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 토막 살인범은 軍 소령, 피해자는 동료 군무원

춘천/정성원 기자 2024. 11. 5.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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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말다툼 끝에 목 졸라 살해
시신 강에 버린 뒤 범행 숨기려
피해자 가족에 안부 연락하기도
4일 강원 춘천경찰서에서 화천 시신 훼손 유기 사건 피의자가 조사를 위해 강원경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도 화천군 북한강에 30대 여성의 시신을 토막 내 유기한 범인이 현직 소령인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여성은 같은 부대에서 근무했던 계약직 군무원이었다.

강원경찰청 형사기동대는 4일 브리핑을 열고 “피의자 A씨는 30대 후반으로 중령 진급을 앞두고 있는 군 간부”라고 밝혔다. A씨는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범행 당시 경기도 과천에 있는 국군 사이버작전사령부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3시쯤 군부대 주차장에 세워둔 자신의 차량 안에서 피해자 B씨와 말다툼을 하다가 B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A씨와 B씨는 같은 부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사이였다”면서 “B씨는 33세 여성으로 임기제 군무원이었다”고 했다. 임기제 군무원은 군부대에서 일하는 계약직 직원이다. B씨의 계약 기간은 10월 말까지였다. 경찰은 “두 사람이 다툰 이유 등은 조사 중”이라고 했다.

A씨는 B씨를 살해한 뒤 같은 날 오후 9시쯤 부대 인근 공사장에서 B씨의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B씨의 시신을 비닐봉지 10개에 나눠 담은 뒤 다음 날인 26일 오후 9시 41분쯤 강원 화천 북한강에 버렸다고 한다. 경찰은 “A씨가 10여 년 전 화천 지역 부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어 지리에 익숙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A씨는 시신을 담은 비닐봉지가 떠오르지 않도록 돌덩이를 함께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시신을 훼손하는 데 쓴 도구들은 북한강 곳곳에 버렸다고 한다.

A씨는 범행이 들통날 것을 우려해 27일 B씨의 휴대전화로 직장 동료에게 “퇴직 날까지 휴가 조치를 부탁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B씨의 가족에게도 안부를 묻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A씨는 B씨의 휴대전화 전원을 껐다 켰다 반복하며 이 같은 메시지를 보냈고 경찰에 검거되기 전 서울 강남구 일원역 근처 주차장 배수로에 휴대전화를 버렸다.

A씨는 범행 사흘 뒤인 28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부대로 전근했다. 경찰은 “A씨가 범행 후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태연하게 근무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A씨의 범행은 지난 2일 오후 화천군 화천읍 화천체육관 인근 북한강에서 다리로 보이는 시신 일부가 떠올랐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되면서 꼬리를 밟혔다. 3일에는 시신을 담은 비닐봉지 7개가 잇따라 발견됐다.

경찰은 시신에서 확인한 지문과 DNA 감식 결과, 통신 수사 내용 등을 통해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다. 이어 3일 오후 7시 12분쯤 서울 강남구 일원역 지하 도로에서 A씨를 긴급 체포했다. A씨는 범행을 인정했다. 공범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날 살인과 사체 손괴·은닉 혐의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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