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세요, 당신의 표는 비밀입니다"… 미국 여자화장실에 메모지 붙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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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세요, 당신의 표는 비밀입니다. 누구에게도 말할 필요 없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내심 응원하지만,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남편 눈치를 보는 여성의 투표를 독려하려는 의도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3일(현지시간) "유권자의 관심이 쏠리는 주(경합주)와 공화당 강세 지역의 화장실 등에는 여성들에게 '투표는 비밀'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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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지지 단체, 여자화장실 쪽지 남겨
배우자 눈치 보는 '사일런트 해리스' 공략
보수층 반발… "남편 몰래 투표는 불륜급"
"기억하세요, 당신의 표는 비밀입니다. 누구에게도 말할 필요 없습니다."
미국 대선의 향방을 좌우할 경합주(州)나 '레드스테이트'(공화당 강세 지역) 내 여자화장실 곳곳에 붙어 있는 메모지 내용이다. 누구나 아는 비밀투표 원칙을 새삼스레 상기시킨 것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내심 응원하지만,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남편 눈치를 보는 여성의 투표를 독려하려는 의도다. 막판까지 초접전 양상인 이번 대선 결과가 '사일런트 해리스' 여성의 표심에 달려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여성 권리에 투표하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3일(현지시간) "유권자의 관심이 쏠리는 주(경합주)와 공화당 강세 지역의 화장실 등에는 여성들에게 '투표는 비밀'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기재된 문구는 '당신의 표는 당신의 것' '자신의 권리에 투표하라' '투표는 비밀이다' 등이다. '쪽지 캠페인'의 진원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시민단체 '해리스·월즈를 지지하는 여성들'의 역할이 커 보인다고 WP는 전했다. 단체명의 '월즈'는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가리킨다.
이 단체의 공동창립자 질 내시는 "2020년 대선 때 일부 여성이 투표를 두려워한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고 '쪽지 캠페인' 취지를 설명했다. 당시 한 여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트럼프 지지자인 남편이 투표지를 넘기도록 요구한다'는 고민을 올렸다고 한다. 이후 내시는 선거운동가들이 가정을 찾을 때 여성들이 문 열기를 두려워하거나, 남편이 듣지 못하도록 문을 닫고 대화하려는 사례를 여러 번 들었다고 WP에 말했다. 여성을 상대로 한 '비밀투표 원칙 캠페인'을 구상하게 된 이유다.
대선 결과 좌우할 '백인 여성'
이 같은 선거운동은 '백인 여성'이 이번 대선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며 더 활발해졌다. 전체 유권자의 30%가량인 이들은 원래 보수 성향이 좀 더 강하다. 2020년 대선 당시 53%가 트럼프에게 표를 줬다. 그러나 올해에는 "백인 여성도 해리스에게 기우는 추세"라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지난달 23일 전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10316250002981)
관건은 역시 '임신중지(낙태)권'이다. 미국에서 여성의 핵심 권리로 여겨지는 낙태권을 2022년 미 연방대법원이 사실상 폐기한 이후 치러지는 첫 대선이기 때문이다. 해리스는 이를 선거의 핵심 의제로 삼고 트럼프를 공격해 왔다. 대통령 재임 시절 연방대법원을 '보수 우위' 구도로 재편한 트럼프가 임신중지권 폐기 초석을 놓은 장본인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해리스 지지자들이 여성에게 '당신의 권리를 위해 투표하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앞서 해리스를 지지한 여성 연사들도 비슷한 메시지를 던졌다. 미셸 오바마는 "당신의 투표는 파트너의 정치적 견해와 무관한 개인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저격수'로 유명한 리즈 체니 전 공화당 하원의원도 "양심에 따라 투표하고, 아무에게도 한마디도 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보수층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 폭스뉴스의 진행자 제시 워터스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남편의) 아내가 비밀리에 해리스에게 투표하는 것은 불륜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미 보수 웹진 '콘서베터' 창립자인 제이미 프랭클린도 "결혼 생활에서 신뢰는 중요하다"며 "남편에게 거짓말하라는 해리스 캠페인은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김나연 기자 is2n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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