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나의 배터리ON] SK온, 3년 만 첫 분기 흑자…수익성 개선 비결은

박한나 2024. 11. 5.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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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미국 조지아 1공장 전경. SK온 제공.

[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SK온이 2021년 10월 창사 이래 첫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올해 3분기에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의 합병 실적이 반영되지 않았는데 어떤 방식으로 수익성을 개선했나요?"

SK온이 올해 3분기 영업이익 240억원으로 첫 분기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이는 전분기 영업손실(4601억원) 대비 4841억원이 개선된 수치입니다. SK온이 2021년 10월 독립 법인 출범 이후 3년 만에 첫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입니다.

SK온의 이번 분기 첫 흑자 전환은 자체적인 수익성 개선 활동만으로 이뤄낸 결실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습니다. 전기차 캐즘에도 전사적으로 원가 절감 활동에 집중한 덕분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SK온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추진된 SK트레이딩인터내셜과의 합병 실적은 올해 4분기부터 반영됩니다. SK엔텀과의 합병 기일은 내년 2월1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외부 요인이 이번 실적에는 반영되지 않은 것입니다.

김진원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은 지난 4일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SK온은 대외적인 불확실성의 지속과 수요 확대 지연에도 수익성 개선 노력과 고객사와의 정산 활동 등에 힘입어 분기 영업 손익분기점을 달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전분기 기저효과'로 2115억원을 개선한 것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원재료 가격이 최근 1~2년간 하락세를 보이면서 초기 고가에 구입한 재고를 소진하고, 이번 분기부터는 비교적 저렴한 원재료로 배터리를 생산해 원가 부담이 줄어들 게 된 것입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제조원가의 60~70%가 원소재인데 고단위 재고 소진 효과로 영업이익 개선 효과가 나타난것 같다"며 "매출 단가는 배터리 판매 가격 연동제로 자연스럽게 감소할 수밖에 없지만 원재료 비용이 낮아진 덕분에 수익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지난 2분기부터 상업 가동을 시작한 헝가리 3공장의 조기 정상화가 전분기 대비 기저 효과로 작용했습니다. SK온은 헝가리 3공장의 램프업(생산량 확대)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재료나 환율 등 시장 상황 변동에 따른 고객사 정산 활동 등 기타 부문에서도 2127억원을 개선했습니다. 여기에 올해 7월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한 후 임원 연봉 동결 등 전사적으로 추진한 원가 절감 활동이 수익성 측면에서 599억원을 확대하도록 도왔습니다.

SK온은 올해 4분기에 고객사의 북미 신규 완성차 공장 가동과 내년 상반기 신차 출시 준비 등의 영향으로 배터리 판매량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분기 영업이익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생산세액공제(AMPC) 수혜 금액인 608억원이 반영됐는데 향후 혜택 규모는 점차 확대될 전망입니다.

한 예로 SK온의 주요 고객사인 현대차가 이달부터는 미국 조지아주에 세운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본격 가동하면서 SK온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5 등 신차효과로 다음 분기부터 SK온의 배터리 공급량 역시 늘어나는 수순입니다.

이를 위해 SK온은 포드의 전기차용으로 운용되던 생산라인 일부를 현대차용으로 빠르게 전환했습니다. SK온의 미국법인인 SK배터리아메리카는 지난달부터 조지아주 2공장 라인 일부에서 현대차에 납품할 배터리를 이미 생산하고 있습니다.

김경훈 SK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대차그룹과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합작공장은 기존 계획된 2025년 연말 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라며 "다만 가동 시점은 현대차 그룹의 전기차 생산 계획과 당사 라인 운영 최적화 각 관점에서 향후 변동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배터리 사업에 대한 뚝심 있는 지원 덕분에 SK온이 전기차 캐즘 속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기술 개발과 생산 확대에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제조업 특성상 오너의 강한 의지가 없었다면 연속 적자를 내는 SK온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최 회장은 지난 7월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캐즘으로 계획만큼 (사업이) 안 돌아갈 확률이 있다"면서도 "미래를 보면 배터리의 성장성은 계속될 것이고 단지 지금 주춤한 것이니 그때까지 잘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SK그룹은 미래 성장 동력이자 그룹 주력 사업으로 'ABC(AI·배터리·칩)'를 선정하고 여기에 집중하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SK온을 살리기 위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추진하는 등 전사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SK온 관계자는 "이번 분기 첫 흑자 전환은 구성원들과 합심해서 이루어 낸 결과로 원가 절감과 오퍼레이션 효율 극대화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했다"며 "지속적인 흑자 구조 달성을 위한 체력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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