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티스와 충돌 후 끝없는 추락..4년만에 핀스트라이프 유니폼 벗는 리조[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리조가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벗었다.
뉴욕 양키스는 11월 3일(한국시간) 1루수 앤서니 리조에 대한 2025년 1,700만 달러 구단 옵션의 실행을 거부했다. 리조는 바이아웃 금액 600만 달러와 함께 FA 시장으로 향한다.
예정된 수순이었다. 2023시즌에 앞서 맺은 2년 3,400만 달러 계약이 올해로 만료되는 리조는 양키스의 '재신임'을 받을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결별은 예정된 것이었고 양키스는 예상대로 리조의 옵션을 실행하지 않았다.
4년만의 이별이다. 리조는 2021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시카고 컵스를 떠나 양키스 유니폼을 입었다. 한 차례 재계약도 따냈지만 인연은 여기까지였다. 애런 저지의 실책으로 인해 대역전패를 당한 월드시리즈 5차전은 리조의 양키스 고별전이 됐다.
성적이 처참했다. 리조는 재계약을 맺은 뒤 2년 동안 정규시즌 191경기에 출전했고 .237/.315/.358 20홈런 76타점을 기록했다. 건강도 기량도 지키지 못했다. 부상으로 2023시즌에는 99경기, 올해는 92경기 출전에 그쳤다. 특히 올해는 92경기에서 .228/.301/.335 8홈런 35타점을 기록해 빅리그 데뷔시즌이던 2011시즌 이후 최악의 성적을 썼다.
갑작스러운 추락이었다. 원래 리조는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였다. 2011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서 데뷔해 2012시즌에 앞서 앤드류 캐시너, 나경민과 트레이드로 컵스로 이적했다. 샌디에이고에는 재앙이, 컵스에는 축복이 된 트레이드였다.
2007년 보스턴 레드삭스에 드래프트 6라운드 지명을 받은 리조는 2010년 아드리안 곤잘레스 트레이드에 포함돼 샌디에이고로 이적했지만 2011년 데뷔해 49경기 .141/.281/.242 1홈런 9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컵스 유니폼을 입은 후 달라졌다.
컵스 입단 첫 해 87경기에서 .285/.342/.463 15홈런 48타점을 기록한 리조는 2013년부터는 컵스 부동의 1루수로 자리를 잡았다. 첫 풀타임 시즌이던 2013년 23홈런, OPS 0.742를 기록하며 성장한 리조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 동안 911경기에서 .284/.388/.513 179홈런 592타점을 기록했다. 6년 연속 25홈런 이상, 150안타 이상을 기록했고 올스타 선정 3회, 골드글러브 수상 3회, 실버슬러거 수상 1회, MVP 투표 득표 5회 등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2015-2016시즌에는 2년 연속 내셔널리그 MVP 4위에 올랐다.
하지만 '에이징 커브'에도 충실했다. 2020년 단축시즌 30세가 되며 성적 하락이 시작된 리조는 2020시즌부터 한 번도 타율 0.250을 기록하지 못했다. 시즌 20개 이상의 홈런을 쏘아올릴 장타력은 있었지만 정교함이 떨어지며 성적도 하락했다. 그래도 20대의 리조가 워낙 뛰어났을 뿐 30대 초반의 리조도 충분히 생산성있는 타자였다.
리조는 양키스 이적 후인 2022시즌까지도 기량을 유지했고 2020-2022시즌 3년 동안 329경기에서 .234/.341/.451 65홈런 160타점을 기록했다. 2022시즌에는 130경기에서 .224/.338/.480 32홈런 75타점을 기록해 통산 4번째이자 개인 시즌 최다 타이인 32홈런을 쏘아올렸다. 컵스의 중심타자였던 리조는 양키스 이적 후에도 애런 저지, 지안카를로 스탠튼 등 거포들과 함께 중심타선을 형성했다.
하지만 리조의 기량은 부상과 함께 완전히 추락했다. 2023시즌에도 시작이 좋았다. 5월까지 시즌 첫 53경기에서 .304/.376/.505 11홈런 32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다시 전성기가 돌아오는 듯했다. 하지만 5월 마지막 시리즈에서 샌디에이고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와 충돌해 뇌진탕 부상을 당했고 이후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부상 후 리조는 45경기에서 .170/.271/.224 1홈런 9타점에 그쳤고 이 부진은 올해까지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이어졌다.
급격한 기량 하락을 맞이한 리조는 2년 연속 최악의 시즌을 보낸 뒤 35세가 됐다. 그리고 4년간 몸담은 양키스를 떠나게 됐다. 이제 '나이가 들고 기량이 떨어진 선수' 중 한 명으로 FA 시장에서 새 팀을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아직 은퇴는 생각하지 않고 있는 리조다. 리조는 2025시즌에도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의사를 이미 밝혔다. 다만 최근의 부진들을 감안하면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는 것은 쉽지 않아보인다.
올겨울 FA 시장에는 베테랑 1루수들이 적지 않다. '홈런왕' 출신의 피트 알론소를 비롯해 크리스티안 워커, 폴 골드슈미트, 리스 호스킨스, 카를로스 산타나 등이 FA 시장에 나왔다. 리조는 이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는 아니지만 올해 가장 부진한 선수다.
알론소가 올해 34홈런을 쏘아올렸고 워커, 골드슈미트, 호스킨스, 산타나 등이 모두 20개 이상의 홈런을 터뜨린 가운데 리조는 두자릿수 홈런조차 기록하지 못했다. 스위치히터인 산타나를 제외하면 다른 선수들이 모두 우타자라는 점은 있지만 이정도 생산성 차이라면 좌우타자의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리조는 빅리그에서 14시즌을 뛰었고 통산 1,727경기에 출전해 .261/.361/.467 303홈런 965타점을 기록했다. 컵스가 2016년 '염소의 저주'를 깨고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를 때 팀의 주역이었던 리조는 이제 부상과 노쇠화로 인한 기량 하락으로 앞날을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과연 리조가 2025시즌을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시작할지 주목된다.(자료사진=앤서니 리조)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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