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어떤 일은 될라치면 '어마지두에' 된다

고형규 2024. 11. 5.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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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은 김치수와 대담에서 소설 광장이 '어마지두에' 쓰였다고 말합니다.

연장선이었을까요? 빵빵한 국어사전을 찾아봐야만 알 수 있는 낱말 하나를 최인훈은 툭 던집니다.

도대체 '어마지두에'가 무슨 뜻이란 말인가.

물론 언중이 외면하면 말글은 도태될 운명을 피할 수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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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을 내 손에서 빚게 된 것은 바로 4ㆍ19라고 하는 그 충격에서 한 인간의 머리에 존재했던 전통적인, 문명사적인 습관이 그냥 지각변동을 일으켜서 ...... (중략) 그 이후에 직업화된 내 태도와 비교할 적에 (광장은) '어마지두에' 쓰여졌다(는 것입니다.)"

최인훈은 김치수와 대담에서 소설 광장이 '어마지두에' 쓰였다고 말합니다. 2010년 4월 당시 문학과지성사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4·19 50주년 특별대담에서입니다. 한 시대 지성들의 대화는 고담준론(高談峻論. 뜻이 높고 바르며 엄숙하고 날카로운 말)의 정수를 보여주는 듯도 합니다. 짧지만 묵직합니다. 연장선이었을까요? 빵빵한 국어사전을 찾아봐야만 알 수 있는 낱말 하나를 최인훈은 툭 던집니다. 도대체 '어마지두에'가 무슨 뜻이란 말인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제어로 실린 어마지두는 '무섭고 놀라서 정신이 얼떨떨한 판'이라는 명사입니다. 흔히 '어마지두에' 꼴로 쓰인다고 합니다. 전후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소설은 4ㆍ19의 소중한 문학적 자산(1960년 『새벽』지 10월호에 발표)임을 새삼 확인하게 합니다.

사전은 [아이는 젖혔던 고개를 꺾으며 앙하고 울음을 터뜨렸던 것이다. 어마지두에 밥상을 떨어뜨려 박살을 낸 새댁이 구르듯 뛰어와 아이를 안았고…. ≪김성동, 풍적≫], [어마지두 놀란 할머니는 그 어린애를 손을 끌고 앞 도랑에 나가 흙다리 아래로 기어 들어갔다. ≪한설야, 탑≫]라고 용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원을 찾기 어려워 챗GPT에 물었더니 [어마는 '어머니'의 낮춤 표현인 '어멈'에서 유래했거나, '어머니'를 부르는 말인 '어마'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놀라거나 두려울 때 어머니를 찾는 경향에서 나온 감탄사적 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두는 확실한 어원을 찾기 어렵지만, 감탄을 강조하기 위한 접미사처럼 사용된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답합니다.

물론 언중이 외면하면 말글은 도태될 운명을 피할 수 없겠습니다. 낯설기는 하지만 적절한 뜻을 나타내주는 우리말을 잘 찾아서 쓰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외국어를 엉뚱하게 쓰거나 외래어를 오·남용하는 사례를 주변에서 너무 많이 봅니다. 시민들의 국어생활이 풍부해질수록 생활세계도 풍성해지리란 믿음을 '화두'로 남겨둡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문학과지성사] 4·19 특별대담 Ⅰ 전편 (김치수, 최인훈) 유튜브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KFYB6xLVO08&t=9s

2. 편집부, 현대산문의 모든 것, 꿈을담는틀, 2008

3.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05204

4.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5. 챗GPT '어마지두' 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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