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구치는 파도 속에 사람이 있다
“바닷가에 있는 영혼의 모임 표현”
파도가 휘몰아치는 격정적 바다가 다채로운 빛깔로 펼쳐졌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솟구치는 파도 속에 사람 윤곽이 보인다. 어린 시절 알래스카와 멕시코 해안을 오가며 자란 미국 작가 카일리 매닝(41)에게 바다는 일상이면서 생업이었다. 학비를 벌기 위해 선원으로 일했다는 그는 “우리 가족은 그야말로 물 위에서 살았고, 바다는 내 모든 작품에 연결돼 있다”고 했다.
서울 마곡동 스페이스K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카일리 매닝 개인전에 그의 바다 그림 20여 점이 전시됐다. 엷게 채색한 층을 여러겹 쌓아올려 파도와 인물이 은은하게 발광한다. 격한 파도 속에서도 인물들은 편안한 표정으로 그림에 녹아 있다. 작가는 “바닷가에 있는 영혼의 모임 같은 사람들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장 한가운데 매달린 대형 설치 작품이 눈에 띈다. 얇은 실크에 그린 세로 7m 길이의 작품 3점이 무대의 막처럼 설치됐다. 관객들은 커튼을 들추듯이 촉감을 느끼면서 실크 작품 사이를 걸어 다닐 수 있다. “조소, 회화, 설치 작품의 경계를 완화할 뿐 아니라 작품과 관객 사이 경계도 허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작품이다. 관객들이 눈을 감고 손을 펼쳐 실크의 속삭임을 느끼며 내가 자연에서 느꼈던 경험을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전시 제목이 ‘황해’다. 한국의 황해(서해)에 관심을 보인 작가는 “최대 9m에 이르는 조수 간만의 차이로 썰물 때 바닷물이 걸러지는 과정이 내가 그림을 그리는 과정과 닮았다”며 “색의 경계가 뚜렷한 황해에서 밀물과 썰물에 따라 그 경계가 앞뒤로 움직이는 것처럼, 그림을 그릴 때 염료와 오일, 붓자국들이 캔버스에 계속해서 증축되고 정제되면서 색채의 층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쳐 많은 기억과 이야기를 작품 속에 남기고 있다”고 했다. 10일까지. 성인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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