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윤석열의 시간’…“대국민 담화, 밋밋하고 공허하면 의미 없다”
한 “헌정 중단” 강조…특검 뒤 탄핵압박 의식 풀이
윤 담화 발표로 전면전 피했지만 “중요한 건 내용”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제시한 정국 수습책을 두고, 당내 친한동훈계는 “한 대표가 지금 용산에 내놓을 수 있는 요구안의 최대치”라고 했다. 실제 한 대표의 발언 수위는 셌다. 최근의 국정운영을 일러 “독단적”이라 했고, 명태균씨와 연루된 윤 대통령 부부의 과거 행동을 싸잡아 “국민들께 대단히 죄송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과의 ‘결별’까지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꺼내기 힘든 말이다. 그만큼 ‘공멸’에 대한 위기의식이 컸다는 뜻이다.
한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독단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 반감이 커졌다는 점을 아프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기조의 내용과 방식이 독단적으로 보인 부분이 있었는지 점검하고 시정해야 한다”고 한 부분은 명백히 윤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다. 한 대표가 지적한 ‘독단적 국정운영’이 무엇을 겨냥한 것인지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한국갤럽을 비롯한 복수의 여론조사기관 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 지지도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김건희 여사’ 문제가 공통적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도부에 속한 친한계 핵심 의원은 “윤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육성 녹취가 나오기까지 김 여사 문제에 대해 대통령실은 아무것도 내놓지 않았다. 여론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거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친한계 당직자는 “개원식에 불참한 것도, 시정연설에 나오지 않은 것도 독단적이다. 국민들이 얘기하면 ‘돌까지 맞겠다’고 하면서 야당의 항의시위를 이유로 (국회에) 안 나오겠다고 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가 용산을 향한 발언 수위를 높이는 배경에는 10%대로 추락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여러달째 20%대 초중반을 오르내리던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1일 발표된 조사에서 처음으로 19%로 내려앉았다. 부정 평가도 72%로 최고치였다. 충격적인 건 ‘보수의 심장’으로 여겨지는 대구·경북에서조차 긍정 평가가 평균보다 낮은 18%(부정 평가 69%)를 나타냈다는 사실이다.
당시 조사에는 한 대표에게 ‘고무적’으로 해석될 만한 내용도 있었다. 한 대표의 당대표 역할에 대한 긍정 평가가 40%로, 19%에 그친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를 2배 남짓 웃돌았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한 대표에 대한 지지의 ‘탈동조화’(디커플링)를 보여주는 지표다. 한쪽이 망하면 다른 쪽도 함께 망하는 ‘운명공동체’가 아니라 한쪽이 차별화를 통해 ‘분리독립’을 도모해도 될 만큼 독자적 지지기반이 구축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한 친한계 당직자는 “우리가 김 여사 문제나 정부의 일방적인 국정운영 행태에 대해 비판하지 않았다면, 한 대표 지지율도 추락했을 것”이라고 했다. ‘윤-한 갈등’으로 표출된 용산과의 차별화가 한 대표의 직무수행에 대한 40% 긍정 평가를 견인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야당이 압박하고 여론도 동조하는 ‘특검’에 대한 입장조차 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뒤 ‘독소조항을 뺀 김건희 특검법은 합의가 가능하냐’는 기자들 물음을 ‘이미 다 말씀드렸다’며 피해 갔다.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특검은 입 밖으로 안 낼 것”이라며 “특검이 특검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건 2017년에도 경험한 것 아니냐”고 했다.
한 대표가 이날 최고위 발언에서 “헌정 중단”이란 표현을 여러차례 입에 올린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형식이 어떤 것이든 특검을 받아들일 경우 야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 거론하는 ‘탄핵’이나 ‘하야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헌정 수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정치적 마지노선’을 친 것이다. 한 대표 역시 특검을 수용할 경우 당의 내분이 ‘심리적 분당’을 넘어 ‘현실의 분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밤늦게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의 7일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 일정이 공지되자 가슴을 쓸어내렸다. 당장은 ‘전면전’으로 치닫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었다. 윤 대통령의 담화와 회견 일정은 한동훈 대표는 물론 추경호 원내대표에게도 사전에 공지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에 속한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중요한 건 담화와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밝힐 내용이다. 밋밋하고 공허하면 아무런 의미도 감동도 없다. 국민이 예상하고 기대하는 수준에서 더 나간 내용을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윤, ‘경고음’에 담화 7일로 앞당겨…“모든 사안 소상히 설명”
- 합참 “북 단거리 탄도미사일 여러발 발사”…미 대선 전 무력시위
- 대치동은 지금 ‘레테’의 계절…수능 고사장 방불케 하는 ‘황소 고시’
- 엄마, 삭발하고 구치소 간다…“26년 소송에 양육비 270만원뿐”
- 공멸 위기감 속 윤에 “대국민 사과” 직격탄 쏜 한동훈…특검은 침묵
- ‘대통령 기자회견’ 이번에도 이러면 망한다
-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 서명, ‘트럼프 리스크’ 넘어설까
- [속보] 크렘린궁 “푸틴,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만나”
- 일본 “북, 5일만에 탄도미사일 추정 물체 또 발사”
- 갑자기 찾아온 겨울처럼 아침 기온 ‘뚝’…강원엔 눈 오는 곳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