을 수 없다. 해고는 사장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A 씨가 해고당할 만큼 큰 잘못을 저질렀거나 ‘아몰랑’ 사장이 정리해고 수준으로 회사가 어렵다는 점을 입증했을 때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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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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