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경제위기…한은도 ‘경고’
비용 들어도 온실가스 감축정책 조기 강화해야 장기적으로 유리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응치 않으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매년 0.3%포인트씩 떨어져 2100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이 예상보다 5분의 1가량 줄어든다는 경고가 나왔다. 특히 정유·화학·시멘트·자동차 산업에서 충격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당장은 비용이 들더라도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조기에 강화하는 것이 장기적인 성장에 유리하다는 뜻이다.
한국은행·금융감독원·기상청이 4일 공개한 ‘기후변화 리스크(위험)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기후변화 위험은 탄소가격 상승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산업의 생산비용 증가, 국내외 온도 상승·강수 증가 피해, 태풍 등 자연재해 빈도·규모 확대 등을 통해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보고서는 산업화(1850~1900년)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 ‘1.5도 이내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경로’와, ‘상승폭을 2도 이내로 억제하는 경로’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기후위기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무대응’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기존 한국의 성장 추세를 바탕으로 한 ‘기준 시나리오’와 비교했다. 기후위기 대응책을 강하게 실시하는 ‘1.5도 시나리오’에서 성장률이 연평균 0.14%포인트 하락해 GDP는 기준 시나리오 대비 2030년 1.8%, 2050년 13.1%, 2100년에 10.2%씩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보다 완화적인 ‘2도 시나리오’에서는 성장률이 해마다 평균 0.21%포인트 낮아져 GDP가 기준 시나리오보다 2030년은 2%가 줄고 2050년엔 6.3%, 2100년에는 15%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탄소감축 기술을 도입하는 등의 비용이 든다고 방치하면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커진다는 뜻이다.
반면 ‘무대응 시나리오’에서 한국의 GDP는 기준 시나리오보다 2030년 0.4% 증가하고 2050년 1.8% 감소하는 정도에 그치지만, 2100년 21%나 대폭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적으로는 성장해도 결국 해마다 성장률이 0.3%포인트씩 크게 축소된다는 의미다. 기후변화는 물가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2100년 생산자 물가는 1.8% 상승 압력이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1.5도 시나리오’ 분석에서 2100년 생산자 물가 추가 상승률은 1.9%로 오히려 ‘무대응’ 경우보다 높았다. 탄소가격 정책 도입 등으로 기업의 생산비용이 늘어 2050년까지 집중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산업별로 보면 정유·화학·시멘트·철강 등 고탄소 산업은 탄소가격이 오르는 올해부터 2050년까지 부가가치가 줄어들고, 이후 친환경 기술 발전의 영향으로 부가가치 감소폭이 둔화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농업·식료품제조업 등은 온도 상승·강수 피해가 증가하는 2100년에 가까워질수록 부가가치 감소폭이 커졌다.
김재윤 한은 지속가능성장실 지속가능연구팀 과장은 “기후변화 리스크는 한 번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2050 탄소중립 정책을 시행하는 등 기후 대응에 적극적으로, 관련 정책을 조기에 시행할수록 부정적 영향은 축소된다”며 “장기적으로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억제하는 시나리오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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