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에 재선충까지…토종 안면송 수난

박병준 2024. 11. 4.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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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전] [앵커]

목질이 우수해 예부터 궁궐을 짓거나 선박을 만드는 데 쓰였던 태안의 명물, 토종 소나무인 안면송 수백 그루가 속절없이 잘려 나가고 있습니다.

국도 확장공사 기간에 재선충병이 발생해 옮겨심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대로라면 8천여 그루가 넘는 안면송이 사장될 처지입니다.

박병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도로 옆으로 잘려 나간 안면송 수십 그루가 나뒹굽니다.

안면도 남북을 가로지르는 국도 77호선 22km 구간, 확장 공사로 벌목된 것들입니다.

굵기와 나이테를 봤을 때 수령 50년에서 100년 이상 된 나무들도 수두룩합니다.

나무들은 머지않아 파쇄될 예정인데, 공사가 본격화된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파쇄된 소나무만 수백 그루.

태풍에 가지라도 잘리면 위안제까지 지내주며 안면송을 애지중지했던 지역 주민들은 애가 탑니다.

[최기성/안면도 주민 : "가슴이 울컥하더라고요. 이것도 다 생명인데 눈으로 보세요. 이게, 저런 큰 나무들이 베어져 나갈 때, 이 안면송은 특히 보존 가치도 높고."]

옮겨심기 위한 예산 9억 원이 세워졌지만, 태안에 재선충이 급증하며 7개 읍면이 소나무 반출금지 구역으로 지정돼 소용이 없습니다.

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쳤지만 태안군으로부터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 파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주민들은 외부 반출이 불가능하다면 이동이 가능한 지역 내에 식재 장소를 만드는 등 보다 적극적인 행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용복/안면발전협의회장 : "잘 관리된 나무는 그 어느 지정된 장소에다가 옮겨서 그 나무를 옮겨놓았다가. 나무를 심었으면 하는 주민들의 바람이죠."]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도로 공사가 마무리되는 2029년까지 안면송 8천 600여 그루가 더 잘려 나갈 것으로 예상돼 보호받아야 할 토종 유전자원에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병준입니다.

촬영기자:신유상

박병준 기자 (lo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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