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지면 고분고분할까?...승자 만큼 ‘패배 승복’ 여부에 관심 쏠린 美대선
재검표땐 당선확정 지연 불가피
대선 후 폭력사태 우려도 높아져
미 당국, 전례없는 보안계획 가동
선거가 ‘초박빙’ 양상을 보이면서 재검표를 요구하거나 선거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는 소송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등 승자보다 패배 승복 여부가 미국 대선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선거당국은 폭력을 비롯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전례없는 보안 계획을 가동했다. 개표 본부를 보호하기 위해 옥상에 저격수를 배치하거나 선거 관련 업무 담당자를 위한 비상 버튼·드론을 배치하는 등 강도 높은 조치에 들어간 것이다.
사법당국은 응급구조대 대기는 물론 경찰을 추가적으로 배치했고, 네바다·워싱턴주는 주방위군을 대기하도록 했다. 주 전체 선거결과를 인증하는 애리조나 주 국무장관은 방탄조끼를 입을 계획이다.
선거일이 이같은 ‘준 전시체제’를 적용하는 것은 지난 2020년 대선의 ‘악몽’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음모론을 거론하자 수천명이 거리로 몰려나왔고, 미국 국회의사당을 습격하는 등 소요사태가 발생했던 바 있다.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맞붙었던 2000년 대선에서 고어 후보는 재검표를 요구하는 등 논란의 여지가 있는 대결에서 패배했음에도 국민의 단합과 민주주의를 위해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붙었던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선거 다음 날 패배를 인정하며 승복했다.
2008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패배한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는 “이번 선거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승복 연설을 하며 ‘품격’을 보여줬던 바 있다.
올해 대선도 2020년 대선처럼 선거 불복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운동기간 여러 차례 ‘조건부’로 선거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민주당이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 사기’를 저지를 것이라며 음모론을 제기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을 이틀 앞둔 이날도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리티즈 유세에서 2020년 대선을 거론하며 “백악관에서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그들(민주당)은 이 망할 것(this damn thing)을 훔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싸우고 있다”며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유권자 신원 확인 요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 서명됐다. 그들은 사기를 치고 싶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압승’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만약 패배의 결과가 나타났을 경우 지지자들이 분노를 표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폭력사태에 대한 우려 또한 고조되고 있다.
선거 결과를 바꾸기 위한 시도는 주 정부나 법원을 대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크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와 트럼프 캠프는 ‘선거 무결성’ 프로그램으로 26개 주에서 130여개의 선거 관련 소송에 관여하고 있다.
각 후보측이 제기할 재검표 요구 또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전미 주(州)의회협의회(NCSL)에 따르면 24개 주와 워싱턴DC는 특정 표차 이내일 경우 재검표를 의무화하고 있다. 경합주인 애리조나(0.5%포인트 이하), 미시간(2000표 이하), 펜실베이니아(0.5%포인트 이하) 등이 해당된다. 조지아에서는 후보가 0.5%포인트 이하 격차로 패하면 재검표를 요청할 수 있고, 노스캐롤라이나는 0.5%포인트 차 이하거나 1만표차 가운데 더 적은 표차에 해당하면 재검표 요구를 할 수 있다.
특히 주요 경합주에서 초박빙 승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재검표 요구는 현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최종 당선 확정까지 오랜 시간을 대기해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미시간 랜싱 연설에서 “대통령으로서 가자지구의 전쟁을 종식시켜 인질들을 돌아오게 하겠다”며 “그리고 이스라엘의 안전을 보장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존엄성과 자유, 안보, 자결권을 실현할 수 있도록 힘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랍계 인구가 높은 미시간에서 아랍계의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이날 연설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이전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을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진정한 리더의 척도가 누구를 쓰러뜨렸느냐에 달려있지 않다는 점을 아는 대통령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고 연설에서 강조했다.
이날 펜실베이니아 리티즈, 노스캐롤라이나 킨스턴, 조지아 매콘에서 연설하며 강행군을 이어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격적인 발언으로 주목을 끌었다. 그는 리티즈 연설에서 자신을 에워싸고 있는 방탄유리 패널을 가리키며 “누군가가 나를 (총으로) 맞추려면 (연단 앞쪽에서 취재하는) 가짜뉴스(기자)를 거쳐 가도록 총을 쏴야 하는데, 나는 크게 신경 안 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WP는 이 발언을 두고 “트럼프의 최근 발언은 그와 그의 지지자들이 근래 며칠간 써왔던 폭력적인 언사를 더욱 격화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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