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머스크 전망처럼 한국 인구 3분의 1토막 나나?
감소 시점 불분명하나 50년 후로 가정시 통계청 추계와 상당한 격차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괴짜 경영자'로 알려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또다시 한국의 저출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한국의 인구가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그동안에도 인구 감소를 인류가 당면한 최대 위협이라고 강조해왔던 머스크가 한국을 '콕' 집어 구체적인 감소 수치를 제시한 탓에 그의 발언은 국내에서 적지 않은 화제가 됐다. 한국의 인구 감소에 대한 그의 비관적 전망이 정말로 근거가 있는 것일까.
한국 인구가 3분의 1로 감소하게 되는 시점은 언제?
우선 머스크의 발언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콘퍼런스에서 나왔다.
이 행사에 화상 대담자로 깜짝 등장한 머스크는 "현재 출산율로 볼 때 한국은 현재 인구의 3분의 1수준이 될 것"이라며 "유럽은 현재 인구의 절반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현재의 복리 효과(저출산을 지칭)가 계속된다면 3세대 후엔 현재 인구의 5% 이하로 줄어드는 국가가 정말로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인구가 현재의 3분의 1수준으로 감소하는 시점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머스크의 이런 비관적 전망에 대한 신빙성을 따지기가 쉽지 않다. 결국 그의 과거 발언까지 고려해 맥락을 파악할 수밖에 없다.
머스크가 X(옛 트위터)를 통해 발언을 많이 한다는 점을 감안해 최근 3년 사이 한국 또는 저출산과 관련한 트윗을 살펴본 결과, 머스크는 2022년 5월 25일 자신의 X 계정에 세계은행의 출산율 자료를 게재하며 "한국과 홍콩은 가장 빠른 인구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튿날엔 "출산율이 변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3세대 후엔 현재 인구의 약 6% 수준이 되고, 대부분 인구가 60세 이상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1세대를 통상 30년 주기로 간주하므로 한국의 인구가 90년 후엔 현재의 6%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한 셈이다.
머스크는 2022년 9월 6일엔 한국의 출산장려금 기사에 대해 언급한 트윗을 리트윗하며 "한국은 현재 거의 한 세대마다 인구의 절반 정도가 감소하는 추세"라고도 언급했다.
이런 발언에 따르면 한국 인구는 30년 후엔 현재의 50%, 60년 후엔 25%, 90년 후엔 12.5%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머스크는 지난해 1월 25일엔 일본이 출산율 하락으로 사회 붕괴의 위험에 처했다는 내용의 트윗을 리트윗하며 "한국은 이보다 출산율이 더 낮다"고 말했고, 올해 6월 3일엔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다루는 부서를 신설했다는 CNN 뉴스를 리트윗하며 "한국과 많은 국가가 빠르게 없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언급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머스크는 한국의 인구가 90년 후엔 현재의 6% 또는 12.5% 수준으로, 60년 후엔 25%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고, 따라서 현재 인구의 3분의 1수준(33.3%)으로 감소하는 시점은 50년 후 정도가 될 것이라고 추론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통계청, 50년 후엔 2022년 인구의 70.1%…100년 후엔 37.5%로 감소 전망
그렇다면 그의 이런 전망은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까.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추계한 50년 뒤 2072년 인구는 3천622만명으로 전망됐다. 이는 중위 추계로, 2022년 인구(5천167만명)의 70.1%로 줄어든 셈이다.
장래인구추계는 출산율, 기대수명, 국제 이동(내ㆍ외국인의 유입ㆍ유출) 등에 대한 미래 가정에 기초해 예상한 미래 인구를 말한다.
출산율, 기대수명, 국제 이동이라는 3개 요인의 고위(낙관), 중위, 저위(비관) 가정에 따른 시나리오 27개를 기반으로 한다.
중위 추계는 이 3개 요인 모두 중위 가정에 따를 때 인구 추계를 말하고, 고위 추계는 각 요인이 모두 고위 가정일 때, 저위 추계는 모두 저위 가정일 때의 수치를 뜻한다. 즉, 고위 추계 인구는 예상해 볼 수 있는 인구의 최댓값이고, 저위 추계는 최솟값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통계청이 가장 최근에 내놓은 장래인구추계 자료인 2022년 기준 2072년의 고위 추계 인구는 4천282만명, 저위 추계 인구는 3천17만명이다. 최솟값인 3천17만명도 2022년 인구의 58.4%로, 머스크가 50년 뒤 한국 인구로 예상한 3분의 1수준(33.3%)을 훨씬 웃돈다.
기간을 90년으로 넓히면 어떻게 될까. 통계청은 100년 추계도 제공하고 있다. 90년과 10년이라는 시간 차가 있지만 대략 비교해 추세를 살펴볼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2122년의 인구는 중위 추계로는 1천936만명이다. 최솟값이라고 할 수 있는 저위 추계는 1천85만명이다.
중위 추계로 100년 후 인구는 2022년의 37.5%로, 여전히 3분의 1 수준보다는 높다. 저위 추계도 2022년의 21.0%다. 머스크의 90년 후 전망치인 현재의 6% 또는 12.5%보다도 10년 후 수치임에도 여전히 높다.
한국 합계 출산율 사실상 세계 꼴찌 수준
머스크의 이런 비관적 전망이 통계청의 공식 추계치와 상당히 차이가 나지만 머스크의 발언이 아무런 시사점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한국의 저출산이 머스크가 주목할 정도로 상당히 심각하다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통계청이 장래인구추계와 유엔(UN)의 '세계인구전망 2024' 자료를 비교ㆍ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마카오와 홍콩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인 국가만 따져 보면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꼴찌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게다가 이미 2019년 11월부터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추세적으로 앞질렀다. 자연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국내로 유입하는 내외국인 덕분에 인구 감소가 체감되지 않은 것이다. 장래인구추계엔 한국에 3개월 이상 거주하는 외국인도 포함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2024∼2072년 기간 인구가 계속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53개국에 속한다. 이 기간 한국의 인구 감소율은 30.0%로, 타이완(-37.1%), 쿠바(-31.6%), 중국(-31.5%) 등과 함께 인구 감소율 상위권에 포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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