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미래 사피엔스] [67] 중국 기술과 중동 자본의 만남
얼마 전 국제 로봇학회 참석을 위해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인 아부다비에 갈 기회가 있었다. 역시 로보틱스에서도 생성형 인공지능이 대세였다. 챗GPT를 가능하게 한 거대언어모델(LLM)을 넘어 이젠 로봇의 행동과 선택을 예측해주는 거대액션모델(LAM)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로보틱스와 생성형 인공지능의 만남을 넘어 또 다른 ‘만남’ 역시 인상적이었다. 바로 최첨단 중국 기술과 중동 자본의 협업이었다.
글로벌 관광 명소로 유명한 두바이와는 달리 아부다비는 문화, 교육, 그리고 인공지능의 글로벌 허브가 되겠다는 것이 미래 비전이다. 하지만 여름엔 50도, 그리고 12월 ‘겨울’에조차 30도 넘는 아부다비가 글로벌 인공지능 허브가 될 수 있을까? 엔비디아 GPU와 데이터센터는 돈으로 살 수 있지만, ‘중동’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가지고 있는 아부다비로 글로벌 AI 인재들이 과연 모일까?
해결책은 역설적으로 최근 미·중 대립에서 찾을 수 있었다. 얼마 전 ‘AI 국가 안보 각서’까지 발표한 미국은 이제 미래 국가 안보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공지능을 평가하고 있다. 20세기 핵무기의 역할을 21세기에는 인공지능이 하게 될 거라는 말이다. 이 때문에 중국 출신 대학생들은 취업 비자 얻기가 어려워졌고, 엘리트 공대 교수들조차도 중국계라는 이유만으로 잠재적 중국 스파이로 의심받고 있다.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과학자들에게는 치욕적인 경험이다. 그렇다고 정치, 사회적으로 퇴보하고 있는 중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겠다. 결국 많은 중국계 과학자가 중동, 그리고 특히 아부다비로 향하기 시작한 이유다.
전쟁과 혼란으로 가득했던 16세기 유럽. 스페인에서 독립 후 유럽 최고의 인재들을 흡수하기 시작한 네덜란드는 당시 최고의 강대국이 되었다. 21세기 탈세계화와 미·중 대립이라는 혼란을 피하려는 글로벌 인재들을 계속 흡수만 할 수 있다면, 아부다비가 미래 인공지능 시대 새로운 글로벌 강국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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