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한국팀 괴롭힌 마법의 진흙… “야구공 점착성·마찰력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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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개막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 모인 한국 대표팀은 예상치 못한 진흙을 보고 당황했다.
진흙이 얼마나 잘 퍼지는지(퍼짐성), 공에 얼마나 달라붙는지(점착성)와 함께 야구공의 마찰 효과를 각각 측정해 진흙이 야구공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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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개막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 모인 한국 대표팀은 예상치 못한 진흙을 보고 당황했다. WBC는 미국 메이저리그 공인구를 사용하는데, 이 공은 광택이 나고 미끄러운 것으로 유명하다. 투수가 그냥 손에 잡고 던지기에는 너무 미끄러워서 경기 시작 전에 진흙을 묻히는 게 메이저리그의 관례다. 한국은 공인구를 만들 때부터 미끄럽지 않게 해 선수들이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었다.
과연 야구공에 진흙을 묻히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은 “실험 결과 진흙을 묻히면 자연스럽게 퍼지면서 야구공을 균일하게 코팅돼 투수가 공을 잡는 느낌을 향상시킬 정도로 마찰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메이저리그 공인구에 바르는 진흙은 미국 뉴저지주의 특정 장소에서만 생산된다. 아무 진흙이나 쓸 수 없다. 펜실베이니아대 기계공학 및 응용역학과 교수인 더글러스 제롤맥은 이 진흙이 실제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세 가지 실험을 설계했다. 진흙이 얼마나 잘 퍼지는지(퍼짐성), 공에 얼마나 달라붙는지(점착성)와 함께 야구공의 마찰 효과를 각각 측정해 진흙이 야구공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한 것이다.
퍼짐성과 점착성은 기존 장비를 이용해 확인했다. 야구공이 손에 미치는 마찰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인간의 피부와 비슷한 탄성을 가진 고무 재료를 만들고 여기에 피부의 기름기와 비슷한 오일을 발랐다.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지정한 방식으로 진흙을 바른 야구공 조각에 문질러 마찰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야구공 표면에 바른 진흙이 마르면서 남은 미립자와 모래 입자가 야구공 표면을 거칠게 느끼게 만든다고 밝혔다. 야구공 표면에 결합된 각진 모래 입자가 표면 마찰을 두 배 이상 높이고, 응집성의 미세 입자는 접착력을 두 배 이상 높여줬다. 응집성 입자와 마찰을 일으키는 모래가 만나 마치 야구공 표면을 사포처럼 느끼게 해줘서 투수가 공을 더 쉽게 던지게 해준다는 것이다.
동시에 진흙은 야구공의 표면 질감을 균질하게 만들어주는 효과도 있었다. 야구공 표면에는 약 30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크기의 구멍들이 있는데, 진흙이 이 구멍을 채우면서 야구공마다 다른 표면의 차이를 줄여준 것이다. 공장에서 갓 생산된 야구공의 불규칙성을 진흙이 메워준 셈이다.
연구진은 “연구 결과 이 진흙은 퍼짐이나 마찰력, 점착성 등에서 모두 야구공의 성능을 높여주고 있다”며 “새로운 합성 윤활제보다도 기존의 진흙을 사용하는 것이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참고 자료
PNAS(2024), DOI: https://doi.org/10.1073/pnas.241351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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