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포커스] ‘이자장사’ 논란에 가산금리 원가 공개 등 은행 전방위 압박
은행권 “과도한 개입” 반발…대책 마련 나서
금융 당국, 은행권과 자영업자·소상공인 TF 출범
은행의 ‘이자 장사’ 논란이 올해도 재현되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고금리에 힘입어 매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한 은행의 ‘돈 잔치’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만, 올해는 분위기가 더 좋지 않습니다. 은행이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기조에 대출 문턱을 더 높이고 대출 금리를 끌어올려 ‘예대마진(예금과 대출 금리차에 따른 수익)’을 확대하고 있어섭니다.
은행권을 향한 정치권과 금융 당국의 압박은 거세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자 부담을 낮추겠다”며 가산금리 세부 항목을 법률로 못 박고, 은행이 그동안 영업 기밀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던 가산금리 산정 내역을 공개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금융 당국은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상생금융 시즌2’를 준비 중입니다. 은행은 지난해 말 2조1000억원을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에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은행권은 올해도 녹록지 않은 연말을 보낼 것으로 보입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지난달 31일 고금리 부담 완화를 위해 은행법 개정안을 ‘5대 국민 민생 입법’에 포함해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예산안 의결을 마치고 이달 말 은행법 개정안의 입법 논의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민병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은 현재 자율 규제인 ‘대출금리 모범규준’의 가산금리 세부 항목을 법률로 정하도록 한 것이 핵심 내용입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조달금리)에 은행이 개별적으로 산정한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됩니다. 조달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은행이 개입할 여지가 없지만, 가산금리는 은행의 목표 이익에 맞춰 그때그때 조정이 가능합니다. 최근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은행이 대출금리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가산금리 조정이 가능했기 때문이죠.
이 가산금리를 구성하는 세부 항목 중 ‘법적 비용’을 제외하자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입니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지난해 1월부터 예금보험료와 지급준비금을 가산금리 항목에서 빼기로 했는데, 여기에 추가로 교육세와 기금출연료도 제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은행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금융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가산금리 공시를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은행권은 사실상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인데, 이는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어느 나라에도 없는 규제다”라며 “원가를 공개한다고 대출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지기 어려울뿐더러 오히려 은행 담합을 조장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금융 당국은 개정안과 관련해 은행권의 의견을 청취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연내 법제화를 목표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태세를 취하자,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입니다.
은행권이 직면한 과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상생금융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자영업자·소상공인 금융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 말 시중은행과 태스크포스(TF)를 꾸렸습니다. 현재 은행별로 시행 중인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이자 감면 등의 자율채무조정 제도의 현황을 점검하고, 채무 부담을 덜 수 있는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난해와 같이 은행이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될지 아직 가늠하기 어렵지만, 은행권에선 “상생금융 시즌2가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은행권은 지난해 12월 말 고금리 대출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187만명에게 최근 1년간 낸 이자의 일부를 돌려주는 내용의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전체 지원액의 70%인 1조5000억원가량은 이자를 돌려주는 데 쓰고, 나머지 6000억원은 은행이 자율적으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지난달까지 환급한 이자는 총 1조4768억원으로, 집행률은 98%를 넘어서 상생금융 시즌1은 마무리가 돼가는 상태입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지원 방안을 만들자는 것이 금융 당국의 입장이다”라며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결국엔 은행이 재원을 출연하거나 손실을 더 떠안는 구조일 수밖에 없어 부담이 크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정부와 정치권은 입을 모아 밸류업(주주 가치 제고)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시장 논리에 역행하는 가산금리 개입, 무리한 상생금융 출연 압박을 하고 있다”며 “이러한 관치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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