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앤스톡] '상장 후 38%↓' 클로봇 IPO는 산업은행 욕심이었나

김서연 기자 2024. 11. 5.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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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주매출 16.46% ,산업은행 펀드는 상장 당일 지분 0.71% 매도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933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한 로봇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클로봇의 주가가 상장 직후 40% 가까이 떨어져 주목받는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933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한 로봇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클로봇의 주가가 상장 직후 40% 가까이 떨어져 주목받는다. 실제 가치보다 과평가된 공모가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클로봇의 초기투자자인 한국산업은행을 비롯한 벤처금융업자와 전문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를 위한 상장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클로봇 주가는 전날 798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 대비 38.6% 떨어져 있다.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22.5% 하락한 1만70원으로 마무리된 이후 5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지난달 28일 상장한 클로봇은 서비스 국내 최초 범용 자율주행 솔루션과 로봇관제 솔루션을 상용화한데 이어 글로벌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국내 독점 판권을 획득했다. 설립 초기부터 현대자동차그룹, 롯데벤처스 등의 투자를 이끌어내 주목 받았다.

상장 당시 클로봇의 주당 공모가는 1만3000원, 모집총액 390억원으로 상장 후 시가 총액은 3114억원 규모다. 국내외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933.91:1을 기록했으며 95.4%가 1만3000원 이상을 선택했다. 공모 이후 주주 구성비율은 일반청약자 25%, 기관투자자 71.2%, 우리사주 3.8%다.

상장 직후 유통가능 주식은 682만7725주(28.52%, 888억원)다. 공모 물량 중 유통가능한 구주 물량은 42%인데 반해 의무보유확약은 1.44% 수준이다. 상장 당일 kdb산업은행 측의 케이디비씨-엘앤에스 디지털 혁신 투자조합은 17만1050주(0.71%)를 1만2500원에 매도했다. 산업은행이 2019년 20억원을 투자한 클로봇의 지분 가치는 현 주가로 환산하면 195억원 규모다.


기술특례상장 허점 이용한 투자금 회수전략(?)


공모가의 적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초기 투자자들이 이윤을 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기술특례상장제도는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가 상장할 수 있도록 상장 기준을 낮춰 주는 제도다. 재무제표상 적자가 있어도 상장 기회를 줘야한다는 취지에서 2005년 도입됐다.

지난 4월 클로봇은 기술특례상장 트랙으로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대자동차 KT 등 대기업과의 협력관계, 로봇시장의 유망성 등을 고려해 3개월 만에 승인이 이뤄졌다. 클로봇은 2026년까지 연결 매출액 879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내놨다. 심사 당시 유사회사 평균 PER 39.63배를 적용해 주당 평균가액을 1만4576원으로 평가했다.

2023년 클로봇의 ROE(자기자본이익률)는 -358.86%, EPS(주당순이익)는 -2059원이다. 매출은 2020년 23억원에서 2022년 210억원, 2023년 242억원이었다. 당기순손실은 53억원에서 224억원으로 급증했다. 영업손실도 22억에서 58억으로 늘었다.

클로봇의 5% 이상 지분을 가진 주요 주주는 신한벤처투모로우투자조합1호,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2018, KDB산업은행이다. 각각 1.61%, 2.63%, 1.67%의 지분을 갖고 있다. 매각제한 기간은 1개월이다. 주요 1% 이상 주주(총 지분 7.79%)는 제로원엑셀러레이터투자펀도1호 합자조합(현대차그룹), 티라유텍, 네이버 등으로 1년6개월 간 매각이 제한된다.

클로봇은 2017년 설립 이후 총 5차례 외부 자금을 유치했다. 2019년 시리즈A에서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네이버, 어니스트벤처스, 산업은행 투자로 55억원을 모았다. 2022년 95억원 규모로 진행한 시리즈B에는 프리미어파트너스, 현대차그룹 제로원, 신한벤처투자, 엘앤에스벤처캐피탈 등도 참여했다. 2023년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는 110억원 규모로 이뤄졌다. 상장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도 참여했고 현대차도 추가 투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 자체가 지금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아도 기술이 있으면 상장을 시켜주자는 취지"라며 "기업 혹은 주식 가치에 대한 평가가 실제 가치에 비해 과평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평가는기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소액 주주들은 조금 더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ks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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