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뷰] 美 대선 판세 '초박빙'…'尹 후반기 외교' 시나리오는
"해리스 당선 시 '3국공조' 유지…북핵 고도화 변수"
"'비개입주의' 트럼프 집권…'한국 핵무장' 가능성"
"트럼프, 반도체 보조금 무력화 전망…대비 필요"
[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11·5 미국 대선' 판세가 막판까지 초박빙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우리나라 외교안보와 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통상 정책 시나리오도 복잡해진 양상이다.
윤석열 정부의 전반기 외교 정책은 한·미·일 협력과 수출 확대 등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성과에 방점을 두고 진행돼 왔다. '윤석열·바이든·기시다'의 공고한 3각 체제를 바탕으로 안보협력 강화, 경제적 협력 및 공급망 안정, 기술 및 에너지 협력 분야에서는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뒀다는 게 이 정부의 평가다.
◇'한·미·일 3국 협력 체제' 운명 관심 집중
그러나 현재 미국 대권을 두고 경쟁 중인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두 후보의 대외정책과 기조가 선명하게 달라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급속한 진전을 이룬 한·미·일 3국 협력 체제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진단이 많다. 여기에 장기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북 군사협력'도 우리로서는 만만찮은 변수다.
북미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해리스가 승리할 경우 동맹국과의 안보·경제적 연대를 중시하는 현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계승하며 '암묵적 보호무역주의'(soft protectionism)를 추구할 것으로 평가된다. 적어도 큰 틀에서는 지금까지의 한미 관계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강조하는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 온 정책의 급격한 전환이 예상된다. 가장 직접적 변화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 재협상 등을 놓고 한미 간 갈등이 현실화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후보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연간 100억 달러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여러 번 공언해 왔다. 그는 지난달 폭스뉴스의 '포크너 포커스' 타운홀 미팅에서도 "한국에 4만 2000명의 미군이 있다"며 "내가 그들(한국)에게 돈을 내게 했는데 바이든이 협상을 해서 '그들은 더 이상 돈을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들은 부유한 나라다. 우리는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핵 고도화'…누가 당선 되도 정책 변화 불가피
북핵에 대한 한미 간 공조 관계 측면에서는 해리스와 트럼프 누가 당선되더라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 시에는 한국의 핵무장 여건이 마련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북한은 미 대선을 닷새 앞둔 지난달 31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높였다. 선거 결과에 따라 추가 도발의 속도와 강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당장 미국 대선 직후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란 관측이 많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아이뉴스24> 통화에서 "해리스가 당선된다면 기존의 한미일 3국 공조를 유지·발전시키려 하겠지만, 문제는 최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급속도로 고도화됐다는 점"이라며 "지금의 확장억제는 균열의 상태를 넘어 붕괴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기존의 3국 안보 협력체계가 갖는 한계가 더욱 명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기에 끝내겠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의존도 줄어들고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며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비개입주의'이고, 미국이 세계경찰국가 역할을 하지도 않겠다는 스탠스이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을 하는 것을 용납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우리로서는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근본적으로 벗어날 기회가 생긴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집권, '칩스법·IRA 지원 축소' 관건
해리스가 집권할 경우 바이든 정부가 추진해 온 통상정책 방향이 대부분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다면 철저한 '미국 우선주의'를 기조로, 동맹국에도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적 관세 △외국기업에 대한 보조금 폐기 △상호주의에 입각한 무역 협상 등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적인 산업 정책인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이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완전 철회 또는 지원 축소가 관련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다. 칩스법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핵심 분야인 미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게 목표다. IRA 역시 전기차·배터리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게 목적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에 따르면, 전기차 세액공제 보조금이 폐지되면 국내 배터리업체의 첨단 제조생산 세액공제 혜택이나 국내 자동차 업체의 대미 수출 상업용 친환경 차량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칩스법도 기존에 비해 국내 기업에 비우호적으로 결정될 경우 관련 기업의 자금 압박 등이 예상된다.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 우선주의'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경우 보편적 관세의 적용 및 대미 무역흑자 해소를 위한 무역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며 "외국기업에 대한 IRA 전기차 보조금 및 반도체 보조금의 무력화 또는 지급 요건 강화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미국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미국의 통상정책은 민주·공화 양당이 '보호무역주의' 기조로 근본적으로 변했기 때문에 정도와 수준의 차이는 있겠지만 미국의 교역상대국들은 기본적으로 대미 수출 환경의 악화에 따른 현지 투자를 통한 대응 방안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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