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체성 훼손 비판에도…이재명 “금투세 폐지”
추경호 “11월 본회의서 처리할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내년 1월 도입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하자고 밝혔다. 내부 논란 끝에 결국 정부·여당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보수 실용주의’를 앞세워 외연을 확장해 차기 대선을 도모하기 위한 행보로 평가된다.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 기조를 비판해온 민주당의 자기모순이자 정체성 훼손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아쉽지만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금투세 도입) 강행이 맞겠지만, 현재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고, 주식시장에 기대고 있는 1500만 투자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금투세 면세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고, 손실 이연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등의 대안을 고민했다면서도 “현재 대한민국 증시가 가진 구조적 위험성과 취약성을 개선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금투세가 정쟁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점도 폐지 이유로 꼽았다.
조국혁신당 “자본이득에 눈감아”…한동훈 “환영”
이 대표는 “원칙과 가치를 저버렸다는 진보 진영의 비난과 비판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민주당은 증시가 정상을 회복하고 (주식시장이) 기업의 자금 조달, 국민의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상법 개정을 포함한 입법과 증시 선진화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금투세 폐지 결정에는 ‘개미 투자자’ 등 여론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금투세 폐지론을 당론으로 정하고 ‘금투세는 이재명세’라는 프레임으로 압박했다. ‘금투세 폐지는 주식시장에 악재’라는 논리에 동의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이 대표의 결정만 기다리게 만든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9월 자신을 “보수에 가까운 실용주의자”라고 표현하며 내년 1월 금투세 도입이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최근엔 안팎에서 분출하는 윤 대통령 탄핵 촉구와 거리를 둔 채 경제인과의 접촉을 늘리는 등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진보 진영의 고유한 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금투세 도입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여야 합의로 이뤄낸 결과인데 이 대표가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꿨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게다가 금투세는 주식 세수 체계를 투명하게 해 자본시장실명제 역할을 할 것이란 평가도 많다. 주식 투자자의 99%는 금투세와 상관없는 것도 현실이다.
수도권 3선 의원은 통화에서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대전제를 무시한 결정”이라며 “금투세 도입도 해내지 못했는데 더 큰 과제인 상법 개정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이 만들고자 하는 세상이 불합리한 세제를 그대로 둔 채 자본이득에 눈감아주는 그런 세상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늦었지만 완전한 폐지에 동참하기로 한 건 환영한다”고 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월 본회의에서 금투세 폐지를 처리하도록 야당과 즉시 협상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손우성·이유진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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