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7일 기자회견... 명태균 의혹 직접 밝힌다
작심하고 尹 치받은 한동훈 요구 뒤 12시간 만에 결단
친윤계서도 "뭐라도 해야 한다" 위기감 커지는 상황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연루된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 대국민담화를 통해 직접 입을 연다. 윤 대통령 부부와 관련된 의혹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 음성이 실린 녹취까지 공개되면서 더 이상 침묵만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하는 등 조기 '레임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도 대국민담화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녹취 공개 이후 처음으로 윤 대통령을 향해 국정기조의 전면적 변화를 요구했다.
'정책으로 돌파' 기조였던 용산... 밤 늦게 전격 공지
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열고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논란들, 명씨와 통화한 녹취 내용 등 주요 의혹에 대해 국민에게 직접 설명할 계획이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계획을 이날 밤늦게 공지했다.
윤 대통령의 결정은 갑자기 이뤄졌다. 오전까지만 해도 대통령실은 '4대 개혁 등 정책 성과로 난관을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기자회견 계획은 갖고 있었지만 국내외 정치일정 등을 고려해 이달 말 정도로 예정하고 있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실 임기반환점을 맞아 국민들에게 지난 성과를 보고드리고 향후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드릴 예정이고 일문일답을 통해 국민이 궁금해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 소상히 설명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정동력 상실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지지율 20%가 무너지면서 대통령실 내부에선 위기감이 비등했다. 지난 1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지지율이 19%로 집계되자 당내 친윤(석열)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조기 레임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한동훈 "독단적 국정 운영에 국민 반감" 작심 비판
여기에 지난 주말 침묵하던 한 대표가 이날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쇄신용 개각 △참모진 개편 등 '종합적 조치'를 촉구하며 대통령을 압박했다. 한 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대통령이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의 ‘불분명한 해명’도 작심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실이) 뭔가 감추고 빼고 더하려 하다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될 것”이라며 "적어도 지금은 국민께 법리를 앞세울 때가 아니다.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은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윤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씨의 통화를 “법적·정치적·상식적 문제가 없다”고 두둔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한 대표의 비판 수위는 “민심이 매섭게 돌아서면서 독단적인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 반감도 커졌다”는 대목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국정 기조의 전환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한 대표는 그동안 대통령실에 ‘김건희 리스크 해소’, '의료개혁 속도조절’ 등을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에게 ‘독단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건 처음이다.
한 대표는 야당의 ‘윤 대통령 탄핵 공세’에 “어떤 이름을 붙인 헌정 중단이든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했다. 야당의 장외 집회에는 “이재명 대표의 유죄 판결 이전에 헌정을 중단시켜버리겠다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트라우마’를 느끼는 보수진영을 향해 ‘탄핵은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계파 불문하고 공멸 위기감 커져
여권 내부에서도 계파를 불문하고 ‘대통령실 쇄신' 요구가 쏟아졌다. 친한동훈계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대통령 지지도가 10%대로 추락하고 반대 여론이 70%가 넘는 이 끔찍한 현실을 언제까지 모른 척할 것이냐”고 질타했다. 친윤석열계인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금은 국면전환을 위해 뭐든지 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을 감싸던 친윤계까지 가세한 것이다. 김 여사가 연루된 ‘공천개입 의혹’에 윤 대통령마저 당사자로 거론되면서 정권이 흔들리고 여권이 공멸할지 모른다는 우려의 확산이었다.
3선 중진의원들은 추경호 원내대표와의 간담회 직후 “당과 대통령실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나. 국민 눈높이에 맞춰 함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라는 말이 나왔다”(김성원)고 밝혔다. 다만 한 참석자는 “대통령실의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대통령실을 밀어붙이듯 압박하는 한 대표 방식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고 전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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