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팔아주세요” 아우성…김밥 이어 라면까지 난리난 지역축제

김수연 2024. 11. 4.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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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김밥축제’·구미 ‘라면축제’ 등 흥행…전국 각지서 모인 관광객에 매진 행렬
지난달 열린 경북 김천 김밥축제에서 김밥을 뻥튀기 그릇에 담아 제공한 모습. 오른쪽은 지난 2일 오후 구미 라면축제를 즐기러 온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모습. 김천시·구미시 제공
 
저렴하고 친근한 음식을 내세운 지역 축제가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경북 김천시의 ‘김밥축제’에 이어 구미시의 ‘라면축제’까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며 수십만명이 몰려들었다.

4일 경북 구미시 등에 따르면 ‘2024 구미라면축제’에 17여만명의 인파가 몰린 것으로 추정됐다. 올해 3번째 열린 라면축제는 ‘세상에서 가장 긴 라면 레스토랑’을 콘셉트로 농심 구미공장에서 갓 튀겨낸 라면을 활용, 단순 먹거리를 넘어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구미역 일원과 역후광장, 금리단길 등에서 지난 1일부터 3일간 열렸다. 이 축제는 구미시에 국내 최대 라면 생산시설인 농심 구미공장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기획됐다.

축제엔 F&B 축제분야 전문가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한 구미 대표 이색라면 셰프 15명과 전국의 이색라면 맛집 3곳이 참여했다. 이들은 기존 라면을 재해석한 창의적 요리와 특별한 레시피 라면을 선보여 관광객 입맛을 사로잡았다. 라면축제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갓 튀긴 라면은 지난해 4만개의 6배가 넘는 25만개나 팔려나갔다.
지난 1일 구미 라면축제에 참가한 관광객들이 라면을 들고 가는 모습. 김수연 기자
 
개막 첫날 하루 종일 비가 내렸음에도 지난해를 뛰어넘는 인파가 몰리며 일대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 현장에 구름 인파가 몰리자 구미경찰서는 도내에서 처음으로 인파의 밀집 정도를 살피는 ‘키다리 경찰관’ 3명을 현장에 배치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지난 1일 라면축제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 김진주(24)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축제 소식이 퍼져 방문하게 됐다”며 “최근에 김천 김밥축제에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렸다는 후기가 넘쳐나서 걱정이 됐다. 2시간 넘게 기다리긴 했지만 색다른 라면을 맛볼 수 있어서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지역 축제 돌풍은 최근 SNS에서 김천의 김밥축제 등이 입소문을 타며 시작됐다. 김천시가 지난달 26~27일 연 김밥축제는 10만명을 훌쩍 넘는 관광객을 유치하며 첫 회임에도 대박을 터뜨렸다. 인구가 13만명인 김천에 10만명이 몰릴 거라고 김천시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MZ 세대가 ‘김천’ 하면 ‘김밥천국’을 떠올린다는 점에 착안해 축제를 기획한 게 적중했다는 분석이다. 김밥 그릇을 뻥튀기를 사용해 눈길을 끌었고, 기름진 음식이 많은 분식은 모두 다회용기를 사용한 점도 호평받았다.
김천 김밥축제에 인파가 몰린 모습(왼쪽)과 김밥 판매를 종료한다는 공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축제에선 오단이김밥, 톳김밥, 다담김밥, 사명대사 호국김밥, 지례 흑돼지김밥 등 평소 맛볼 수 없는 다양한 김밥이 판매됐는데, 이틀간 열린 축제에 예상보다 5배 넘는 방문객이 몰리면서 재료가 조기 소진돼 일부 관광객은 김밥을 맛보지 못하기도 했다. 축제 종료 이후 시 게시판엔 “김밥 없는 김밥축제였지만 재밌었다” “제발 맛보고 싶다” “많이 미흡했지만 즐거운 경험이었다. 2회 때도 꼭 가겠다” 등의 응원글이 잇따랐다.

대표 서민 음식으로 꼽히는 라면과 김밥 등을 내세운 지역 축제가 유례없는 관심을 끌자 “식품산업관광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도 나온다. 개연성 있는 스토리텔링과 친근한 소재,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메뉴 개발, 시에서 주최하는 만큼 바가지 없는 가격, 친환경 축제 등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경북도 뿐 아니라 강원도 원주시에서도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2024 원주만두축제’ 진행했는데, 약 50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지난해 20만명에 이해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치다. SNS에선 이달 있을 전북 순창 ‘떡볶이 페스타’ 등 지역 축제 리스트를 공유하는 글이 퍼지기도 했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축제 아이템 자체가 연고가 없거나 매해 개최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 생기더라도 화제성을 끌고 가기 위해 축제를 열려고 한다”며 “불만 후기가 있더라도 축제 홍보가 잘 되면 인구 소멸 위기인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기도 하고 국고 보조금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지역축제가 참여 연령대가 높고 재미없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최근 들어 힙한 관광 코스로 주목받고 있다”며 “이번 축제 성공을 계기로 앞으로 다른 지자체에서도 유사한 축제 기획이 계속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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