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말 반복됐던 1·2인자 충돌… 이번엔 반도 못 와 터져
집권당 대표가 현직 대통령을 비판해 갈등을 빚은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갈등은 대부분 대통령 임기 말에야 표면화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현직 대통령 임기를 절반(2년 6개월) 남긴 상황에서 ‘명태균 통화 녹음’ 논란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설명·사과를 공개 요구한 건 그만큼 이례적이다. 정권 일·이인자가 충돌해 분열로 치달으면서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사례도 많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이 여권의 조기 분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도 나오는 이유다.
과거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공개 충돌한 대표적 사례는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신한국당 총재의 경우다. 15대 대선을 두 달 앞둔 1997년 10월 22일, 이회창 당시 신한국당 총재는 기자회견을 열고 ‘명예총재’였던 김 대통령의 탈당을 공식 요구했다. 대선 후보였던 이 총재는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의 비자금 의혹을 제기했는데, 김영삼 정부가 수사를 대선 이후로 미루기로 하자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이 총재 지지자들이 ‘YS 인형 화형식’을 여는 등 신한국당은 극심한 분열로 치달았고 김 대통령은 16일 후 탈당했다. 하지만 YS계인 이인제씨가 독자 출마해 500만표 가까이 득표하면서 이 총재는 대선에서 김대중 총재에게 패했다.
2007년에는 여당인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지낸 정동영 의원의 대통합민주신당 창당 계획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반대하면서 충돌했다. 정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해산하고 창당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가 된 후에도 이라크 파병 연장 등을 둘러싸고 노 대통령과 대립했다. 정 의원도 2007년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친이계가 2008년 총선 공천 때 친박계를 대거 낙마시키고 이 전 대통령이 2009년 세종시 이전안 수정을 추진하면서 ‘원안(原案) 추진’을 고수한 박근혜 의원과 충돌했다. 다만 이·박 두 사람은 2011년 6월 독대(獨對)를 하고 “친이·친박은 없애버리자”며 타협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박 의원을 차기 대선 주자로 인정해주고, 박 의원도 이 대통령과의 인위적 차별화는 자제했다. 결국 박 의원은 2012년 집권에 성공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집권 시절 여당 대표인 김무성 전 의원과 불편한 관계를 지속했다. 두 사람은 수차례 독대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고, 2016년 20대 총선 때는 공천 문제로 파동을 겪을 정도로 충돌했다. 이 총선에서 집권 새누리당은 1당 자리를 민주당에 내줬고, 이후에도 박 대통령과 김 의원 세력은 반목하다가 결국 박 대통령 탄핵 사태를 맞았다. 문재인 정부 때도 문 전 대통령과 이재명 현 민주당 대표 사이가 매끄러운 편은 아니었다. 이 대표가 2021년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고 나서도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와 부동산 정책을 두고 문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다.
여당에선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해 윤 대통령이 고강도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임기 절반을 남긴 대통령 지지율이 10%대 후반(한국갤럽 등)으로 낮은 상태에서, 한 대표가 대통령을 향해 비판 일변도로 나갈 경우 여권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과거 신·구 권력의 차별화가 정권 재창출로 이어진 경우는 대통령 임기가 1년 정도 남은 시점에, 대통령이 이인자에게 정치적 공간을 열어준다는 조건이 충족될 경우였다”라며 “현시점에서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공개 충돌은 여권 전체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대표가 해법을 이야기하고 있긴 하지만, 지금은 갈등 분출을 관리하면서 상황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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