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퇴진? 임기단축 개헌?···윤석열 정권을 어찌할꼬[김윤철의 알고 싶은 정치]

기자 2024. 11. 4.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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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보수언론의 윤 정권 개선 가능성을 전제로, 탄핵 혹은 퇴진 요구를 봉쇄하기 위한 대응은 효과를 보기 어려울 듯하다

윤 정권 규탄은 김건희 특검 수용과 공천개입 의혹에 대한 사과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총체적 파탄’을 문제 삼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를 넘어서서 무책임·무능함·무도함·무지함을 해소할 좋은 보수정치 역량 발굴에까지 시선이 가닿아야 한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정치·사회적 인식과 태도에 ‘질적 변화’가 일기 시작한 듯하다.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통령 국정지지율의 하락 정도를 갖고 하는 말이 아니다. 정치 불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유지되어온 ‘판단의 신중함과 행동의 유보 심리가 지배하는 국면’이 막을 내릴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 하는 말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 혹은 윤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정치·사회적 목소리가 급격히 커지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지난 10월30일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가 대한민국 생존의 필요조건이라며 윤 정권의 즉각적 퇴진을 요구한 데 이어 31일에는 한국 외국어대 교수 73명이 헌정질서 파괴를 우려하며 김건희 특검 수용과 검찰 개혁을 요구했고, 이에 앞서 가천대 교수노조는 10월28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촉발시킨 것과 같은 시민불복종운동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정권 지지율이 20% 아래로 떨어진 건 그간의 지속적인 지지율 하락 추세를 볼 때 새롭지 않다. 윤 정권이 그나마 의존하고 있던 지역적 기반, 즉 대구·경북 지역에서조차 이탈 조짐이 확연해지고 있다는 데서 다소 놀라울 따름이다. 그것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라는 충격이 깃든 물음을 자아내는 놀라움이 아니라, ‘결국 그렇게 되는구나’라는 수긍의 순간에 다다랐음을 자각하게 해주는 놀라움이다.

출범 후 최저치로 내려앉은 윤 정권의 지지율 하락에 비해 교수들의 연이은 시국선언은 새롭다. 공익을 증진해야 할 실천적 지식인으로서의 역할 복원을 인정할 때조차 교수들은 저마다의 생각과 주장이 강해 공동의 뜻을 모아내기 쉽지 않다. 양극화된 구도에서 결국 편향을 드러내는 것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정치적 발언과 행동을 조직할 때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시국선언과 같은 공동행동이 이루어졌다면, 이는 공통적으로 인지한 중요한 상황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대학과 교수의 위신이 아무리 약해졌다 해도 교수들이 함께 모여 시국선언 같은 것을 하면 정치권과 언론이 주목하는 이유다.

윤 정권에 대한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인식과 태도의 질적 변화가 일어난 것이라면, 그것은 시간과 사건들의 누적과 융합이 만들어낸 ‘4무(無)의 맥락적 효과’에 따른 것이다. 배우자 리스크의 감수를 회피하고 억압하는 무책임.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빈번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의료 공백과 세수 부족으로 나타난 국정운영의 무능함. 총선 대패에 개의치 않고 국제정치 질서의 군사화 국면에 편승해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호전적인 대북한 인식과 태도를 보이는 무도함. 공천개입 의혹 파문으로 드러난 정치적 어리석음과 무지함. 이런 것들이 이어지고 뒤섞여 불만과 불신과 불안을 키워오다 도저히 개선이 불가능한 정권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한 것이고, 이 판단이 그 종류가 무엇이든 간에 전향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것, 즉 정치적 위기의 감내라는 비용 지불의 필요성을 승인하는 의사 표출로 이어진 것이다.

지식사회·야당 공동행보 조짐 고조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1월2일 30만명(민주당 추산-경찰 추산 2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어 탄핵, 퇴진, 하야 등의 표현을 쓰며 윤 정권을 규탄했다. 대통령의 임기단축을 위한 개헌 입장도 등장했다. 민주당은 장외집회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며 9일에는 대전 개최를 예고했다. 조국혁신당은 탄핵소추안 작성에 들어갔고, 초안을 이달 중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윤 정권을 교체하기 위한 야당 세력의 공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야당들의 행보가 교수들을 비롯한 지식인들, 더 나아가 사회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을 얼마나 확산시킬지, 또 교수들과 지식인들의 시국선언이 주요 야당의 장외집회를 얼마나 활성화시킬지 아직은 더 두고 봐야 한다. 다만 지식사회와 야당 간의 공동행보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한층 더 높아진 상황이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상황 변화를 한층 더 촉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상황 변화의 의미 구성, 즉 상황을 어디로 끌고 갈지를 두고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 탄핵, 퇴진, 임기단축 개헌 등의 구호와 의견이 그 내용적 의미의 구성이 미비한 채 각기 따로 제출되고 있을 따름이다.

