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가 되자 온 동네에 귀신 소리”…불면의 밤 고통받는 강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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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밤 11시 무렵.
강화도의 한 작은 마을에 '귀신 울음 소리'가 골목골목 퍼지기 시작했다.
인천 강화도의 한적한 밤이 북한의 대남방송이 만들어 내는 난데없는 소음에 순식간에 어수선해졌다.
저수지 밤낚시를 하던 한 남성은 "매일 저런다, 얼마 전까지 짐승 소리 쓰더니 오늘은 귀곡성으로 바뀌었다"며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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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부터 새벽 4시 이후까지 방송
女 흐느끼는 소리 등 음산한 소음 위주
주민들, 불면증·불안감 등 고충 토로
저수지 밤낚시를 하던 한 남성은 “매일 저런다, 얼마 전까지 짐승 소리 쓰더니 오늘은 귀곡성으로 바뀌었다”며 푸념했다. 군사분계선(MDL)까지 약 1.5km, 북한까지 3km 떨어진 이곳 강화군 송해면 숭뢰리에서 북한이 송출하는 잡음은 일상이 됐다.
지난달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화도 주민 안 모 씨는 대남방송 소음으로 인해 삶이 무너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초등생 자녀들이 잠을 못 자 건강이 악화하고 있다며 군 관계자들에게 무릎을 꿇었다. 눈물을 흘리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숭뢰리에 수십 년째 거주하고 있는 또 다른 남성은 “최근까지 밤낮없이 (방송을) 하더니 이제는 밤 11시부터 다음 날 새벽 4시 정도까지 한다”며 “딱 잘 시간에 방송하는 걸 보면 악의적”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북한의 대남방송이 한국 대북방송과 달리 주민의 짜증을 유발하는 목적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숭뢰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30일 넘게 방송이 계속되고 있다”며 “귀신 웃는 소리, 늑대 울음, 시끄러운 기차 소리, 무전기 잡음 등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한국이 북한에 하는 대북 방송은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남북 간 경제격차를 비교하는 콘텐츠들로 구성된다. 정부는 북한이 내부 반발을 우려해 숨기고 있는 러시아 파병 사실도 대북방송으로 알리고 있다.
피로도는 계속 누적되고 있지만 남북 관계 개선에는 별다른 해결책도 없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행정적으로든 뭐든 우리 정부가 당장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면서 “강 대 강 대치 국면에서 주민들의 고통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대남방송 사실이 알려지면서 강화도에 젊은이들이 ‘대남방송 투어’를 오는 풍경도 펼쳐졌다. 강화도에서 펜션을 하는 B씨는 “얼마 전 청년들이 전화로 대남방송 들리냐고 물은 뒤 실제 투숙했다”며 “소리를 잘 녹음할 수 있는 ‘명당’도 추천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요는 일부에 불과하다. 그는 “북한이 오물풍선을 날리고 미사일도 쏘고 분위기가 나쁘니까 전체적으로는 손님이 줄어들었다”면서 “여기 강화도 북쪽이 특히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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