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1원이라도 틀리면 끝’이어야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 중심에 있는 명태균이 김영선 전 의원의 월급 절반을 가져갔다. 명태균은 김영선 전 의원의 측근에게 ‘1원이라도 틀리면 나는 끝’이라고 위협했다. 1년간 명태균이 가져간 금액은 9677만6000원이다. 명태균은 부당한 거래로 손쉽게 돈을 뜯어냈지만 노동자들은 정직하게 일하고도 돈을 받기 어렵다.
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일용직 노동자들이 퇴직금을 떼였다. 일용직, 알바노동자들이 퇴직금을 떼이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5년에는 롯데시네마가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알바노동자와 10개월 단기 계약을 맺는 악습이 언론에 보도됐다. 같은 해 국회에서도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국회인턴을 11개월 단위로 쪼개기 계약을 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1원이라도 아끼기 위한 노력들이다.
케케묵은 퇴직금 문제는 혁신의 가면을 쓴 플랫폼산업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바뀐 것은 출근부다. 과거의 노동자들은 출퇴근을 수기로 기록했지만 오늘의 쿠팡 물류 노동자들은 쿠펀치라는 앱을 통해 체크인, 체크아웃을 한다. 쿠팡의 퇴직금 미지급이 불법이 아니라고 판단한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쿠팡노동자가 ‘근로계약을 1일 단위로 체결하고 근로일마다 근로관계가 단절된다’고 했다. 쿠팡 일용직 노동자가 하루 일을 마치고 퇴근하기 위해 체크아웃을 한 것을 계약종료로 해석했다. 고용노동부가 대형로펌보다 창의적인 해석을 쿠팡에게 해준 셈이다. 일부 근로감독관들은 일용직은 원래 퇴직금 지급이 안 된다고 안내했다. 간단한 검색만 해도 일용직 노동자의 퇴직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찾을 수 있다. 노동법을 모르는 사람이 근로감독관으로 일하면서 기업이 아니라 노동자를 관리감독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고용노동부는 뒤늦게 쿠팡을 압수수색했다.
노동자들이 도둑맞는 건 퇴직금만이 아니다. 임금체불은 고질적 문제다. 범죄를 옹호하는 사람도 있다. 경총은 최저임금 미만으로 임금을 받는 노동자를 근거로 사업주들이 최저임금을 줄 여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진보당 정혜경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임금체불 사건당 체불액은 7만449원에 불과하다. 돈이 없어서 안 주는 게 아니라 안 줘도 처벌받지 않으니 주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 임금체불 범죄는 수출도 한다. 2016년 YTN라디오에 출연해 호주 워킹홀리데이에 간 청년들이 한국사장 가게에서 일하다 임금체불을 많이 당한다고 하자, 앵커가 놀라며 자신도 호주에서 임금체불을 당했다고 했다. 8년 뒤인 올해 8월5일 호주 연방법원은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온 한국청년들의 임금을 체불한 한국계 스시체인점에 138억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판사는 “이주 노동자를 착취하고 이를 은폐하려던, 뻔뻔하지만 결국 실패한 시도”라고 일갈했다.
창고에 쌓인 악성재고처럼 임금체불문제를 방치한 결과 쿠팡을 비롯한 플랫폼산업에서도 임금체불문제가 발견되고 있다. 최근 만나플러스 배달노동자들은 플랫폼으로부터 배달료를 받지 못해 생계가 막막해졌다. 정부는 산업 변화에 따라 새롭게 등장하는 노동약자를 보호하겠다는 말만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건 임금체불 범죄에 대해 ‘1원이라도 틀리면 끝’난다는 걸 보여줄 국가다.
박정훈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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