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집권여당 대표가 대놓고 대통령 사과를 요구한 적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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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대국민 사과와 대통령실과 내각의 인적 개편을 촉구했다.
김 여사 리스크, 명태균 게이트 등 혼란 속에 윤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한 대표가 "독단적 국정 운영에 국민 반감이 커졌다"며 용산을 압박하고 나선 모양새다.
집권 여당 대표가 임기가 절반이나 남은 현직 대통령을 향해 직접 사과와 인적 쇄신, 대통령 부인의 대외 활동 중단을 공개 요구한 것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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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대통령 사과 필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운데)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국민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대통령이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대표 왼쪽은 추경호 원내대표, 오른쪽은 장동혁 최고위원.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집권 여당 대표가 임기가 절반이나 남은 현직 대통령을 향해 직접 사과와 인적 쇄신, 대통령 부인의 대외 활동 중단을 공개 요구한 것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다. 발언 수위를 보면 마치 ‘야당 같은 여당’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민주당의 탄핵-하야 주장에 “국민의힘이 끝까지 막겠다”며 “해야 할 일을 늦지 않게 해야 저 속 보이는 퇴행 세력에 의한 대한민국의 헌정 중단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육성 녹음까지 나온 정치 브로커 명 씨 의혹에 대해서도 “법리를 앞세울 때가 아니다”라며 용산의 대응을 비판하고 소상한 설명을 촉구했다.
이는 윤-한 갈등 차원을 떠나 여당이 그만큼 위기 상황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주 갤럽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경북에서도 20% 선이 무너졌다. 전 계층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질렀다. 임기 반환점에 이런 지지율을 보인 대통령은 없었다. 법무부 장관 재임 시절 등과 비교해 볼 때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크게 달라진 한 대표의 태도에도 문제는 많다. 하지만 한 대표의 방식에 비판적인 당내 중진이나 광역단체장들 중에서도 용산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친윤 내에서도 “대통령실이 주도적으로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정도와 방식은 다르지만 ‘공멸 위기’라는 점엔 일치하는 것이다.
문제는 집권여당도 지리멸렬한 상황이란 점이다. 용산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면서도 당권이나 미래 권력투쟁을 둘러싼 셈법이 다르고 친한-친윤 그룹의 반목 역시 여전하다. 당장 14일로 예정된 김건희 특검법 표결에 당이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현실이 집권 여당의 곤궁한 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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