우선 탄핵을 보자. 실제 추진할 수 있을지, 추진하면 성사될지 아닐지 그 여부가 불투명하다. 국회 내 의석 분포와 제도적 절차를 감안할 때 특히 그렇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한 200석을 채우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반란표가 나와 국회를 통과한다 해도 헌법재판소의 인용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현재 시점에선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정도의 분명한 사유가 확보되지 않았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공천개입 의혹이 사실로 규명된다 해도 그것이 대통령직을 박탈할 만한 사유인지는 합의가 쉽지 않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통해 이미 경험한 바와 같이, 탄핵을 성사시켰다 해도 그것이 양극화된 정치 현실의 개선으로 나아갈지 아닐지, 유능한 정권 출범으로 이어질지 아닐지 알 수 없다.

개헌엔 권한조정 문제의식 담아야

퇴진은 탄핵에 비추어 개념적 의미가 아예 부재하고 실제 구현 방식도 찾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속히 결단을 내려 용산에서 떠나거나, 누군가가 강제로 끌어내야 한다. 하지만 임기가 절반이나 남았고 대통령직에서 내려오는 순간 온갖 위협에 노출될 윤 대통령이 자발적 퇴진을 수용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강제적 퇴진은 적어도 정부 역할 수행에 마비를 가져올 정도의 공무원들의 대규모 파업에 준하는 집단행동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직의 정상적 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광장에 모여 구호를 외치는 정도로는 가능하지 않다.

임기단축 개헌은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합리적이다. 윤 정권에 대한 처벌의 의미도 가질 수 있으면서 대통령제 개선이라는 오랜 정치개혁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과반 의석이 넘어 야당만으로 발의가 가능하고, 정치 개혁 동참이라는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기에 여당의 동의를 얻는 데도 수월하고 그래서 국회 통과 가능성도 비교적 높다. 대통령제 개선 여론도 높아 국민투표 통과 가능성도 상당하다. 문제는 시간과, 의도와 같은 결과를 낳을 것이냐다. 일각에서는 내년 상반기(5월)에 개헌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논의를 시작하면 실제 그럴지 미지수다. 또 탄핵과 마찬가지로 대통령 임기단축 개헌이 좋은 정치와 유능한 정부를 가져올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책을 해보겠다며 결단하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다만 개헌의 긍정적 효과를 내기 위한 지속적 노력을 유도할 구체적인 조치가 동반되어야 한다. 정치적·사회경제적 강자와 약자 간에 힘의 균형 상태를 구현할 좋은 정당과 시민의 정치참여를 바탕으로 한 정부 통제 가능성을 고양하는 게 바로 그것이다. 이를 염두에 둔 개헌 과정이 만들어져야 한다. 항간에서는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하는데, 정치적·사회경제적 부문 간의 힘의 균형 상태를 조성하기 위한 권한 조정-분권과 자치를 위한 개헌-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즉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권한 조정, 행정부와 의회 간의 권한 조정 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어야 한다.

국민의힘은 최근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윤 대통령에게 국정쇄신을 요청하겠다면서도 아직까지는 그와 같은 적극적인 정권 비토 움직임에 대해, 특히 민주당의 장외집회에 대해 1심 선고 공판을 앞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유죄 판결 방지를 위한- 방탄집회로 의미를 한정하고 싶어한다. 교수들의 시국선언도 그런 의미망 속에 가두려고 할 공산이 크다. 윤 정권 출범의 동맹자이자 정권의 지탱자인 주류보수 언론도 국민의힘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에는 장내(국회)로 들어가라고 압박하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는 각각 국정쇄신과 당정일체를 요구하고 있다. 윤 정권의 개선 가능성을 전제로 탄핵 혹은 퇴진 요구를 봉쇄하기 위한 것이다.

국민의힘과 주류 보수언론의 그와 같은 대응은 효과를 보기 어려울 듯하다. 무엇보다도 이재명 당대표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윤 정권을 규탄하는 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최근의 윤 정권 규탄 움직임은 김건희 여사 특검 수용과 공천개입 의혹 파문에 대한 사과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정권의 ‘총체적 파탄’을 문제 삼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를 넘어서서 4무(無·무책임, 무능함, 무도함, 무지함)를 해소할 좋은 보수정치 역량 발굴에까지 시선이 가닿아야 한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로, ‘세계와 시민’ ‘정치의 인문학적 탐색’ 등의 과목을 가르친다. 참여사회연구소 부소장, ‘시민과 세계’ 편집위원,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 노회찬정치학교 교장 등을 역임했다. <정당> <헬조선 3년상> 등의 저서와 ‘노동존중 정치와 노회찬의 6411정신’ ‘한국 불평등 민주주의의 정치사적 기원’ 등의 논문이 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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