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윤석열의 시간’…“대국민 담화, 밋밋하고 공허하면 의미 없다”

서영지 기자 2024. 11. 5. 05:0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한 ‘지지율 디커플링’에 위기감…비판 수위 높여
한 “헌정 중단” 강조…특검 뒤 탄핵압박 의식 풀이
윤 담화 발표로 전면전 피했지만 “중요한 건 내용”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7차 한·중앙아시아 협력 포럼’ 참석을 위해 방한 중인 중앙아시아 5개국 대표단 수석대표들을 접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제시한 정국 수습책을 두고, 당내 친한동훈계는 “한 대표가 지금 용산에 내놓을 수 있는 요구안의 최대치”라고 했다. 실제 한 대표의 발언 수위는 셌다. 최근의 국정운영을 일러 “독단적”이라 했고, 명태균씨와 연루된 윤 대통령 부부의 과거 행동을 싸잡아 “국민들께 대단히 죄송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과의 ‘결별’까지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꺼내기 힘든 말이다. 그만큼 ‘공멸’에 대한 위기의식이 컸다는 뜻이다.

한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독단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 반감이 커졌다는 점을 아프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기조의 내용과 방식이 독단적으로 보인 부분이 있었는지 점검하고 시정해야 한다”고 한 부분은 명백히 윤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다. 한 대표가 지적한 ‘독단적 국정운영’이 무엇을 겨냥한 것인지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한국갤럽을 비롯한 복수의 여론조사기관 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 지지도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김건희 여사’ 문제가 공통적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명태균씨. 한겨레 자료사진

지도부에 속한 친한계 핵심 의원은 “윤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육성 녹취가 나오기까지 김 여사 문제에 대해 대통령실은 아무것도 내놓지 않았다. 여론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거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친한계 당직자는 “개원식에 불참한 것도, 시정연설에 나오지 않은 것도 독단적이다. 국민들이 얘기하면 ‘돌까지 맞겠다’고 하면서 야당의 항의시위를 이유로 (국회에) 안 나오겠다고 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가 용산을 향한 발언 수위를 높이는 배경에는 10%대로 추락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여러달째 20%대 초중반을 오르내리던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1일 발표된 조사에서 처음으로 19%로 내려앉았다. 부정 평가도 72%로 최고치였다. 충격적인 건 ‘보수의 심장’으로 여겨지는 대구·경북에서조차 긍정 평가가 평균보다 낮은 18%(부정 평가 69%)를 나타냈다는 사실이다.

당시 조사에는 한 대표에게 ‘고무적’으로 해석될 만한 내용도 있었다. 한 대표의 당대표 역할에 대한 긍정 평가가 40%로, 19%에 그친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를 2배 남짓 웃돌았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한 대표에 대한 지지의 ‘탈동조화’(디커플링)를 보여주는 지표다. 한쪽이 망하면 다른 쪽도 함께 망하는 ‘운명공동체’가 아니라 한쪽이 차별화를 통해 ‘분리독립’을 도모해도 될 만큼 독자적 지지기반이 구축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한 친한계 당직자는 “우리가 김 여사 문제나 정부의 일방적인 국정운영 행태에 대해 비판하지 않았다면, 한 대표 지지율도 추락했을 것”이라고 했다. ‘윤-한 갈등’으로 표출된 용산과의 차별화가 한 대표의 직무수행에 대한 40% 긍정 평가를 견인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야당이 압박하고 여론도 동조하는 ‘특검’에 대한 입장조차 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뒤 ‘독소조항을 뺀 김건희 특검법은 합의가 가능하냐’는 기자들 물음을 ‘이미 다 말씀드렸다’며 피해 갔다.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특검은 입 밖으로 안 낼 것”이라며 “특검이 특검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건 2017년에도 경험한 것 아니냐”고 했다.

한 대표가 이날 최고위 발언에서 “헌정 중단”이란 표현을 여러차례 입에 올린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형식이 어떤 것이든 특검을 받아들일 경우 야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 거론하는 ‘탄핵’이나 ‘하야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헌정 수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정치적 마지노선’을 친 것이다. 한 대표 역시 특검을 수용할 경우 당의 내분이 ‘심리적 분당’을 넘어 ‘현실의 분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밤늦게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의 7일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 일정이 공지되자 가슴을 쓸어내렸다. 당장은 ‘전면전’으로 치닫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었다. 윤 대통령의 담화와 회견 일정은 한동훈 대표는 물론 추경호 원내대표에게도 사전에 공지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에 속한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중요한 건 담화와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밝힐 내용이다. 밋밋하고 공허하면 아무런 의미도 감동도 없다. 국민이 예상하고 기대하는 수준에서 더 나간 내용을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